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물건도 새롭게 재탄생시켜요
임승희 업사이클(새활용) 작가
2020-11-06 13:34:13최종 업데이트 : 2020-11-06 13:34:08 작성자 : 시민기자 곽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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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희 작가는 버려진 폐기물을 '스폰지바느질아트'로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사진 제공: 임승희 작가]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활용 폐기물 발생량이 전년 대비 11.4% 늘었다. 감염 방지를 위해 비대면 소비가 강조되면서 배달 문화가 성장하고 감염 우려로 일회용품 사용 제한이 완화되면서 일회용 컵이나 용기양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버려지는 폐기물로 발생하는 환경 오염 문제도 크다. 이 같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인 운동이 '업사이클'(새활용)이다. 버려진 자원에 디자인과 창의성을 더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을 '업사이클'이라고 한다. 이처럼 요즘 쉽게 구할 수 있고 버려지는 스티로폼 쟁반과 박스 등을 '스폰지 바느질 아트'로 재탄생시키는 임승희 작가를 인터뷰했다. '416-2' 작품 앞에 선 임승희 업사이클 작가 [사진 제공: 임승희 작가] 임작가는 "스폰지바느질아트는 버려지는 스티로폼 쟁반을 깨끗이 씻어 실과 바늘로 그림을 그리는 활동"이라며 "바느질의 미술 치료적 의미는 구멍 난 내 마음을 꿰매어 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어렸을 때 부터 공상과 자연을 좋아한 그녀는 대학에서 경영정보학과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평범한 직장을 다녔는데 결혼, 출산, 육아를 하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미술관과 박물관에 가는 것이 즐거웠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자르거나 만들기 등 미술육아를 하다가 자기 안에 잠재된 미술적인 재능을 알게 됐다. 그렇게 문화예술교육사를 전공한 후 업사이클 작가가 되었다고 말한다. ▲ 업사이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매일 아이들과 미술놀이를 했는데 아이가 좋아해서 밤에도 하자고 조르는 날이 자주 있었어요. 재료가 떨어져 구입하러 가야 하는데 문구점은 밤에 문을 닫아요. 그래서 주방과 냉장고를 뒤지기 시작했는데 달걀판이나 종이 상자 등이 눈에 띄었어요. 그걸 아이 손에 쥐어주니 거부감 없이 만들기를 하는 것 있죠. 그렇게 계속 시간을 채워가면서 하다가 스폰지바느질아트라는 아트워크를 개발하게 됐어요. 스폰지바느질아트는 리사이클 개념이 강하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라는 개념을 통해 가치를 덧입히는 업사이클 아트라고 정의하게 되었어요."
▲ 작품 재료는 주로 어디에서 공급받는가? "스티로폼 쟁반은 재활용분리수거함에서 가져와 깨끗이 세척해서 사용해요. 전복 껍데기는 가까운 횟집에서 얻고요. 박스 정크(버려지는 폐박스 위에 드로잉과 컵 홀더를 붙여 멸종위기동물을 작업하는 예술) 작업 재료인 자전거박스는 집 근처 자전거 가게 사장님에게 받아요."
버려진 자전거 박스, 버려진 캔, 버려진 컵 홀더로 만든 작품 '쓰레기 숲' [사진 제공: 임승희 작가] ▲ 전복 껍데기를 활용한 전시도 인상적이었는데 전복 껍데기를 작품으로 활용할 생각은 어떻게 했나? "중앙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 문화예술교육사 미술과를 다닐 때 입체조형 수업을 들었어요. 학기가 끝나면 졸업전시를 하는데 그때 전복스폰지바느질아트 작품을 출품하면서 공식화 됐어요. 초창기 스폰지바느질아트는 스폰지에 실로 그림을 그리는 형태였는데 다양한 자연물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자연물을 조각하거나 오려서 올리는 것이 아니라 재료 자체가 고유성을 잃지 않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컸어요. 어느 날 전복 껍데기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쳤지요. 굳이 구멍을 뚫을 필요로 없이 자연스럽게 스폰지와 연결할 수 있어서 좋았거든요. 쓰레기와 자연물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데 아름다운 자연 속에는 여지없이 쓰레기가 있잖아요. 그런 아이러니를 담고 싶었어요."
