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인공지능(AI)과 법조인 바둑은 동양에서 지적능력의 최고수를 가리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현자(賢者)를 가리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서양 장기를 두는 기사가 더 이상 컴퓨터에 힘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는 언론보도에도, 우리는 바둑이라는 최고 절정의 지적능력을 시험하는(?) 게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였다.바둑은 전자계산기나 컴퓨터의 알고리즘이 감히 범접하지도 못하는 절정의 지적세계로 인식되어 왔다. 이에 많은 정치인, 기업인 등이 어떤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한계를 느낄 때 바둑 고수를 모셔다 한 수 배웠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려 왔다. 알파고(AlphaGo)는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인공지능의 대명사가 되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걸출한 바둑기사로 지적능력의 최고봉이라 상징되어 온 불세출의 고수들이 알파고에게 단 한판도 이기지 못한 채 떨어져 나갔고, 우리나라의 뛰어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5번 대국에서 단 한번 이긴 것이 알파고를 상대한 바둑 고수의 유일한 승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알파고가 지적능력의 성역으로 인식되어 오던 바둑에서 맹위를 떨치자 우리는 인공지능을 현실로 인식하게 되었다. 법조인은 어떠한가. 서양에 법조귀족이 있을 정도로 지적능력과 고매한 인격(?)을 인정받았고, 근대화된 한국, 일본 등을 포함한 동양에서도 사법시험이든 로스쿨이든 그 시험 통과만으로 대단한 지적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지난 2019년 8월경 국내 첫 인간 대 인공지능 법률 분석 대결 제1회 '알파로(AlphaLaw) 경진대회'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인권실에서 개최되었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2인의 변호사로 구성된 '변호사팀' 8개 팀과 변호사나 비변호사 1인과 AI로 구성된 'AI팀' 3개 팀이 근로계약서를 분석, 자문보고서를 작성하여 심사한 결과, AI팀이 1~3위를 휩쓸었다고 한다. AI는 근로계약서 전체를 그대로 복사해 넣고 '분석' 버튼을 누르면, 계약당사자, 기간, 금액 등 주요 정보의 요약, 계약서에 누락된 조항, 위험요소 및 그 이유와 대처방안을 제공하고, 관련 법령과 판례를 연결해 주는 방식의 업무지원을 해주었다고 한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법조인들은 기본 법이론을 공부하며, 여기에 법조문과 판례를 공부하고 기억해두는 방식으로 끊임없는 지적능력과 정보력을 함양하여 왔다. 법조인은 그동안 쌓아온 법률적 지식과 정보력을 이용하여 법률 사건을 담당하고 처리함으로써 지식과 함께 경험을 축척해 왔는데, 이제 정보의 축적과 분석은 인공지능에게 맡겨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동안 존중되어 오던 법조인이 행한 수사나 재판 등에 있어 최근 편향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이는 인권, 개혁, 누구누구 수호, 공정, 정의 등등의 거창한 담론이나 정치적 수식어를 달고 우리를 자극하고 있다. 문득 수사나 재판을 할 때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이 어떤 행위와 진술, 증거 등에 대하여 데이터화하고 분석하여 내어 놓는다면 정보의 수집, 인식 과정부터 편향되어 과장되고 증폭되어 나타나는 오류의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법조영역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능가하는 분석 속도와 방대한 리서치 능력을 보여주겠지만,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최종 결론은 결국 사람이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현실에 부합하는 법리와 논리를 구성하고 창조하는 것도 사람의 몫일 수 밖에 없다. 인공지능이 법조인을 위해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유용한 자료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다면, 자칫 편향성을 가지거나 오류에 빠져 잘못된 판단을 할 우려를 줄일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활용한다면 수사나 재판의 편향성, 오류성에 대한 지적을 피하고, 보다 공정한 판단임을 확인시켜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임승택 변호사 저자 약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