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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재촉하는 비가내리면
윷놀이 마당에 흥겨운 소리를 지를 수 없다니...
2010-03-04 10:02:37최종 업데이트 : 2010-03-04 10:02:37 작성자 : 시민기자   김기승

봄기운이 문지방을 타고오는 3월이다.

비가 온 뒤라서 다소 쌀쌀한 기온이 몸을 움츠리게 하지만 개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이 등굣길에 집앞을 지나며 왁자지껄 웃음꽃 피우는 모습을 보면 산뜻한 생동감이 돌아 마음을 열게 한다. 

창문 틈을 비집고 들이미는 서늘한 냉기는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를 반기게 해주고 있는데 텔레비전 화면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선수들이 청와대를 방문한 화면이 나온다. 행복해하는 선수들의 미소가 영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보름날이었다. 
고향을 떠나 수원에 둥지를 틀은  향우들이 모여 향수를 달래보느라고 윷놀이에 신명나는 소리도 질러보고 막걸리 취기에 온몸을 맡겨 흥겨웠던 보름날, 쌀쌀한 날씨에 비까지 내려 우리네 흥겨움에 시샘을 했지만 마음껏 질러대는 소리는 친목을 돋구는 데에 그만이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내리면_1
윷가락에 흥을 태운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내리면_2
봄을 재촉하는 비가내리면_2

세상이 어지럽다 보니 전통놀이 윷놀이 마당에 흥겨운 소리가 사라진 것이다.
그보다도 윷가락이 으라차차 기합소리에 허공을 가르고 가마니에 때 구르러 멈추는 순간 "도, 개, 걸 윷, 모다"라며 "와…. "하는 함성은 초가집 이엉을 이불 삼아 겨울 잠 자던 굼벵이를 깨우는 신명나는 소리였는데 이제는 경찰을 부르는 소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얍, 걸진이다. 잡아라. 어이구 퇴도네……."
막걸리 한 사발에 시린 가슴 달래보는 흥에 겨운 보름날 "조용히 하시오."라는 괴성에 흥미진진한 놀이마당은 싸늘한 분위기로 흐른다.
한마디로 김이 새는 소리라고 한다.
주위에 사는 주민이 항의하는 소리였다. "보름날인데 이해를 해주면 안되나"
"그러게 말이야……." 여기저기서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더 씁쓸하기까지 들렸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내리면_3
봄을 재촉하는 비가내리면_3

봄을 재촉하는 비가내리면_4
봄을 재촉하는 비가내리면_4

사실 전통적인 윷놀이를 한다는데 잘못된 점이 있느냐고 따져 물으려도 그럴 수 없는 처지다.
세상이 변했으니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너무 야박하다. 허구한 날 떠들어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릴 적부터 전통적으로 해오던 놀이도 마음대로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현실에 긴 숨만 내뱉어보았다.

봄이 온다. 우리 마을에 정겹고 환한 미소의 행복의 꽃이 피어났으면 좋겠다.

봄비, 보름, 윷놀이, 김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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