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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honey] 서늘한 고원을 찾아서 ① 태백산국립공원과 숨은 여행지
2026-07-28 09:42:01최종 업데이트 : 2026-07-28 08:00:05 작성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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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서울 도심보다 10도가량 기온이 낮은 평균 해발 700∼800m의 강원도 태백은 대표적 여름 피서지다. 특히 태백산국립공원은 여름 태백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핵심 명소로 꼽힌다. 해발 900m에 자리한 하늘전망대에서 탁 트인 산세를 조망한 뒤, 별이 쏟아지는 당골야영장 캐러밴에서 서늘한 하룻밤을 보내면 완벽한 피서가 된다. 이에 더해 인근의 한적한 목장 카페와 현지 숨은 맛집 탐방을 연계하면 더욱 알찬 여름휴가를 완성할 수 있다. ◇ 태백산국립공원 10년 역사를 대표하는 하늘전망대 우선 요즘 알음알음 뜨고 있다는 태백산국립공원 당골지구의 하늘전망대로 향했다. 태백산의 짙푸른 상록수 사이 공중 위로 조성된 하늘탐방로는 평균 경사 3.6도의 완만한 무장애 길이다. 휠체어나 유모차도 편안히 오를 수 있어 숲 향기를 맡으며 산책하듯 태백산의 자연을 즐기기 좋다. 탐방로의 끝에는 하늘전망대가 있다. 짙푸른 상록수 공중 위로 나선형으로 난 데크길이 피사의 사탑처럼 서 있다. 곧 맨 위층으로 오를 것 같았지만, 걸어도 걸어도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았다. 마음을 고쳐먹고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기자 어느새 33m 높이의 전망대에 닿았다. 정상에 서니 태백산의 주요 봉우리와 끝없이 펼쳐진 산자락이 한눈에 들어오며 가슴이 탁 트였다. 9월 말까지는 저녁 8시까지 연장 운영해 해가 저무는 시간까지 머물 수 있다. 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기울자 하늘과 산자락이 붉게 물들며 황홀한 석양이 펼쳐졌다. 낮과는 다른 신비롭고 고즈넉한 풍경 앞에서 한동안 넋을 잃었다. 전망대의 촬영 키오스크에서 노을과 태백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뒤 탐방지원센터에서 500원에 인화하면 특별한 기념품도 남길 수 있다. 주변에는 그물 놀이터와 미니 집라인, 몰입형 콘텐츠를 갖춘 동굴영상관도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잘 어울린다. 2024년 개장 이후 17만 명이 넘는 탐방객이 다녀간 이유를 아름다운 일몰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누구나 편안하게 올라 태백산의 낭만적인 석양을 마주할 수 있는 하늘전망대는 태백산을 대표할 명소 중 하나가 될 것 같았다. 태백산국립공원 승격 10주년이 되는 올해라 더욱 뜻깊다. ◇ 야생의 당골에서 최신식 소도야영장으로 태백산의 당골야영장은 개인적인 추억이 있는 장소다. 캠핑이라는 말조차 낯설던 20여 년 전, 이곳은 화장실 몇 칸만 놓인 소박한 자연 발생유원지였다. 오십천으로 플라이낚시를 갈 때면 전나무 숲 사이에 거실형 텐트인 '리빙셀'을 친 뒤 베이스캠프로 삼곤 했다. 세월이 흘러 다시 찾은 태백산 자락에는 수십 대의 캐러밴이 줄지어 선 최신식 야영장이 들어서 있었다. 처음에는 당골야영장이 크게 달라진 줄 알았지만, 이곳은 인근에 2023년 새로 문을 연 소도야영장이었다. 야영장은 총사업비 84억5천만원을 들여 3만1천700㎡ 규모로 조성됐다. 자동차 야영지 48면, 캐러밴 20동, 캐러밴 전용 야영지 14면 등 모두 82개 영지를 운영한다. 해발 약 860m의 고지대에 있어 여름에도 시원하고,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기시설과 개수대, 코인 샤워장,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잘 갖췄다. 캐러밴에는 침대와 식기류, 화로대, 간이테이블 등이 마련돼 있다. 침구는 직접 준비해야 하지만 관리소에 문의하면 대여할 수도 있다. 내부는 의외로 넓었다. 맨 앞에 퀸 침대 크기의 침대가 있었고 가운데에는 테이블과 주방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맨 뒤쪽 화장실 겸 샤워실도 깔끔했고, 그 옆에는 2층짜리 싱글침대 2개가 아래위로 자리 잡고 있어 대가족이 머물기에도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밤에는 짙은 구름 사이로 별빛이 드러났다. 주변에서는 가족 단위 캠퍼들이 캐러밴 곁에서 바비큐를 굽고 있었지만, 출장길에 오른 '생계형 캠퍼'의 저녁은 샌드위치와 과일이 전부였다. 그래도 별빛 아래서 먹는 소박한 한 끼는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새벽까지 열심히 별 사진을 찍고는 꿀잠을 잤다. 