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이 바지를 입고 어떻게 밖에 나갈 수 있을까... 창피한 실력인데도 마냥 좋았습니다"
수원시 메이커스페이스에서 옷 만들기 나선 박영미 씨
2023-08-16 10:49:12최종 업데이트 : 2023-08-16 10:49:10 작성자 : 시민기자   김민호
수원시 기업지원센터에 위치한 메이커스페이스, 사전신청을 통해 누구나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수원시 기업지원센터에 위치한 메이커스페이스, 사전신청을 통해 누구나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수원시 기업지원센터에 위치한 수원 메이커스페이스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창작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3D프린터, 레이저 가공기, 진공성형기, 플로터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메이커스페이스를 방문하여 창작 활동을 하는 '메이커'를 소개한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박영미라고 합니다. 중등교사로 근무하다 건강에 문제가 생겨 휴직을 하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시간적 여유가 생겼어요.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 중 학창 시절부터 관심이 있었던 의상 제작을 해보기로 생각하고 가능한 기관을 찾아보았습니다. 인근 문화센터를 시작으로 옷 만들기를 시작했지요. 이제 옷 만들기는 제게 일상이 되었네요.

저는 만드는 걸 좋아해요. 목공도 배웠고, 손으로 하는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처음에는 동네 문화센터에서 앞치마 만들기, 휴지 커버 만들기와 같은 소품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만드는 일이 참 재밌었고, 작업에 매료되어 점점 더 어려운 작업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결국, 동네 옷 만드는 공방에 방문해 수업을 듣기 시작했어요. 꾸준히 선생님께 수업을 들으며 성장했습니다. 제가 다시 고등학생이 된다면 의상 디자인을 전공할 것 같아요.

 

박영미씨가 플로터 장비 앞에서 출력물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박영미씨가 플로터 장비 앞에서 출력물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Q. 수원 메이커스페이스는 어떻게 알고 오셨나요?

A. 학교에서 교직원 대상으로 목공 공예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그때 경기도 화성에 있는 메이커스페이스에 방문했습니다. 시설 내부에 여러 장비가 있었어요. 몇몇 장비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히 저는 수를 놓는 기계에 관심이 있었어요. 옷 제작에 관심이 많거든요. 그러면서 인터넷으로 옷을 제작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검색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옷 디자인 패턴 파일'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온라인으로 구매하여 내려받았습니다.

문제는 디자인 파일이 너무 컸다는 점이었어요. 내려받은 디자인 파일을 A4용지로 출력하려면 여러 장을 뽑아서 오리고 붙여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 파일을 한 번에 한 장으로 인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여러 방법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던 중 '플로터'라는 기계를 발견했습니다. 플로터라는 장비를 활용하면 출력 범위가 넓은 인쇄물도 한 장에 뽑을 수 있어요. 물론 인쇄 범위가 넓은 용지를 따로 구매해야 했습니다. 수원 메이커스페이스에 플로터 장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처음에는 기업지원센터라고 적혀있어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전화로 문의한 후 가능하다는 대답을 듣고 방문했어요. 


Q. 첫 메이커 작품이 무엇인가요?
A. 2015년도 가을에 수술을 했어요. 움직일 수 있는 정도가 되면서 동네에 옷 만드는 공방을 다녔습니다. 평소에는 제가 직접 만들 생각을 안 하고, 사려고만 했을 텐데 동네 공방을 알게 되면서 옷 만드는 세계에 빠졌어요. 처음 공방 수업에서 잠옷, 바지 비슷한 걸 만들었어요. 그런데, 글쎄 작업을 하다 보니 너무 신기한 거예요. 우리가 입는 이 바지 만드는 원리를 배우는데, 새로운 느낌이었어요.

남들이 보면 아무렇지 않은 그냥 평범한 바지인데 막상 배우고 보니 인상적이었습니다. 잠옷 만들기 수업이었는데 저는 잠옷 원단이 아닌 청색 원단(일반용)으로 옷을 제작했어요. 입고 다니며 주변에 자랑하고 싶었거든요. 허술하게 만들긴 했지만 만족스러워서 온 사방을 돌아다니며 자랑했습니다.(웃음) '그걸 입고 어떻게 밖에 나갈 수 있을까'할 만큼 창피한 실력인데도 마냥 좋았어요. 친정이 먼데도 글쎄 그 바지를 자랑하고 싶어서 입고 갔다니까요. 모르는 세계에 눈을 떴습니다. 


박영미씨가 제작한 남색 원피스

박영미씨가 제작한 남색 원피스


Q. 어떤 수술을 받으셨나요?
A. 부인과 관련된 암 수술이었어요. 이렇게 내가 오래 살아있을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막막하고 두려웠던 시간이었어요. 불행 중 다행으로 치료도 잘 되고 수술도 잘 되어서 휴직을 마무리하고 고민 끝에 복직했어요. 3년을 근무하다가, 재발해서 올해 3월에 다시 수술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다시 휴직 상태에요. 집에 있으면서 짬 날 때마다 옷 만들기를 합니다. 심란할 때 옷 만들기를 하면 마음이 다스려지는 느낌이 들어요. 옷 만드는 과정 자체가 좋습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내 마음 가는 대로 작업하고 있어요. 버리는 게 훨씬 더 많지만요.(웃음)


Q. 머릿속에 있는 걸 직접 만들면 즐겁나요?
A. 그럼요. 다만 옷 패턴을 만드는 것이 고난도인데, 그 부분은 제가 아직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에요. 그래도 도전해서 디자인해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뭔가 불편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결과물이 생각했던 것만큼 나오지 않은 걸 보고선 전문가가 만드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깊이 배우기 위해 방송통신대학에 진학하려는 생각도 잠깐 했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은 시키지 않아도 밤새 하잖아요. 재미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 것이겠죠. 그걸 보면서 '저게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 걸까' 생각을 하곤 했는데, 옷 만드는 취미 생활을 하면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이 제 옷 만드는 작업을 보면서 '전공을 잘못 정한 거 아니냐'고 얘기할 만큼 옷 만드는 일에 푹 빠져있습니다.

