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정취 '물씬'…동네 서점으로의 여행
작은 책방으로 떠나는 가을여행…돼지 관련 컬렉션 인연으로 '책먹는 돼지' 창업
2019-11-06 16:41:21최종 업데이트 : 2019-11-07 08:23:55 작성자 : 시민기자 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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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서적 내부 모습 올해로 40년 된 경기서적수원역 앞에 있던 경기서적이 천천동으로 이전 한 뒤 2015년 호매실에 2호점을 냈다. 올해로 40년이 된 경기서적은 수원시 동네 책방 중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오는 보기드문 서점이다. 특히나 호매실점은 경기서적 창업주의 자녀가 대를 이어 서점을 운영하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젊은 부부 사장님이 운영하는 경기서적 호매실점. 그곳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저희 부부는 대학에서 만났는데 전공이 사회과학 쪽이다 보니 둘 다 책을 좋아했어요. 저는 시민사회 단체에서 일을 했는데, 남편이 어머니가 서점하시는 거에 대한 자부심이 컸죠. 그러다 제가 시민단체 일을 그만두면서 자연스럽게 서점에 들어와서 일을 하게 됐고, 저희가 2호점을 운영하게 됐죠.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 보다 자연히 그렇게 된 거 같아요."(이유리, 경기서적 호매실점) 경기서적 호매실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리 씨는 부부가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서점을 하게 된 자연스러운 요인으로 꼽았다. 책을 좋아하는 독서가들은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쌓아 놓고 독서를 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러나, 이익을 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서점에서 뜻대로 판매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이러한 꿈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서점 운영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죠.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매체도 많고 아무래도 힘들죠. 그래도 생각만큼 아주 나쁘지는 않아요. 서점 매출의 대부분을 참고서가 차지하고 단행본의 경우에는 아동서적이 많이 나가요. 단행본 판매 비율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경기서적 호매실 점은 공간이 크지 않아 북큐레이션을 대형 서점처럼 여러 분야에 걸쳐 하지는 못하지만 그때그때 이슈에 따라 큐레이션을 달리 하고 있다. 요즘과 같은 경우는 검찰개혁관련 서적을 전시하고, 노벨문학상 수상이 있은 후에는 관련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저희 부부가 결혼 전부터 서점에서 같이 일하다 결혼을 했는데, 서점에 놀러와서 삼촌, 이모하던 아이들이 결혼식 주례 대신 축사를 해줬어요. 천천점에는 초등학생 때 서점에 왔던 분이 대학생이 되서 오기도 하고요. 서점을 꾸준히 찾아오는 분들이 있어 동네 책방을 하는 소소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경기서적에서 일하는 직원 중에는 수원역에서부터 지금까지 20년 이상 같이 일해온 분들이 있다. 첫 직장이 경기서적이었는데 이제는 경기서적의 증인이 된 직원. 이러한 직원과 꾸준히 서점을 찾는 동네 주민이 경기서적만이 만들 수 있는 동네 책방의 힘이 아닐까? 연면적 500평 수원 최대 대형 동네 책방 임광문고 수원 매탄동 임광 아파트 지하1층에 위치한 임광문고는 1991년 문을 열었다. 30여년 된 임광문고 조승기 사장은 동생에게 바통을 이어받아 2001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임광 아파트 상가 지상 1층 15평에서 시작된 임광 문고가 500평 짜리 대형 서점으로 이사한 것은 2008년이다. "대형마트 때문에 동네 슈퍼가 문을 닫던 시기였어요. 지금 저희 서점이 있는 이 지하도 원래는 슈퍼마켓이었죠. 슈퍼가 나간 자리에 저희가 들어왔어요. 1층에 있을 때는 공간이 좁아서 문제집 밖에 못 놓았거든요. 넓은 공간에 오면서 단행본도 들이게 되고 서점의 모습을 갖추게 됐어요."(조승기, 임광문고) 임광문고 조승기 사장 조승기 사장은 서점을 운영하면서 주민자치위원회장으로 지역에서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 수원시와 경기도에서 개인 표창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작년에는 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다른 표창은 제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서 받은 거지만 문체부장관상은 서점일을 해서 받은 상이라 의미가 있어요. 지역에서 서점을 한다는 건 다른 장사와 달리 지역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거든요. 독서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데 동네 책방의 역할을 인정받은 것 같아 뜻깊은 상이라 생각합니다." 지역 주민들이 서점에 와서 책을 사지 않고 책 제목만 보고 가도 좋겠다는 조승기 사장은 동네 책방이 시대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책을 가까이 하고 책을 자주 접하다 보면 독서로 이어지는 점을 이야기하며 독서문화 확산에 동네 책방이 중요함을 이야기하는 조 사장. 서점의 가치와 역할을 고민하는 그는 수원시 서점조합장도 맡고 있다. 임광문고 조승기 사장이 수여 받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원시 서점조합에서는 도서정가제 이후 도서관 책 납품을 할 수 있는 일을 했어요. 기존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파주에서 구입했는데, 정가제가 시행된 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도 되고 지역 서점과 협약을 맺게 된 거죠. 여기에서 발생하는 이익 중 일부를 학생들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고요."
