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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 수원 옛 중심거리 걷자
2013-10-12 12:06:41최종 업데이트 : 2013-10-12 12:06:41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눈물 나도록 투명한 가을 햇살이 아침마다 속삭인다. 거리로 나가보라고. 
그리하여 청청한 하늘아래 따사로운 햇살과 바람과 사람냄새 그윽한 팔달문 거리로 나선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 바람처럼 선선하고 상쾌한 바람이 그물망을 통과하듯 나의 몸을 스쳐지나간다. 으라차차, 걷기 좋은 이즈음이다.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지난달 '도심산책'으로 이름을 떨친 장안· 화서문로 생태교통거리다. 사람들이 날마다 움직이는 길이라지만 이 길만은 참 특별하다. 예전엔 음습하여 한낮에도 혼자 걷기 꺼려지는 어두운 길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 두 사람만이 지나칠 수 있는 좁은 골목길도 사랑스런 벽화들과 꽃들이 수호천사처럼 맞이해 주어 전혀 무섭지 않은 길이다.

청명한 가을, 수원 옛 중심거리 걷자_1
장안 화서문로 거리

9월 한 달간 매일같이 걷고 또 걷던 길이다. 여전히 그 집, 그 꽃길이 자리해있다. 
다만 바뀐 점이 있다면 차들이 골목마다 주차해있고, 대로엔 소형차들과 오토바이 등 크고 작은 교통수단이 중심도로를 씽씽 통과한다는 것이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예쁜 간판사진을 찍다 화들짝 놀라 멈칫한다. 지난 한 달 간 차 없는 거리로 조성되면서 아무 곳에서나 자리 잡고 담소를 나눌 수 있었던 습관으로 차가다니는 길이란걸 잠시 잊고 있었던 탓이다. 그리고 또 하나, 상가도 거리도 인적이 뚝 끊겼다. 차가 다니니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거리가 조용하다. 

청명한 가을, 수원 옛 중심거리 걷자_2
구도심산책 중에 만난 한옥 공사장. 오는 11월 말 입주예정이란다

"심심하고 외로워 죽겠어요. 한 달 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참 재미있었는데.....주말만이라도 다시 차 없는 거리축제로 상설화해서 사람들이 북적이는 마을로 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어요. 다음 주에 주민들이 만나 강구책을 찾기로 했는데, 아마 이런 의견들이 오갈 것 같아요." 
화서문로에서 핸드드립 커피와 도자공방을 운영하는 한 상인의 이야기다. 그의 말대로 한 시간 동안 그곳에 앉아서 거리를 살펴보니 간간이 택시와 자가용만 지나가고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한적하다. 주민들 공청회를 통해 마을의 활기를 이어가야 한다. 이미 기반시설은 잘 가꾸어져 있으니.

오랜만에 행궁동 벽화골목길로 들어선다. 며칠 전 찾은 팔부자 거리를 다시 스케치하고 원도심 속 보물 같은 공간인 '대안공간 눈' 골목으로 향한다. 
이 길은 정말 오래간만이다. 몇 달간을 생태교통거리를 누비느라 그간 찾지 못했으니 말이다. 약간의 변화가 곳곳에서 보인다. 서각 집 주변이며 곳곳의 벽화들이 새로운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팔도 방방곡곡 마을 벽마다 그려진 벽화라지만 이곳의 그림들은 깨알재미가 있다. 미치도록 사랑스런 그림들이 있는가하면 추상적인 혹은, 단순한 미덕을 지닌 그림들이 공간마다 다 다르다. 그러니 느리고도 자세히 보아야 한다. 이곳만의 특성으로 빛나는 그림들이 있으니.

청명한 가을, 수원 옛 중심거리 걷자_3
행궁동 벽화거리

정(靜)적인 면을 추구했으니 이제부턴 동(動)적인 공간을 찾아간다. 수원천변을 따라 9개 시장이 몰려있다는, '왕이 만든 시장'이라는 팔달문 시장을 찾아 나선다. 본격적인 시장 호흡에 앞서서 천변거리 골목으로 들어선다. 완전한 시장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이곳은 그야말로 나이 지긋한 어머님들이 이고지고 나와 판을 벌이는 자연적인 장거리다. 손수 다듬은 실파와 시금치가 정렬해 있고, 실한 총각무가 어머님 책상다리 거리만큼 쌓여있다. 그것만 다 판다면 오늘 장사는 끝이고, 딱 그만큼만 이익을 남기는 정겨운 풍경이다. 

청명한 가을, 수원 옛 중심거리 걷자_4
시장 풍경

사람들의 숨결에서 정(情)이 폴폴 날리는 어머님 시장거리를 뒤로 하고 진짜 장판으로 들어선다. 
지동교 입구부터 생명력이 꿈틀거린다. 이곳은 언제나 밝고 환해 발을 딛는 순간부터 속세의 걱정을 잊게 한다. 머리를 맑게 해주는 공간이다. 모두가 사람들의 살아있는 움직임덕분이다. 생동감 그 자체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니 지친 신심이 스르르 치유된다. 
수원의 명소, 팔달문 시장은 어느 순간 거대한 생활공동체가 되어버린다.
가을 하늘 아래서 걸으며 즐긴 팔달문 거리! 사람들의 기(氣) 듬뿍 받으며 걸으니 몸과 마음이 가볍기만 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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