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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빵이 먹고 싶어요
막걸리로 만드는 술빵
2010-01-08 18:17:42최종 업데이트 : 2010-01-08 18:17:42 작성자 : 시민기자   한인수

여름방학이면 항상 외가에 가는 것이 고정된 일정이었다. 
외가에서 적어도 일주일 길면 3주 정도 지냈었다. 경남 청도 인근에 외가가 있어서 물도 많았다. 낙동강 줄기라고 불리어지는 동네 어귀의 강물은 나 같은 학생들이 놀기에 딱 좋았다. 물도 맑아서 그냥 마실 수 있을 정도였지만 일부러 마시는 사람을 없었다.

외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참 다양하고 많았다. 도심지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소 여물주기, 소 몰기, 참새잡기, 닭잡기 등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었다. 외가에서의 3주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어느날 외숙모는 앞마당에서 놀고 있는 나를 불렀다. 그리고 낡고 찌그러진 주전자 하나를 주면서 막걸리를 받아오라고 했다. 맛있는 술빵을 만들어준다고 했다. 나는 막걸리로 술을 어떻게 만드냐고 물어보았지만 외숙모는 일단 막걸리를 먼저 받아오라고 했다. 
자주 외가에 가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도 나를 잘 알고 있었다. 막걸리를 만들어 파는 가게에 가서 막걸리를 한 주전자 받고 500원을 지불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나는 막걸리를 받아오면서 막걸리 맛은 어떨까하고 주전자 뚜껑에 조금 부어서 마셔보았다. 입안에 씁쓸한 맛이 확 올라와서 금방 뱉어버렸다. 

집에 도착한 나는 외숙모에게 막걸리가  든 주전자를 내밀고 옆에서 어떻게 만드는지 지켜보았다. 외숙모는 우유, 달걀, 설탕, 소금 그리고 내가 가져온 막걸리를 준비했다. 
이리저리 반죽을 만드는 외숙모 옆에서 궁금한 듯 쳐다보는 나를 외숙모는 귀엽다는 듯 쳐다보면서 맛있는 빵을 만들테니 기대하라고 했다. 나는 막걸리로 빵을 만들어 먹으면 취하지 않냐고 물었다. 그 말에 외숙모는 박장대소를 하며 발효가 되어 빵맛만 날 뿐이라고 했다. 

술빵이 먹고 싶어요_1
막걸리로 만드는 술빵

그날 저녁에 외숙모가 만든 맛있는 술빵을 먹을 수 있었다. 나는 맛있게 먹는 사촌동생들 옆에서 술빵을 먹기를 주저했다. 술이 들어갔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먹기가 부담스러웠다. 
외숙모와 외숙부는 빵은 술이 없으면 못 만드는 식품이라면서 한조각을 떼어서 내게 주며 먹어보라고 했다. 나는 주저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어른이 주는 것이어서 거절을 못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한입을 먹어보았다. 맛을 일품이었다. 술빵에 반한 나는 남은 술빵을 사촌동생들과 경쟁을 하다시피 맛있게 먹고는 외숙모에게 잘 먹었다는 인사를 했다. 

그후로 시장에서 판매하는 술빵을 먹어본 적은 가끔 있다. 하지만 외가에서 먹었던 술빵만큼 맛있는 술빵은 이제껏 없다. 
술빵을 만드는데 자신은 없지만 가족들에게 영양가 있는 좋은 간식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웹사이트에 떠돌아다니는 레시피를 보며 맛있는 술빵을 가족들에게 한번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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