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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자신을 읽는 가장 좋은 교본
다시 지리(Jiri, 1995m)를 찾아 떠나다
2013-07-02 16:27:19최종 업데이트 : 2013-07-02 16:27:19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자신을 돌아보는 길, 자신을 더욱 깊이 바라보는 길은 여행 속에서다. 오랫동안 이 곳 저 곳 다양한 공간을 찾아다니며 느낀 나만의 생각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이 자신을 돌아보는 길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일부러 누군가를 위해 안내자가 되었을 때와 홀로 떠날 때의 느낌도 매우 다르다. 

동행을 안내하기 위한 여행과 스스로 떠나는 여행은 분명 다른 맛이다. 이미 가본 적이 있는 곳이라도 그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것도 홀로 떠난 여행에서 더한 감명을 준다. 

어떤 사람들에게 여행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일이다. 특히 아직도 많은 한국 사람들은 여행을 일처럼 떠나는 느낌을 갖는다. 
우선 스마트폰을 들고 노트북을 챙기고 현실과 연결된 고리들을 모두 허리춤에 꿰차고 떠난다. 그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여행이라기보다 일을 조금 덜 하기 위해 반쯤 휴가를 낸 상태다.

여행은 자신을 읽는 가장 좋은 교본_1
오래된 인도에서 생산된 버스들이 위태롭게 네팔 전역을 누비고 있다. 사람과 짐들을 모두 싣고도 힘차게 달린다.

여행은 자신을 읽는 가장 좋은 교본_2
군인이 남,녀가 매우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흙먼지가 날리는 길을 평화롭게 걷고 있었다.

그러니 여행을 떠나시려거든 스마트폰을 묶어두시라. 노트북은 두고 떠나라... 등등 현실의 고리를 끊고 떠나기를 권한다. 
'비상시에...'라는 말이 족쇄가 되는 순간 여행은 없다. 그럼 자유도 없는 것이다. 자유로운 영혼은 히말라야에 깃들지 못한다. 네팔이니까 히말라야를 언급한 것이다. 

한국에서 온 지인을 떠나보내고 이틀 후, 나는 네팔인 화가 람 바하두르 타다(28세)와 함께 지리로 떠나기로 했다. 아침 9시가 넘어 옛 버스정류장(쁘라노버스파크)에서 지리행 버스를 탔다. 
표를 끊고 버스에 타면서 몇 시간 걸리는지 물었을 때 차장은 분명 6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러니까 오후 3시 늦어도 4시에는 도착하는 것이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 맞춤한 좋은 시간에 도착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길을 나섰다.    

옛 버스정류장에는 카트만두에서 네팔 동부로 가는 버스들이 줄지어 길을 낸다. 수많은 버스들은 대부분 인도에서 생산된 오래된 버스다. 
겉으로 보면 타기가 두려울 정도로 훼손되고 망가져서 굴러가지도 않을 것만 같은 그런 상태다. 그런데 어느 곳에서든 잘 정비해내는 조수와 운전기사들 덕분에 꽤 오랜 수명을 유지하면서 네팔 전역을 무대로 활약하고 있다. 참 대단한 버스들이다.

여행은 자신을 읽는 가장 좋은 교본_3
잠깐 멈춘 사이에 정신없이 버스안으로 올라온 장사꾼들이 자신들이 파는 물건들을 목청껏 외치며 삶을 영위해가고 있었다.

여행은 자신을 읽는 가장 좋은 교본_4
달리는 버스 안에서 덜컹거리기까지해서 작살을 든 청년들의 모습을 제대로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윤곽만 흐릿하다. 내게는 매우 신기한 모습이었는데 아쉽다.

네팔인에게 거친 길과 중고버스가 없다면 현대문명과 소통할 길이 사라진다. 그런데 그토록 낡은 버스들이 네팔인들의 희망을 다져내고 있으니 참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거친 길을 왜 굳이 내서 이 버스들이 누비고 다녀야하는가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네팔의 산중 사람들에게 삶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은 말이 된다는 사실을 곧 알아차린다.  

다시 시작된 지리로 떠나는 여행, 현대와 과거가 맞닿은 네팔의 다양한 모습이 첫날부터 눈에 띤다. 버스가 조금 번화한 시내에 들어가면 여지없이 삶의 여과 없는 투쟁 같은 일상을 보게 된다. 

잠시 차가 머무르는 동안 언제인지 모르게 올라탄 작은 토마토 장사에, 오이를 갈라 소금을 뿌려 파는 장사, 물병을 들고 빠니! 빠니! 외치는 장사꾼까지 삽시간에 버스 안의 작은 통로가 번잡한 시장통처럼 복잡하다.

멀리 냇가에서 작살을 든 수렵하는 청년들은 여지없이 여행자를 고대로 떠나게 한다. 다정한 연인처럼 길을 가며 담소를 나누는 남녀 군인의 모습은 인간사 남녀의 사랑을 그려보게도 한다. 
무더운 날 버스에서 다섯 시간을 시달려 차리코트에 도착했다. 오후 세시다. 차리코트에서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버스는 두 시간 후에 출발했다.

지리, 차리코트, 여행의 의미, 한국 사람들의 여행 습관, 네팔, 김형효, 람 바하두르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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