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칼럼] 코로나19 밀어내는 수원의 아름다운 영웅들 결국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을 선포했다. WHO는 감염병 경보단계를 1∼6단계까지 나누는데, 팬데믹은 최고 경고 등급인 6단계다. 이는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상태라는 뜻이다.발병국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 일본, 이탈리아, 이란 등 세계 각국은 비상사태다.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기본 보호구인 마스크 품귀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마스크 하루 공급량은 1천만 개 수준이지만 평균 수요량은 3천만 개나 된다. 따라서 그 흔했던 마스크가 귀물(貴物)이 됐다. 마스크 품귀현상이 심해지면서 정부가 급기야 '공적 마스크 판매 5부제'라는 듣도 보도 못한 제도까지 만들 정도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선 장면을 보고 주눅이 들어 아예 살 생각조차 못했다. 그러다 지난 주 화요일 오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팔달문 근처 약국에 들렀더니 3000원에 두 장을 내준다. 줄은 서지 않았다. 내가 구입한 것을 마지막으로 그날 마스크 보유량은 바닥이 났다. 그런데 고작 마스크 두 장 샀을 분인데 이 무슨 횡재한 것 같은 기분인가? 그날 구입한 마스크 두 장은 나보다 나이 많은 이웃에게로 갔다. 정말 귀한 것을 가져왔다며 좋아하는 모습에 내가 민망했다. 고백하자면 내게는 몇 년 전부터 모아둔 여분의 마스크가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얻은 면 마스크, 길가다가 아파트분양 홍보지와 함께 받은 마스크, 미세먼지가 심할 때 시내버스에서 무료로 나눠준 것, 재난안전본부 등의 홍보용, 상품 증정품, 딸아이가 아버지 건강 걱정된다며 보내준 마스크 등 10여장이나 된다. 게다가 아들이 큰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있을 때 쓰고 들어갔던 의료용 마스크도 버리지 않고 보관해뒀었는데 요즘 이것들도 일주일에 한 개씩 교대로 쓰는 중이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얻어 보관해뒀던 홍보·증정용 마스크와 이미 사용했지만 때가 때인지라 재활용하고 있는 마스크들. 마스크 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생산시설로는 모든 수요를 맞출 수 없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개성공단에서 생산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음에도 관심을 끌고 있다.위기 때 영웅이 탄생한다더니 이런 때에 참 고마운 사람들이 속속 나타난다. 대표적인 이가 수원시 고색동에 위치한 마스크 생산업체 ㈜엘디에스 김철연 대표다. 김대표는 최근 수원시를 방문해 KF-94 마스크 1만개(대형 5000개, 소형 5000개)를 기부했다. 수원시는 즉시 취약한 어린이들이 있는 아동복지시설 57곳과 다문화시설 3곳에 전달했다. 김대표는 지금 이 시간에도 마스크를 애타게 기다리는 국민들을 위해 24시간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마스크 생산업체 ㈜엘디에스 김철연 대표는 KF-94 마스크 1만개(대형 5000개, 소형 5000개)를 기부했다. 사진/수원시 영통구 매탄1동 행정복지센터에는 익명의 여성이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수제 면 마스크 30매를 기부했다. 아침 일찍 나와서 마스크가 까매질 때까지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안타까워 주말동안 가족들과 함께 만들었고, 앞으로 코로나19가 종료될 때까지 마스크를 만들어 계속 기부하겠다니 아름다운 영웅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영웅들은 또 있다. 수원시가족여성회관 의상실에서 천 마스크를 직접 만들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그들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점점 증가해 하루 예상 제작 수량 1000개에서 지금은 1500~2000개까지 늘었다고 한다. 이들이 만든 마스크는 수원시내 사회적 약자들에게 전달된다. 화서1동 주민자치센터 홈패션반 김선미 강사와 수강생 10명도 행정복지센터에서 천마스크 1000개를 제작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다. 매교동 관내 뜨개 동아리 '뜨개와 수다'는 손수 뜬 마스크 50여개를 매교동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하기도 했다. 망포2동 주민자치위원회는 마스크 100개를 직접 제작해 망포2동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했는데 3월 말까지 200개를 추가 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동 소재 용인대긍휼태권도는 마스크 800개를 기부했고, 원천동의 소독제 제조업체인 ㈜앱소는 수원시에 손 소독제 4000개(3000만 원 상당)를 전달했다. 이밖에도 수원 행궁동 주민들은 수원호스텔(팔달구 행궁동)에 머무는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코로나19 의료진들에게 꾸준히 간식을 제공하고 있다. 각계의 성금도 계속 접수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생각하는 수원시민들의 정이 봄볕처럼 따스하다. 행궁 옆 매화가 추위 속에서도 피어나기 시작해 맑은 향을 세상에 퍼트리듯, 이처럼 착하고 아름다운 영웅들이 있기에 머지않아 화창한 봄이 오고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으로 믿는다.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