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칼럼] “여기가 어디야...매산시장이 이렇게 변했어?”
김우영 언론인
2021-04-12 14:51:44최종 업데이트 : 2021-04-12 14:51:34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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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관심사는 온통 나무에 쏠려 있다. 걸으면서 남의 집 담장너머 나무를 기웃거리다가 오해를 받기도 했다.
어제는 수원역 쪽으로 발길을 옮기다 또 한그루를 발견했다. 세무서 옆 건물 마당에서 80~100년은 돼 보이는 굵은 몸통의 라일락을 보았다. 그 맞은편에 있는, 20대에 봤을 때도 엄청 거대했던 버드나무도 새삼 다시 살펴봤다.
출출하니 순댓국 생각이 났다. 자연스레 매산시장으로 발걸음이 옮겨졌다. 약 40년 전 쯤 내 출근길이었기 때문이다.
혼인 후 세류1동 사무소 옆에 살림을 차렸다. 직장이 서울 삼각지로터리에 있었고 통근버스가 수원역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새벽마다 그 길을 뛰어 다녔다. 동네 사람들은 새벽에 뛰는 구두소리를 듣고 시간을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다시 수원역에 내려 매산시장을 통해 집으로 돌아갔다. 출출한 시간이어서 순댓국집에서 나오는 냄새가 발길을 막아섰고 피할 수 없는 유혹에 순대 몇 점에 막걸리 한 병을 마시곤 했다. 매산시장 순대 골목/사진 김우영
아주 어렸을 때의 추억도 있다. 지금은 역전시장 매산시장으로 구분돼 있지만 그때 어머니는 그냥 매산시장이라고 했다. 물론 현재 역전시장 건물은 없었다.
현재 매산시장 입구는 예전에 '계화입구'라고 불렀다. 버스정류장에도 그렇게 써있었다. 얼핏 들은 바로는 오래 전에 '계화학교'가 인근에 있었다는데 안타깝게도 자료를 찾을 길이 없다.
매산시장의 유래를 소개한 수원시의 자료를 보자.
"매산시장은 수원역 앞 천변에 노점 상인들이 하나둘 모여 만든 장시(場市)가 시초라고 한다. 1950년대에 본격적으로 매산시장이 형성됐고, 지금은 복개천 위에 있다. 2010년 상인회를 조직해 전통시장으로 등록했다. 전통과 현대, 다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매산시장은 옆에 붙은 역전시장과 함께 지하철 1호선 수원역 바로 앞에 위치한 재래시장으로써 접근성이 좋다. 반찬, 채소, 과일, 생선, 의류 등 식재료와 생필품 등 판매 품목이 다양하다. 특히 곱창, 국밥 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장보러왔다가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다문화 음식점과 식품 판매점들도 많다. 중국, 베트남, 인도와 네팔, 캄보디아 등 이색적인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어제도 막걸리에 순대 한 접시 시켜 혼자 먹었다. 경관개선사업이 마무리 된 매산시장/사진 김우영 그런데 여기가 매산시장 맞아? 시장판이 이렇게 깔끔했었나?
점포 천장 일부를 덮는 '반아케이드'가 설치되고, 매대와 간판도 말끔하게 개선했다.
또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라인(선형) 조명도 설치해 시장풍경이 밝아졌다. 가로환경 개선(인도·도로 정비), 전기 공사도 한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수원시의 보도자료를 보니 이달 1일 매산시장의 경관개선사업이 마무리됐다고 한다. 어쩐지...
김해기 매산시장 상인회장의 소감도 전했다. "상인, 손님들이 '시장이 깨끗해졌다'고 다들 좋아하신다" "점포마다 조명, 간판이 다 달라서 다소 지저분해 보였었는데, 이제는 통일성이 생겨 깔끔하다"고 기꺼워했단다.
이를 계기로 매산시장이 북적였으면 좋겠다. 물론 옆에 붙은 역전시장도 손님으로 가득차 상인들이 행복한 비명을 올리길 기대한다.
수원시는 경관개선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공공 배달앱을 활용한 '스마트 주문배송 시스템' 등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힌다.
최근 팔달문 근처 시장에서 배회하느라 역전 쪽으로 자주 가보지 못했다. 친구들 모아서 매산시장 순대집과, 네팔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구릉씨의 네팔음식점, 베트남 새댁이 운영하는 쌀국수 맛을 보러가야겠다. 오랜만에 베트남 맥주도 마셔봐야겠다. 골목 매산시장./사진 김우영 매산시장 입구 왼쪽으로 난 '골목 매산시장'도 참 정겨운 곳이니 빼놓을 수 없겠지.
그런데 어느 세월에 이 많은 집들을 모두 가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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