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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 시루봉 오르는길
2013-10-14 00:01:59최종 업데이트 : 2013-10-14 00:01:59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누릴수 있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는건 참으로 큰 행복이다. 따사로운 햇살, 아른거리는 아지랑이와 함께 기분 좋은 나른함을 느낄수 있는 봄, 뜨겁지만 강렬함으로 인해 열정적인 생동감을 맛 볼수 있는 여름, 기분 좋은 서늘함으로 상쾌함을 선물해주는 가을, 쨍하게 추운날의 팽팽한 긴장감을 안겨주는 겨울. 

그중에서도 가장 기분 좋은 계절은 역시 가을이다. 여름날의 뜨거움으로 인해 늘어져 있던 몸과 마음을, 서늘한 가을 바람으로 살짝 긴장 시키며 풍요로운 벌판을 펼쳐 보이는 가을이 최고인 것이다. 하늘은 높고 깨끗하며 구름이 둥실 둥실 떠 다니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보인 휴일,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 아까와서 광교산을 오르기로 한다. 

광교산 시루봉 오르는길_1
광교산 시루봉 오르는길_1
 
산행하기에 최고로 좋은 날씨인지라, 반딧불이 화장실 쪽으로 오르는 코스는 오가는 사람들에 치어서 제대로 산행의 맛을 느낄수 없을 것 같기에, 우리는 다른 쪽의 산행코스를 찾아 보기로 한다. 지지대 쪽에서 오르는 길을 선택하고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데, 이미 주차장은 가득 차서 이곳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코스임을 알게한다. 
산행의 시작점은 굉장히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으로,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벌써 숨이 차 오른다. 그것도 잠시, 조금 더 오르니 이제야 제대로 된 산길이 나타난다. 하지만 잠깐의 고난이도 코스로 인해 이미 남편은 지쳐 가는 중이다. 거기에다 우리 두 사람의 식량까지 짊어지고 있으니, 힘들어하는 폼이 이미 몇 시간 산행을 한사람 같다. 

광교산 시루봉 오르는길_4
광교산 시루봉 오르는길_4
 
잠시 쉬면서 남편의 체력을 회복 시켜야 할 것 같아 첫 번째 나타나는 벤취에서 잠깐 쉬어가기로 하고 길을 멈춘다. 
배낭속의 짐도 줄여야 할 것 같아서 무거운 것부터 먹기로 하고 사과를 꺼낸다. 집에서 먹을거리를 준비하면서 남편보고 사과와 오이를 챙기라고 했더니만 집에 있는걸 다 담아서 배낭을 들수도 없을정도로 만들었길래, 그나마 몇 개씩 덜어놓고 왔던 상태다. 

깎지 않은 사과를 보니 반으로 쪼개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지금껏 한번도 성공 해본적이 없는 기술이다. 단단한 종류의 사과가 아니고 약간 부드러운 종류의 사과라 시도를 해 보지만 역시 이번에도 실패다. 내가 실패한 사과를 남편이 가져가더니 바로 둘로 쪼개버린다. 내가 요령이 없는건지, 힘이 없는건지 모르겠다. 
사과를 잘 쪼개면 연애를 잘한다는 말이 있어서 기를 쓰고 쪼개볼려고 애써도, 지금까지 한번도 성공하지 못한 야속한 사과를 그냥 입으로 가져가서 먹는걸로 복수를 해준다. 

감자를 갈아 넣고 부추와 호박, 양파, 청양고추까지 넣어 부친 부침개도 맛있게 먹고, 커피도 한잔씩 마시고 일어나니 배는 든든하고 배낭은 훨씬 가벼워져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이다. 반딧불이 화장실쪽에서 올라갔으면 형제봉을 갔겠지만, 이번에는 시루봉 정상을 가보기로 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주차장에는 주차된 차량이 꽤 많았는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많질 않아서 여유롭게 산행을 즐길수 있다. 
지지대에서 시루봉까지의 거리가 6.9Km 라고 나와 있었던 걸로 봐서는 아직은 시루봉이 한참 더 가야 할 것 같은데, 산을 오르다 보니 정상인듯한 봉우리가 나타난다. 정상인가보다 라고 말하는 소릴, 지나가던 사람이 듣더니, 정상은 한참을 더 올라가야 한다고 말해준다. 

