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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그 별명이 상처가 됐다니...
친구가 고교 졸업때 가장 기뻤던 이유
2012-10-29 10:54:51최종 업데이트 : 2012-10-29 10:54:51 작성자 : 시민기자   이기현
"야 임마. 나, 고등학교 졸업했을 때 제일 기뻤던게 뭔지 아냐?"
"대학 입학한거냐?"
"아니. 내 별명 알지? 이제는 그거 안들을수 있어서 그게 제일 좋더라"

작년말 망년회때 고등학교 동창들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러고 보니 거의 1년은 된 것 같다.
다함께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망년회 가분을 내던중 학창시절 별명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중에 '개밥그릇'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친구와'양푼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개밥그릇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는 고등학교 1학년때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던중 실수로 밥풀떼기 몇알을 책상에 떨어트린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몇알의 밥풀떼기도 아버지가 힘겹게 농사 지어서 만든 쌀알로 지은 밥이니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그걸 손으로 주워 입에 넣고 꿀꺽 삼켰다는 것이다.

미안하다, 그 별명이 상처가 됐다니..._1
미안하다, 그 별명이 상처가 됐다니..._1

그 장면을 우연히 본 다른 친구가 "너는 개처럼 더럽게 그걸 주워 먹냐. 낄낄낄"이라며 비웃었고 그 일로 그 친구와 한바탕 주먹질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 후 본의 아니게 이 친구는 별명이 하루아침에 개밥그릇이 되었고, 그 별명은 고등학교 3학년을 마치는 날까지 고교 동창생 모두에게 마치 본명처럼 불리웠다는 것이다.

물론 본인은 그 별명이 마음에 들었을 리 만무였지만, 그러나 철 없는 고등학생 시절이니 그런 별명 부르지 말라고 해 본들 60명씩 7개반 420명이나 되는 전학년에게 그 말이 통할리 없고 통제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가고, 유언비어는 한순간에 퍼지듯이 그렇게 별명이 고착화 되어 이 친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까지 말을 안했을뿐이지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이 친구는 당시에 그 별명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에 대한 고백과 함께, 고등 졸업후 그 별명 안들은게 가장 행복했다고 말할 정도이니 그 상처의 깊이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술 한잔씩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지난날을 우스갯소리로 말하고 듣기에는 주제가 상당히 무거웠다. 왜냐 하면 그 주위에서 친구의 고백을 듣는 다른 동창생 모두 그 친구의 가슴에 상처를 준 '공범'들이었기 때문이다.

좌중의 한 친구가 "짜식, 고등학교때 별명이야 다 있는거지 뭐. 나도 양푼이였잖아 암마. 나는 아무렇지도 않던데 뭘"이라며 위로하려 했지만, 그건 옆에서 듣기에도 위로가 될수 없었다.
왜냐면 말이란 듣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의도가 천지차이로 변하기 때문이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지만 말은 한입 건너고 두입 건너면 거칠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옥중에 발설지옥이라는 말이 있다. 거짓말 비난을 많이 한 사람은 지옥에서 혀를 뽑히는 형벌을 받는다는 얘기다.
말이라는게 그렇다. 비난하거나 욕하거나 일부러 힐난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빚을 진 사람이 이제부터 빚지지 않는다고 해서 과거 빚이 탕감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래서 말이라는 것을 조심하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 상대방을 비난한 것에 상응하는 칭찬을 하면 상쇄되는 것이지만 3년 내내 원치 않는 별명을 들어야 했던 스트레스는 어디에 하소연도 할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청소년들 사회에서는 왕따와 학교 폭력이 줄어들지 않아 학교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가운데 고민하는 학생들이 적잖을 것이다. 이런 경우들 역시 직접 때리는 것도 문제지만 이 친구가 3년 내내 별명 하나만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던것처럼, 그런 말 한마디로 인해 바보 취급 당하고, 왕따를 당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정에서 부모들이 우리 자녀들에게 항상 이렇게 가르치자. 
"네가 지금 한 말은 그냥 입 밖으로 내는 한마디의 말이지만, 그게 네 친구에게는 씻을수 없는 상처를 줄수도 있고, 또한 그게 씨앗이 되어 그 친구를 영영 왕따의 대상이 되도록 만들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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