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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산의 보물은 습지
길위의 학교 칠보산에서 진행
2013-10-14 17:42:16최종 업데이트 : 2013-10-14 17:42:16 작성자 : 시민기자   이경

칠보산의 보물은 습지 _1
칠보산에 오르다

10월 12일 토요일 ' 길위의 학교' 세번째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다.
지난주 광교산둘레길에 이어 이번주는 칠보산 답사로 진행된다는 문자가왔다.
출발장소는 호매실동에 위치한 도토리교실. 아침 9시 30분. 13-1 번 버스를 타고 칠보산입구에서 하차하면 된다.

그런데 도토리교실? 여긴 뭐하는곳일까? 도토리 주워오면 도토리묵 만들어 보는 곳인가?
칠보산? 보물이 일곱개라서 칠보산인가? 원래는 여덟개였는데 황금닭을 잃어버려서 칠보산이라고 했다던데 뭔 보물이 일곱개나 되는지, 욕심많은 산이네. 생각이 꼬리를 문다. 오늘안에 다 해결되겠지 뭐.

버스정류장에 내려 한참을 서성거려도 이정표가 없다. 잘못내렸나?, 어느방향으로 걸어가야하나 우왕좌왕하는데 멀리서 스텝한분이 뛰어오신다.
"학습관에서 오셨나요?"
"네~~"큰소리로 대답하고 왜 이정표가 없냐고 따지듯 물었다.
"그러게요. 원래 없던데요."

담장에 호박넝쿨이 보이고, 마당에 널어놓은 콩 꼬투리가 소박하게 보이더니  허름한 농가주택에 간판이 보인다.
'칠보산  도토리교실'
살이 포동하게 찐 고양이 한마리가 늘어지게 아침잠을 자는 마당이 있는 오래된 집. 여기저기 둘러봐도 사람이 살만한 흔적은 보이지않는 이집이 환경교육센터란다.

뒷켠엔 아이들이 만들고간 목공예 작품들이 있고,  시골출신답게 익숙한 농기구들을 발견했다. 좀 지저분하고 정리가 안된듯한 집주변과 안을 샅샅이 훓어보았다. 교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지켜야할 주의사항이 적힌 메모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 도토리교실의 정체를 알것같다. 

칠보산의 보물은 습지 _2
칠보산 도토리교실

잠시후 대표이자 오늘 칠보산 답사의 책임자인 류현상님이  도토리교실소개와 오늘 일정, 참여자들의 소개를 진행하신다.
웃어도 웃는 얼굴, 가만히 계셔도 웃고있는 듯한 인상의 대표님은 조금은 쑥스러운듯  말문을 이어가신다.
왜 이정표가 없는지, 자가용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참가하라는 안내를 했는지 알아듣기쉽게 설명해주셨다.

칠보산의 역사, 숨겨진 이야기들, 빠질 수 없는 환경생태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재밌기도하고,  때론 안타깝기도하고 그랬다. 헐떡거리며 산을 오르는데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아주 힘차게 몰아온다. 
얼마만에 산바람을 맞는거지? 햇볕은 따가운데 바람은 약간 선선하고 습기가 있다.
전형적인 가을바람이고 산바람이다. 
"산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대표님은 열심히 설명하시고 난 속으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수업시간에 딴짓하는 학생. 꼭 있다.

239m 칠보산 정상은 생각보다 낮았지만 광교산에 비해서 모래가 많아 미끄러웠다. 참석자중 한 분이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가 났다.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셨는데 피를 보셨다.
유난히 바위도 많았다. 가진바위, 안개바위, 통바위, 재상바위등 각각의 사연들도 넘쳐났다.
이거 다 기억해서 애들한테 들려줘야하는데 큰일났다. 바람이 너무 강했나보다. 모든 사연들이 날아갔다.

