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동네를 타박타박 걸으면서
코로나19 시대에도 추석은 즐거웠군
2021-09-23 11:26:38최종 업데이트 : 2021-09-23 11:26:30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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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풀, 억새 등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 주변의 공원은 쉼터이고 마음을 다독이는 위로의 공간이다 꼭 1년 전에도 추석 분위기는 생소했다. 흩어져 지내던 가족, 친척들도 추석 명절이면 먼 거리를 마다하고 만나는 것이 풍습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감염병으로 만날 수 없었다. 충격이 컸다. 어쩔 수 없이 설날은 기다렸지만, 마찬가지였다. 올해 다시 추석이 돌아왔는데 나아지는 것이 없다.
이번 추석에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다. 확진자 수가 두 달이 넘게 네 자릿수다. 급기야 2천 명대를 넘고 있다. 수도권 거리 두기는 4단계, 비수도권은 3단계다. 수도권 감염이 워낙 심해 귀성을 자제하라는 방역 당국의 부탁까지 있다. 방역 피로감에 지친 국민을 위해 직계가족이 모이는 방법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개운하지 않다. 작년 추석에도 설날에도 가족이 모이지 못했다. 올해는 백신접종도 했으니 모여볼까 고민을 했지만 한 번만 더 참기로 했다. 대신 작년과 다른 방법을 찾았다. 차례상을 올리지 못하니 경기도 광주 공원묘원에 계시는 아버님 산소에 다녀오기로 했다. 활동이 뜸한 10월로 정했다. 동생네는 9월 추석 전에 성묘를 다녀왔다. 추석을 지내고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 마스크 없이 자연 그대로의 향기와 호흡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 이래저래 올해도 추석은 친척이 모이지 못하는 비대면 명절이 됐다. 하지만 이번 추석은 연휴가 5일이다. 게다가 백신접종을 마친 가족도 많다. 그래서 비대면과 대면을 적절히 이용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날 토요일에 영통에 사는 딸과 사위가 방문했다. 우리 내외까지 네 명이다. 넷 중에 사위만 아직 백신접종을 하지 않았다. 명절 음식을 나눠 먹고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눴다. 그동안 코로나 확산이 심해 만나지 못했는데 즐거웠다. 만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딸과 사위는 저녁에 집으로 돌아갔다. 연휴 이틀째는 일요일이다. 아내와 혼자 사시는 장모님 댁에 갔다. 역시 처남들과 만나는 것을 막기 위해 날짜를 조정했다. 오후에는 혼자 사시는 어머니를 뵈러 갔다. 가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백이다. 초등학생이 길에서 보석을 만난 듯 나무 열매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고 있다. 하루 쉬고 추석 전날에는 아들과 며느리 손녀가 방문했다. 손녀는 늘 보고 싶은데, 코로나로 못 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손녀 선물까지 준비했다. 갖고 싶어 하는 인형이 있다고 해서 며칠 전에 며느리가 온라인으로 샀다. 할머니가 사주기로 한 것이니 우리 집으로 배송을 해서 직접 줬다. 손녀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손녀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마음대로 이야기도 하고 싶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코로나로 교실에서도 친구들과 뛰어놀지 못하는 것이 아쉽나 보다. 코로나 사태가 빨리 끝나 학교 운동장에서도 뛰어놀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추석 차례상을 차리지 않으니 여유가 있다. 연휴 중에 짬 나는 대로 아내와 동네를 걸었다. 명절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다. 매일 걷는 공원 길이 늘 변화가 없어서 색다른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딘가 달라진 것이 있다. 공원 벤치에 테이프로 칭칭 감아 놓은 것이 없어졌다. 4단계로 격상되면서 막아놓았던 것이 말끔히 치워졌다. 9월 17일 염태영 수원시장이 페이스북에 "방역을 위해 공원의 벤치나 정자 등에 안전띠를 둘러서 출입을 제한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저는 우리 시민을 믿고 이를 풀고자 합니다. 대신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4인 이하 이용과 음식물 섭취 및 음주를 금지하는 등의 협조 안내문을 게시토록 했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만석공원을 둘러보며 취한 조치다. 평소에 무심히 지나쳤는데, 자세히 보면 우리 주변에도 함께 머물고 싶고, 함께 나누고 싶은 풍경이 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시민이 많다. 이로 인해 많은 시민이 집 가까운 공원을 찾는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을 대비해 이렇게 한 것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느낀 것인데, 사람들은 힘들고 어려울수록 자연의 품속으로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공원은 그런 자연의 대유물이다. 따라서 공원에 안전띠를 제거한 것은 추석 선물 같은 행정이었다. 사는데 쫓겨 이웃을 돌아보지 못하는 게 요즘 우리 삶이다. 시장이 시민을 걱정하듯, 우리도 추석 명절에 이웃도 돌아보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옛말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했지만, 분명 명절에도 어려운 사람이 있다. 이럴 때일수록 힘들고 외로운 이웃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주위를 돌아봐서 이웃을 챙기고 보듬어주는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 동네 과수 공원에는 가을이 물들고 있다. 빨간 사과와 노란 배가 눈길을 끈다. 며칠 사이에 몸집이 컸다. 저렇게 풍성한 과일은 저절로 크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35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계속됐다. 과실 나무는 지치지 않고 더위를 받아들이며 결실을 키웠다. 마지막 가을 햇볕의 뜨거움도 듬뿍 받고 단맛을 내는 과일이 된다. 사람들은 힘들고 어려울수록 자연의 품속으로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공원은 그런 자연의 대유물이다. 따라서 공원에 안전띠를 제거한 것은 추석 선물 같은 행정이었다. 공원에 억새도 키가 훌쩍 커서 우리를 설레게 한다. 누가 심었을까. 시민의 마음을 만져주려는 배려로 심었을 것이 분명하다. 억새들은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몸을 흔든다. 그때마다 긴 머리칼도 흩어졌지만, 이내 몸을 일으키고 제 자리에 선다. 자연에 순응하며 벅차게 살아내고 있다. 억새들이 가는 허리로 강한 비바람을 이겨낸 것은 강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꿈을 키워 온 것이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이 내공이 깊다. 힘을 자랑하면 꺾인다. 고집을 내세우지 않고, 이웃과 물 흐르듯 지내는 사람이 멋있다.
가족 채팅방에 일상으로 돌아간 자식들의 이야기가 뜬다. 사돈네 집에 다녀온 사진과 명절 기간에 즐긴 사진도 올라온다. 사람들은 친밀감을 느끼는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안정이 된다. 연휴 기간에 다 모이지 못했지만, 어려운 가운데 짬을 내 가족과 함께하니 평온하고 즐거웠다. 생각해 보니 우리는 거대한 위기 속에서도 나약해지지 않았다. 저마다 자기 몫을 하며 굳건하게 이겨내고 있다. 가족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일터에 간다. 손녀도 학교에 간다. 각자의 꿈을 품고 당당하게 산다. 모두 빛나는 순간이다. 가을 햇살 아래 세상도 온통 반짝인다. 추석, 비대면, 코로나19, 동네, 공원, 자연, 윤재열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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