버려진 스폰지 134개, 버려진 전복 껍데기134개, 면실과 아크릴 물감으로 만든 작품 '416-2' ▲ 최근 출간한 『여자의 글쓰기』에 전복 껍데기를 얻는 일화가 나오는데 인상적이었다 "전복 껍데기를 모으기 위해 전복을 매일 먹을 수도 없는데 어떻게 모을까 고민하다가 외식을 집 근처 전복식당에서 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계산을 할 때 사장님에게 작품 이미지를 보여드리면서 이 작업을 위해 전복 껍데기가 필요하다고 부탁을 드려 봤지요. 처음에는 좀 귀찮아하면서 듣는 눈치였어요. 그래도 끈기 있게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더니 모아 두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전복 껍데기를 모아서 작업에 쓸 수 있었어요."
▲ 어떤 전시가 힘들었고 기억에 남는가? "8년 전에 한 제1회 스폰지바느질아트전이 기억이 나네요. 스폰지바느질아트가 나온 첫 전시였는데 무모하고도 거대한 도전이었지요."
버려진 스폰지 5개 한지, 아크릴 물감으로 표현한 작품 'I like pink' [사진 제공: 임승희 작가] ▲ 사람들이 보인 반응은 어떤가? "버려지는 스폰지 쟁반에 색이 들어가고 실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작품이 너무 신기하다고 이야기해요.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에 울림이 크다고도 하고요"
▲ 자기만의 작업 원칙이 있나? "원칙이라면 되도록 수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이번 작업이 완성이 아니다. 과정임을 잊지말고 즐기려고 노력하자는 마음으로 작업을 해요"
버려진 자전거 박스, 버려진 컵 홀더로 표현한 작품 '나팔꽃과 코뿔소' [사진 제공: 임승희 작가] ▲ 전시 후 작품 관리와 보관은 어떻게 하는가?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전시를 하면 판매가 이루어졌어요. 소품들은 늘 팔렸는데 큰 작품들은 관람용이더라고요. 박스 작품은 눕혀서 침대 밑에 보관하고 다용도실에도 작품을 보관하고 있어요"
▲ 업사이클 예술을 하기 전과 후 개인적으로 환경보호 관점에서 달라진 점이 있는가? "업사이클 작가라고 해서 재활용을 특히 더 잘하는 건 아니에요. 나와 우리 가족이 실천하고 있는 건 더 잘 버리는 거예요. 필요 없는 것들을 내보내고 물건을 사야 할 때에는 반드시 필요한지 여러 번 생각하는 편이지요. 이런 태도를 아이들은 한 번씩 답답해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멸종하는 동물의 수가 점점 많아져 함께 공존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더 싫기 때문에 감내하는 것 같아요"
버려진 스폰지 14개, 버려진 전복 껍데기 14개, 면실과 아크릴 물감으로동물 멸종 위기를 경고한 작품 ▲ 업사이클 작품을 상품화할 계획은 없는가? "많은 제안이 있었지만 사업에는 관심이 없어요. 다만 교육에는 관심이 많아요. 버려지는 쓰레기를 업사이클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와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모르시죠? 저는 버려지는 것을 가져와 이야기를 담는 도구로 사용하고 스폰지바느질아트 키트를 제작하여 교육용으로 사용되어지기를 바랄 뿐이에요."
버려진 자전거 박스, 버려진 컵 홀더로 표현한 작품 '흰꼬리 수리' [사진 제공: 임승희 작가] 임승희 작가는 삶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버려진 것을 가지고 우리들만의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고 스폰지바느질아트라는 작업을 시작했다. 작가에게 업사이클 문화가 확산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울림을 주는 답을 주었다. 버려지는 재활용 쓰레기가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고 자신을 만나는 도구로 사용되기를 바란다는 거다. 스폰지바느질아트는 그래서 제법 괜찮은 취미가 될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2020년 11월 13일과 14일에 수원 행궁동 도시재생센터 인근에서 행궁동 골목상권 행사인 "환경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임승희 작가의 작품이 궁금한 이들, 스폰지바느질아트로 취미 생활도 하면서 환경보호도 할 수 있는 작업이 궁금한 이들은 방문을 해 보기를 바란다. 임승희 업사이클 작가, 스폰지바느질아트, 임승희, 업사이클, 새활용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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