시루봉은 아니지만 그래도 산 중턱쯤 되는곳이려니 생각하며 오른 곳은 놀랍게도 통신대 헬기장이다. 
지난 봄, 직장 동료들과 광교산을 오를 때, 산행에 초보인 동료를 위해 선택했던 코스로, 그때는 13번 버스종점에서 시골길처럼 시멘트 포장된 넓은 도로를 따라 올라오는 길에서 통신대 헬기장을 만났다. 
거기까지 오는 길은 산행이 아닌, 그냥 시골길을 산책하는 것처럼 느꼈었고 헬기장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산을 한참 올라왔는데 그곳이 겨우 헬기장이었다니 절로 웃음이 난다. 

광교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숫자를 세기 위한 계수기가 있어 작동을 하는지 들여다보니 이미 고장난지 오래된듯하다. 
이쪽 저쪽의 코스로 산행중인 많은 사람들이 헬기장 벤취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그중에는 방금전 올라오면서 만난, 자전거로 산길을 달리던 분도 계신다. 
내 한 몸 이끌고 걷기도 힘든 산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게 신기해서 감탄하다 얼른 카메라를 꺼냈는데, 이미 자전거와 함께 사라진뒤라 사진찍기에 실패다.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중에는 자전거 탄 아저씨외에도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도 있으며, 친구끼리 다정하게 오신분들도 있다. 무엇보다도 부부가 함께 산행중인 분들이 가장 많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부부가 함께 같은 곳을 향해 나아간다는건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다. 옆에 있는 남편의 모습을 흐뭇하게 한번 바라보고 다시 시루봉을 향해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광교산 시루봉 오르는길_2
광교산 시루봉 오르는길_2
 
점점 지쳐가는 남편은 거북이 걸음이다. 남편을 달래서 오르는길에 만난 이정표에 억새밭이라고 쓰여있다. 억새풀이 풍성한 억새밭을 기대하며 발걸음이 빨라진다. 그런데 내눈 앞에 펼쳐진 억새밭은, 밭이라고도 할수 없는 빈약한 화단정도이다. 
실망감과 함께, 초등학교에서 실습삼아 가꾸는 정도의 자그마한 규모의 억새밭이 한편으로는 정겹기도 하다. 억새밭을 지나고 노루목대피소도 지나 드디어 도착한 시루봉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기위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린다. 

산이 좋아 산을 오르는게 아니라 인증샷을 찍기위해 오르는것 같은 생각도 들어 줄서 있는모습의 내가 조금은 민망스럽고 우습기도 하지만, 그것이 또한 산행의 맛이며 오래도록 남을수 있는 기록이기에 기다림 끝에 드디어 남편과 번갈아 가며 인증샷을 찍고, 산아래 풍경을 보기위해 내려다 본다. 

광교산 시루봉 오르는길_3
광교산 시루봉 오르는길_3
 
그런데 나무에 가려서 산아래 풍경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산아래 풍경대신 노랗게 피어난 고들빼기꽃과 눈맞춤하고 시루봉을 내려온다. 내려오는 길에도 남편은 여전히 힘들다며 투덜거린다. 배낭에 가득 담아 가지고 온 먹거리들을 다 먹었음에도, 맛있는걸 사줘야 기운이 나서 산을 내려갈수 있을거라는 남편에게 가을추어탕을 사주기로 하고 달래면서 산길을 내려온다. 

왕복 다섯시간이상이 소요된 산행이라 산아래로 내려오니 벌써 컴컴하다. 한때는 날마다 산을 오르던 남편이지만 오랜만에 하는 산행이 많이 힘들었던지 먹고 싶다던 추어탕도 미루고 바로 집으로 향한다. 평범하지만 소중한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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