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칼럼] '창백한 푸른 점'에서 일어나는 일들 '현선생'이라는 이웃 블로거의 글을 가끔 읽는다. 공감이 되는 점이 많다. 보아하니 나와 나이도 비슷한 것 같다. 이 나이면 대부분 '꼰대'라고 불리는 고루하고 고집이 센 사람들이 많은데 이분은 그렇지 않다. 자신과 가족, 그리고 우리사회, 더 나가서 우주, 생명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다. 감동도 있으니 예사 글 솜씨가 아니다. 더욱 반가운 것은 나와 생각이 비슷하다는 것이다.아직 일면식도 없지만 한번 만나서 막걸리 잔을 부딪치고 싶다. 이분이 얼마 전 쓴 글에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는 지구 사진을 봤다. 1990년 2월14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태양계 탐사선 보이저 1호가 찍은 지구사진이다. 지구로부터 60억km 떨어진 먼 우주에서 촬영한 것이니 아주 작은 점에 지나지 않았다. 1990년 2월14일 NASA의 태양계 탐사선 보이저 1호가 찍은 지구사진. 흰 선 속에 있는 먼지처럼 작은 점 하나가 우리가 사는 지구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당시 보이저 1호의 사진 촬영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는데 나사 당국을 설득해 보이저 1호의 방향을 지구로 돌려 찍었다. 끝을 모르는 무한 무변의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가 지구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칼 세이건은 이 사진을 본 뒤 1994년에 '창백한 푸른 점'이란 책을 써냈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들,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 지도자들, 인간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인류는 우주에서 봤을 때 아주 작은 한 점에 지나지 않는 지구에 살면서 우주의 주인인 것처럼 오만했다. 지구 60억km 떨어진 곳까지 가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비행기가 공항에서 이륙한 다음부터 내가 발 딛고 살던 땅은 점점 작아진다. 집들도 도로도 어느덧 한 점과 선이 된다. 이윽고 순항고도인 1만km 상공으로 올라가면 구름 사이로 보이는 땅은 구분 없는 한 덩어리이다. 바다와 땅의 차이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땅에서 사는 우리들은 잔혹했다. 칼 세이건의 말처럼 서로를 얼마나 자주 오해했는지, 서로를 죽이려고 얼마나 애를 써왔는지, 그 증오는 얼마나 깊었는지 모두 생각해 보게 된다. 지구. 칼 세이건은 인간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에 지나지 않는 지구 위에서 살았다고 말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칼 세이건과 같은 생각을 해왔다. 저 구분되지 않는 서로 땅을 차지하려고, 정권을 잡으려고, 남보다 더 많은 재산을 모으려고, 멋진 이성을 얻으려고, 자기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생명을 학살하고, 짓밟고, 서로에게 상처를 입혔다.지금 '창백한 푸른 점'인 지구별에는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다. 그것이 정상적인 생명의 활동인지, 아니면 인간의 욕심에 의해 생태계가 파괴됐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는 사망자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안심할 수는 없지만 다행스럽게도 한국의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선진적인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은 한국의 선진적인 조치를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의료장비 수출도 잇따르고 있다. 저 오만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문재인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의료장비지원을 요청했을 정도다. 수원시도 몇 년 전 메르스 사태에 이어 코로나19 사태 역시 공격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세계가 칭찬하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정작 국내에서는 말이 많다. 특히 4.15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코로나19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금은 모두가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야 할 때다. 그것이 바른 정치다. 정치인들이 칼 세이건의 깨달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면 좋겠는데...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