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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은 즐김' 늦기 전 봉사에 나서라!
2013-07-03 09:50:34최종 업데이트 : 2013-07-03 09:50:3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살아가면서 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말한다. 
배려가 뭔가. 타인의 입장이 되어 보라는 뜻일 게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론과 현실의 접점에서 망설이다가 은근슬쩍 넘겨버리기 일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늘 그런 사고방식으로 살았다. 단지 일 년에 몇 번 집으로 날아오는 지로용지 속 일정액(장애인 복지시설)을 보내면서 '나도 남을 도우며 산다'며 은근 자부심을 가졌다. 
그러나 그것도 나의 의지에서 나온 사회적 배려가 아니라 단순히 남편이 오래전부터 관행적으로 추진해온 기부였기에 그간 진정한 배려(봉사)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창피하게도 단 한 번도 장애우 시설에 가보지 않았고 더불어 그것에 대한 사유는 더더욱 해 본적이 없었다. 

'나눔은 즐김' 늦기 전 봉사에 나서라!_2
'나눔은 즐김' 늦기 전 봉사에 나서라!_2

그런데, 올 초 '사랑 실은 짜장스님'으로 유명한 남원 선원사 운천스님을 만나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부끄러운 삶을 살았는지 알게 됐다. 
스님은 우리사회에서 당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천리길도 마다않고 찾아가서 음식보시 공덕을 쌓았다. 
종교를 초월해 천주교나 개신교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과 소년원, 육군부사관학교, 노인정, 재난지역 할 것 없이 기쁨마음 하나만으로 씩씩하게 달려 가셨다. 

"스님, 지난 30일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2천명, 1일 서울소년원에서 600 명, 그리고 오늘 둘다섯 해누리에서 120명분 짜장면 봉사를 하시는데, 힘들지 않으세요?"
"면을 뽑을 땐 하나도 힘이 안 들어요. 정작 힘든 일은 운전이랍니다. 남원에서 부산, 서울에서 경기도 등 하루에 몇 번씩 장거리 운전을 하다보면 졸음이 쏟아지거든요. 이게 제일로 힘들답니다."

스님의 말씀이 빈말이 아님을, 봉사라는 것이 자기만족으론 최고라는 사실을 스님을 따라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스님은 속가(俗家)의 정이 오롯이 배어 있는 수원에서의 봉사를 올 초부터 시작하셨다. 어느덧 6개월째다. 
이제는 자리가 잡히면서 어린 시절 행복조각들이 남아있는 수원을 비롯해 인근 화성까지 구역을 넓혔다. 시민기자도 한 달에 한번 꼴로 따라 나섰다. 그런데 솔직히 봉사정신이 투철해서 간 것이 아니라 그곳에 있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궁금하여 합류한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이 대단히 창피한 것이란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장애인 혹은 그보다 정도가 더 심한 중증 장애인들, 노인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 낙후된 동네에 거주하는 노인들 등 모두가 우리 이웃이고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지난날 나는 너무나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없이 부끄러웠다.

정확히 일 년의 반이라는 7월2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에 있는 '둘다섯 해누리'에 방문한 날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천주교수원교구사회복지회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시설이다. 이와 비슷한 시설을 몇 번 가본 적이 있는 이목동 '바다의 별'을 떠올리며 별 생각 없이 따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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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에 있는 '둘다섯 해누리' 사회복지법인 천주교수원교구사회복지회

공기 좋은 자연환경 속에 위치한 이곳은 모던한 현대적 건축물과 함께 주변엔 재활승마프로그램이 있는 승마장까지 갖춘 대단히 큰 시설에 속했다. 
입소대상은 중증 지적 장애인들과 자폐성장애인들로서 그들에게 필요한 의료재활프로그램이나 생활재활프로그램, 직업재활 프로그램 등 다양했다.   

점심식사시간이 되자 먼저 정도가 심한 중증장애인들이 휠체어에 의지한 채 봉사자들에 의해 들어섰다. 모두가 천진무구한 눈빛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마음껏 젓가락질도 할 수 없는 섭식 장애인들이었다. 밥을 먹여주고 이야기도 나누는 일대일 봉사자들이 그들 곁에 바싹 다가가 머리카락도 쓸어주며 도움을 주었다. 

2차로 들어서는 장애인들이 순식간에 식당 안을 메웠다. 그런데 그들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끊임없이 중얼거렸고, 음식을 식탁 위에 놓고도 무심히 다른 곳을 응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커다란 덩치에 약간은 무서운 눈빛으로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온몸에 피부질환이 생긴 듯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인 사람도 있었다. 넓은 식당은 시끄럽고 번잡하여 어디에다 초점을 맞춰야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곳에 있는 봉사자들은 그들과 가족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듯했다.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불러주고 미소로서 대답하는 등 전혀 경계하는 눈초리가 아니란 점이었다.
"선생님! 일 년 365일 모두가 여기서 식사를 한다고 그러던데 밥시간만 되면 완전 전쟁터라 정신이 하나도 없겠어요."
"무슨 말씀을요. 얼마나 액티브하고 좋습니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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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이곳의 원생들은 물론 근무하는 직원들까지 모두 균형 잡힌 영양보급을 위해 애쓰고 계신 영양사님의 대답에서 난 얼굴이 빨개졌다. 
내가 '정신이 없다'고 표현한 말을 그는 '액티브해서 좋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가위와 젓가락을 들고 액티브하다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면을 자르고 섞어주고 하는데 "선생님! 너무 과한 친절은 그들에게 독이 됩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까지 모두 해주면 영원히 그들은 자립할 수가 없어요"한다. 그의 말에 얼굴이 금세 홍당무가 됐다. 

몰라도 너무 모르는 무지함을 깨달으며 그동안 내가 살아온 삶을 뒤돌아 봤다. 우리사회는 '아름다운 동행'과 '동고동락'이라는 말을 끊임없이 내뱉으며 다정다감한 사회라는 인식을 심어왔지만 기실 그들은 나와는 다른 별천지 사람들로 인식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자주 그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그동안 각박한 세상에서 살았던 탓이려니'라며 애써 위로를 한다. 즐김의 가치와 봉사의 의미를 알게 해 준 운천 스님께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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