현재 수원시 서점조합에는 21개 서점이 가입돼 있다. 모두 6~70대 사장님들로 구성된 조합을 보면 인구 120만 대도시에서도 서점 운영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국서점연합회에서 주최하는 서점학교에 가서 젊은이들에게 서점을 하라고 자신있게 말하기 힘들다는 조 사장은 작은 서점에서 서점의 또 다른 모습을 꿈꿨다. "저희 같은 서점에서는 북큐레이션이 산만하게 되요. 문제집도 있고 단행본도 분야별로 있고요. 하지만 작은 서점은 서점 주인이 특색 있게 주제에 초점을 맞춰 큐레이션 할 수 있잖아요. 이런 점에 착안해 행궁에 10평 미만 가게를 임대해 서점조합 사장님들이 작은 서점을 하나씩 내볼까 했어요. 여행서점, 음식서점 이런 식으로요. 4~5개만 생겨도 책방 골목이 형성되고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으니까요." 조 사장의 작은 서점 운영을 통한 책방 골목 만들기 계획은 행궁동 임대료 상승으로 실행되지 못 했다. 이익을 창출하는 도구가 아닌 문화를 창출하는 도구로서 서점을 생각하는 임광문고 조 사장에게 기억에 남는 손님은 어떤 모습일까? "예전에 고등학생 여학생 3명이 야자 끝나면 서점에 와서 수다 떨고 문제집 들춰보고 가고 그랬어요. 그 애들이 각각 다른 대학에 갔고 취업도 각자 했어요. 외국계 회사에 간 아이도 있고, 선생님이 된 아이도 있죠. 이제는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나이가 됐는데, 얘들이 대학때나 회사다닐 때나 만나면 서점에서 모이더라고요.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해도 서점을 중심으로 만나니 그 애들을 보기만해도 웃음이 나요." 사람들의 삶 속에서 만남의 광장이 되는 서점, 임광문고. 이곳에서 책을 보고 있는 고등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다시 또 이곳에서 만남을 이어갈 수 있도록 오래오래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 책 먹는 돼지 돼지 수집품 전시 모습 돼지 수집가 돼지 책방 주인되다~
지난 2월 지동초등학교 근처에 '책먹는 돼지' 작은 서점이 문을 열었다. 25년 동안 돼지를 수집해온 최정숙 사장님이 문을 연 돼지 책방은 한 쪽 벽면엔 돼지 수집품이 전시 돼 있고, 한 쪽 벽면엔 서가가 있다. 서가에도 '돼지'를 주제로 한 책들이 따로 큐레이션 돼 있다. "12년 전 돼지해에 경기문화재단에서 '돼지컬렉션' 전시회를 했어요. 세계 각지에서 모인 돼지 관련 컬렉션이 돼지해를 맞아 전시회를 연 게 인연이 돼 이후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에도 출연했고요. 그때부터 다음 돼지해가 오면 뭐라도 해야 되는데 하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책방을 열게 됐네요."(최정숙, 책먹는 돼지) 돼지를 주제로한 책만 모아놓은 서가 돼지 박물관을 하는 게 꿈이었던 최정숙 사장은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박물관 대신 책방을 열었다. 그리고 책방 위치는 문화시설이 부족한 지동으로 정했다. 20년 넘게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활동하며 어린이 책을 연구하고 어린이에게 관심을 가진 책방 주인의 마음이 담긴 위치 선정이다.돼지 책방 주인장은 지역 주민들의 문화 공간 역할을 하고자 지동에 책방 문을 열었지만 지역 주민이 찾아오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방을 운영하면서 보람된 일은 돼지에서 찾을 수 있다. "집에 갇혀 있었던 수집품이 밖으로 나와 숨을 쉴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저만 볼 때와 달리 의미가 커지니까요." 책 먹는 돼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돼지 관련 굿즈 '책먹는 돼지'에 가면 책꽂이에서부터 휴지통, 방석 및 장바구니까지 온통 돼지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돼지가 있었나 싶을 만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돼지해가 다 가기 전에 '책먹는 돼지'에서 복돼지의 좋은 기운을 받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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