 

박영미씨가 인쇄한 옷 디자인 패턴 출력물

박영미씨가 인쇄한 옷 디자인 패턴 출력물


Q. 옷 만들기 작업 단계가 궁금해요
A. 간략하게 설명하면 원하는 옷 패턴을 구해서 원단에 놓고 재단합니다. 그리고 재봉틀로 봉제하면 돼요. 물론 중간 중간 디자인에 따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만들고 싶은 옷 모양이 있으면 온라인으로 옷 패턴이 그려진 도면 파일을 구매합니다. 구매한 파일을 인쇄해야 해요. 그래야 패턴을 옷감에 부착해서 정확하게 재단할 수 있습니다. 가정용 프린터로는 작업하기 힘들 만큼 큰 이미지 파일이에요. 그래서 수원 메이커스페이스에 방문해 플로터 장비로 인쇄합니다. 소매 부분, 몸통 부분 등 여러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어요. 가위로 부분별로 인쇄된 디자인 선을 따라 자릅니다. 옷감에, 잘린 디자인 모양을 덧대고 다시 자릅니다. 재봉틀을 이용해 떨어진 옷감들을 이어줍니다. 자켓, 코트처럼 어려운 작업은 공방 선생님께 여쭈어보며 작업하고 있어요.

이렇게 만든 옷이 벌써 여러 벌이에요. 물론 결과물이 생각과 달라 버리는 것도 많지만요. 옷 만드는 일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요. 필요한 원단과 부자재를 구하기 위해 동대문 시장이나 광장 시장에 다녀오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만든 옷 선물은 제가 좋아하는 분께 합니다. 옷 만드는 과정도 즐겁지만 주변에 선물하는 즐거움도 있어요.


Q. 장비 교육을 받은 적이 있나요?
A. 메이커스페이스 직원분께 플로터 작동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어요. 이미지 프로그램에서 파일을 설정하는 방법, 플로터 작동 프로그램 사용 방법, 플로터 장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알 수 있었어요. 습득한 내용을 잘 메모해두고 반복적으로 작업했어요. 그러면서 점점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박영미씨가 플로터 장비를 조작하고 있는 모습

박영미씨가 플로터 장비를 조작하고 있는 모습


Q. 메이커 활동을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A.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지만, 힘든 일도 있죠. 때론 혼자서 무언가를 삭여야 하는 일도 있어요. 화가 날 때면, 그 불똥이 가끔 가족들한테 튈 때도 있었습니다. 홀로 감정을 다스려야 할 때면 드라이브를 나가곤 했었어요. 옷 만들기를 시작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았어요. 음악 틀어놓고 옷 만들기 작업을 하고 있으면, 이내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서 왜 그랬지 싶을 정도로 감정이 풀리는 느낌이 듭니다.

저한테 옷 만들기는 힐링 타임이에요. 심리치료사 같은 겁니다. 옷 만드는 일은 단순하게 뭔가를 하는 게 아니에요. 머릿속으로 집을 짓고 허무는 과정을 계속합니다. 그러면 내면에서 안정감이 들어요. 주변에서는 머리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 허리도 아플 텐데 그런 일을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옷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주변에 널려 있고 사 입는 게 훨씬 더 경제적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주변에서 아무리 그렇게 얘기해도, 옷을 만드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Q. 수원 메이커스페이스 첫인상은 어땠나요?

A. 건물 주차장이 특이했어요. 원하는 층수까지 나선형으로 쭉 올라가는 건 처음이었어요. 시설도 깔끔하고 이용하기 좋았어요. 그런데 나갈 때 주차비가 좀 나오더라고요.(웃음)

 

박영미씨가 제작한 꽃무늬 상의

박영미씨가 제작한 꽃무늬 상의


Q. 수원 메이커스페이스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바람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해요. 그 공간을 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카페 공간을 예약해서 회의를 할 수 있듯이 메이커스페이스에서도 개인적으로 또는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예약제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친구와 함께 작업하고 싶은데 집에서 하려고 하니 마땅치 않았습니다.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 메이커스페이스가 거주지와 떨어져 있어서 접근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어요. 산업단지 안에 있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겠지만 일반인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수원 메이커스페이스에 방문해 이용할 수 있어서 좋고 감사합니다.

 

※ 수원 메이커스페이스에서 장비를 이용하고 싶다면 네이버 지도에 '수원 메이커스페이스'라고 검색한다. '수원시 기업지원센터 메이커스페이스'를 클릭 후 '예약' 버튼을 누르면 사용할 수 있는 장비 목록이 나온다. 원하는 장비를 선택한 후 이용 가능 날짜를 골라 예약하면 된다. 이용 요금 무료.

 

●바로가기 : 수원 메이커스페이스 예약 

수원시 메이커스페이스, 메이커스페이스, 메이커, 양재, 옷 만들기, 플로터, 고색 메이커스페이스

연관 뉴스


추천 1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