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신종근의 'K-리큐르' 이야기…제주도의 전통주
2024-11-13 14:59:06최종 업데이트 : 2024-11-13 11:14:43 작성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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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제주도 총방문객은 1천334만명이고 이중 내국인은 1천263만명이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이국적인 곳이다. 기후도 풍경도 방언도 생활 습관도 육지와는 다른 면이 많기에 우리나라 사람도 많이 찾는 관광지다. 옛날에는 탐라, 탐모라, 영주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독자적인 공동체를 유지하던 제주도가 중앙 정부의 지배체제에 편입된 것은 고려 태조 20년(938) 때 고려에 투항한 후부터다. 고려 의종 7년(1153)에 중앙정부에서 지방관이 파견되면서부터였다. 몽고(몽골)의 침입에 저항하던 삼별초가 최후의 항전으로 고려 원종 11년(1271)에 제주도에 왔다. 다시 2년 후 진압을 위해 여몽 연합군은 병선 160여 척에 수륙 1만여 명 규모로 제주도로 왔다. 삼별초를 진압한 몽고군은 일본 원정을 위해 제주도에 주둔하며 탐라총관부를 설치하고 말을 사육해 제주도는 몽고 국영 목장이 됐다. 이 당시에 많은 몽고 문화가 제주도로 유입됐고 그중에 증류주 제조 기술도 있었다. 제주도는 물이 귀하고 토양이 척박해 쌀농사보다는 좁쌀(차조)과 보리농사를 많이 지었다. 차조 가루로 가운데 구멍이 뚫린 오메기떡을 만들고 그 떡으로 오메기술을 빚었다. 오메기술은 청주의 일종이다. 하지만 쌀보다 많이 재배될 뿐 차조도 귀한 곡식이었기에 오메기술도 귀한 술이었다. 그래서 제사 때 사용하는 제주나 약용 그리고 집안의 잔칫날에 주로 마셨다고 한다. 또 오메기술에 참기름, 꿀, 생강, 달걀노른자를 넣어 오합주를 만들어 약으로도 마셨다. 제주도의 전통 증류주인 고소리술은 오메기술을 증류해 만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옛날 귀한 오메기술을 증류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고소리술은 주로 겉보리나 고구마 등으로 만들었다. 고소리란 의미가 소줏고리의 제주 방언이고, 고소리로 만든 술은 재료와 상관없이 모두 고소리술이었다. 사실 북한이나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도 좁쌀로 소주를 빚었고 (지금은 그 맥이 다 끊겼지만) 전남 해남에 좁쌀 소주곡이라는 전용 누룩으로 빚은 좁쌀 소주라는 해남 향토주도 있다. 현대에 와서는 오메기술을 증류해 고소리술을 만들고 있다. 고소리술을 빚는 곳이 제주에 두 곳 있다. 먼저 성읍에 있는, 지난 2021년에 작고한 김을정 명인의 '제주 술익는 집'이다. 1888년 태어나 102세까지 장수한 고(故) 이성화 할머니로부터 술빚는 법을 전수받은 며느리 김을정 명인은 1990년에 오메기술(제주 무형문화재 제3호), 1995년에는 고소리술(제주 무형문화재 제11호) 기능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30년 넘게 전통주 보존과 기술 전승에 힘써왔고 2017년에는 명예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김을정 명인의 작고 후 오메기술은 명인의 딸인 강경순씨가 기능보유자로 명맥을 잇고 있으며 강씨는 2015년에는 대한민국 식품명인으로 지정받았다. 또 고소리술은 김을정 명인의 며느리인 김희숙 제주 술익는 집 대표가 그 전통을 이어받았다. 김 대표는 고소리술 계승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고 2018년 전통식품명인으로 지정받았다. 또 한 곳은 애월에 있는 '제주샘주'다. 제주샘주의 김숙희 대표는 예전의 방식은 고수하되 새로운 것을 접목하려는 시도를 계속해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제주의 술을 재탄생시켰다. 예를 들어 고소리술도 처음엔 좁쌀 57% 쌀 43%의 비율로 술을 빚었다가 현재는 좁쌀 10%, 쌀 90%로 빚고 있다. 향토음식점을 운영하던 김 대표는 맛깔나는 제주의 음식과 곁들일 훌륭한 전통주를 살리기 위해 2005년에 양조장을 인수한 후 20여년째 운영하고 있다. 힘겹게 고소리술을 빚던 어머니를 보고 자란 김 대표는 자신 만큼은 술을 빚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거스를 수 없는 운명으로 현재도 고소리술을 빚고 있다. 기존 40도의 고소리술이 높은 도수의 술이라 거부감을 갖는 분들을 위해 40도 외에 29도의 고소리술도 출시했다. 오메기술(13도, 15도)도 빚고 있고 그 외 제주 농산물을 이용한 여러 술도 생산한다. 쌀과 귤피로 만든 니모메(11도), 한라산 산양산삼, 하수오, 구기자로 만든 세우리(45도), 제주 감귤과 벌꿀로 만든 바띠(21도)도 만들고 있다. 두 곳의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의 모습은 전통과 퓨전을 모두 갖고 있다. 두 곳의 술 모두 제주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다음 세대로 전승을 준비하고 있다. 신종근 전통주 칼럼니스트 ▲ 전시기획자 ▲저서 '우리술! 어디까지 마셔봤니?' ▲ '미술과 술' 칼럼니스트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K-VIBE] 신종근의 'K-리큐르' 이야기…제주도의 전통주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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