각자 싸온 도시락을 먹는 점심시간엔  '오병이어의 기적'이 나타났다. 난 먹다남은 빵조각과 사과 반쪽이 전부였는데 김밥과 배 두조각을 더 먹었다.  도시락을 준비하지못한 참석자도 넉넉하게 먹고 만족하는 시간이 되었다.

칠보산의 보물은 습지 _3
습지에서 만난 키큰 산국

대표님은 환경지킴이로써  습지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어릴적 산에서 놀다 물기많은 곳에 빠진 적이있는데 그때 신발이 너무 깊게 빠져버리는 경험이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분명 땅이었고  풀들도 많아서 생각없이 뛰어들어갔는데 갑자기 푹 땅이 꺼져버리더니 움직일수록 더 빠져든다. 이게뭐지? 같이 간 동생이 막대기로 날 끌어내고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던 그땅. 지금 생각해보니 습지였다. 

농사짓기 애매한땅, 쓸모없는 땅이라 구박받는 습지는 보호받아야 할 땅이라 강조하신다.
한번 사라지면 다시는 회복될수없는 습지. 그속에서 수많은 식물과 동물들이 삶을 이어가고있음을 확인시켜주셨다.  규모가 작아서 실망하던 찰나에 키큰 산국이 우리 참석자들을 반겨주었다. 아쉬움에 발길을 돌리지못하고
사진찍는 분들이 훼손하고간 그 장소에서 한참을 머물며 설명을 들었다.
몰랐으면 그냥 지나쳤을 그곳에서 우린 많은 이야기들을 귀담아들었다. 

마지막으로 도토리교실에서 두꺼비 개구리를 살리기위한 무농약 논을 찾았다. 국민학교 다니던 시골길에서 갑자기 두꺼비가 나타나면 '얼음'처럼 굳어져버렸다. 아이고~징그러운 놈아~빨리 가버려. 두꺼비는 바쁘지않았다.
걷다가 자다가 날 놀렸고 그런 두꺼비는 이세상에서 없어야할 파충류라고 단정지었다. 
지금도 반갑지는 않다. 그래도 멸종되는데는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논에 도착하니 웃음이 난다. '피'를 뽑지않아 게으른 논이구만. 그런데 대표님은 피도 생명체라고 변명하신다. 벼 사이사이 살펴보니 피도 많고 각종 식물들이 어지럽게 숨어있다. 모내기전 농약 두병이면 깨끗해졌을 논바닥..개구리며 두꺼비가 찾아올만하구나 생각하니 변명이 해결되었다. 이삭을 훓어 검정쌀도 먹어보고 하얀쌀도 씹어서 먹어본다. 

칠보산의 보물은 습지 _4
무농약 논을 가보다

초등학생들이 와서 보면 좋겠구나 하는데 중간고사 준비로 바쁜 학생들의 눈빛이 바로 생각났다.
개념있는 엄마들이 많아지면 좋으련만 아쉽다.  우리아이들 어릴적 여기저기 끌고다니며 체험학습하던 기억이난다. 극성맞은 엄마였지.내가. 탈곡기며 도리깨며 손에 쥐어주고 듣지도않는 설명해가며 목청높였던 나였다. 
대표님을 보니 예전의 내가 자꾸 생각나서 웃었다. 직접은 쑥스럽고 글로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
"수고하셨습니다.고맙습니다."

간만에 논길을  걸어보고, 벼가 익어 고개숙인 모습도 보고, 가을바람 맞으며 들길도 거닐고,,행복을 만끽하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일곱가지 보물을 가진 칠보산이 우리가까이에 있음을 확인하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여러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온다.
그런데 나에게 보물은 뭐지? 딱히 떠오르는게 없는걸 보니 보물이 필요없는 삶을 살고있지않나 싶다.

다음 네번째 일정은 화서역에서 시작된다. 나는10분만 걸으면 모임장소에 갈 수 있는 곳에 살고있다. 간만에 여유롭게 일정을 시작하니 마음이 여유로와진다. 다시 기대되는 시간이다.  

칠보산 황구지천 도토리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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