에어컨을 끄고 바깥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맞으며 잠든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야영장은 당골탐방로와 하늘전망대 산책로에 가깝고, 태백석탄박물관 등 주변 관광지와도 연계하기 좋다. '2023년 공공 우수 야영장'에 선정됐으며, 개장 이후 2026년 6월까지 누적 이용객은 5만4천729명을 기록했다. 이튿날 태백산을 가볍게 오른 뒤 석탄박물관에 들렀다. 입구의 석탄 열차를 바라보며 어두운 갱도로 향했던 광부들의 삶을 떠올렸다. ◇ 우리가 몰랐던 태백 야영장을 뒤로하고 태백 시내로 접어드는 길목, 낯선 간판 하나가 눈길을 붙잡았다. 꽃사슴을 방목한다는 이색 카페였다. 본래 사슴 목장이던 널찍한 부지를 카페로 꾸민 곳이었다. 음료를 주문하고 뒷문으로 나서자, 더위를 피해 문턱까지 찾아온 꽃사슴 한 마리가 새초롬히 앉아 있었다. 앙증맞은 자태에 사람들은 연신 셔터를 누르며 탄성을 터뜨렸다. 일본 나라현에서 숱하게 보았던 사슴이지만, 맑은 눈망울을 지닌 순한 생명체와 교감하는 일은 언제나 따뜻하고 고맙다. 언덕길을 오르다 나무 그늘에 홀로 쉬는 사슴도 만났다. 사람을 피하지 않아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한쪽 발굽이 없는 녀석이었다. 조용히 그늘을 지키는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짠해졌다. 혼자 무리와 떨어진 외로움을 달래주려는 듯 사슴 몇 마리가 주변을 서성거렸다. 전망대 쪽 언덕에는 사슴 무리가 평화롭게 모여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조심스레 다가갔지만, 작은 인기척에도 화들짝 놀라 저만치 달아났다. 고원 도시 태백에는 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명소가 많다. 그중 으뜸은 단연 용연동굴이다. 해발 920m에 자리한 국내 최고지대 석회암 동굴로, 연중 서늘한 기온을 유지한다. 바깥 기온은 25도 안팎이었지만 동굴 내부는 12.5도에 불과했다. 굴 안에 들어서자 시원함을 넘어 오싹한 한기가 밀려왔다. 사방으로 뻗은 거대한 지하 세계의 위용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유난히 뜨거운 여름, 이만한 피서지가 또 있을까 싶었다. ◇ 장성, 석탄 시대의 마지막 증언 태백은 이제 친숙한 여행지가 되었지만, 여전히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 곳이 있다. 대한민국 석탄 산업의 상징이었던 장성광업소가 자리한 장성동이다. 1936년 개발을 시작해 한때 종사자가 5천 명을 넘었던 장성광업소는 2024년 6월, 88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았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차량과 사람들로 붐볐으나 국내 최대 규모 탄광의 폐광과 함께 지역에는 짙은 고요가 내려앉았다. 화려한 관광지는 없지만, 장성에는 석탄 산업이 빚어낸 삶의 흔적과 광부들의 애환이 밴 음식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연탄불 고추장 불고기다. 장성시장 인근의 한 식당에 들어서자 주인이 벌겋게 달아오른 연탄을 테이블에 올려줬다. 석쇠 위에 양념한 고기를 올리자 기름이 자르르 끓으며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양념 고기는 직화에 쉽게 타기 마련이지만, 이곳의 고기는 타지 않으면서도 불 향을 깊이 머금었다. 20여년간 자리를 지켜온 주인장은 정육점 운영 경험을 살려 좋은 고기를 고르는 것이 비결이라고 했다. 고된 노동을 마친 광부들의 허기를 달래고 목에 밴 탄가루를 씻어주던 음식이 이제는 여행객의 입맛을 붙든다. 장성동의 또 다른 흥미로운 장소는 태백경찰서다. 시내 중심부가 아닌 이곳에 본서가 자리한 까닭은 한쪽에 우뚝 선 '태백경찰서 망루'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이 망루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대 초, 북한군과 무장 공비의 침투를 막기 위해 세운 방어 시설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의 원통형 콘크리트 건물로, 사방의 창을 통해 장성 시내와 하천, 경북 봉화 방면의 국도까지 감시할 수 있었다. 바닥의 구멍과 사다리를 통해 층을 오르내려야 하는 투박한 구조지만, 전쟁과 이념 대립으로 얼룩진 현대사의 흔적은 선명하다. 치안과 방어가 절박했던 시절, 망루와 태백경찰서가 장성동에 뿌리내릴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맥락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6년 8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 ![]() [여행honey] 서늘한 고원을 찾아서 ① 태백산국립공원과 숨은 여행지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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