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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라고 깔보지 말라?
7순중반의 할머니들도 박스 모으러 리어카 끌고 다니시는데...
2012-07-22 11:06:58최종 업데이트 : 2012-07-22 11:06:58 작성자 : 시민기자   정진혁
어느 날 아침, 수원천에 갔을때다. 장마철에 들어선 수원천은 광교산에서 시집 온 버들개지가 파랗게 잎을 키우고 있었고 곳곳에 식재한 여러 화초와 식물들이 건강하게 잘 크고 있었다. 
주변에는 조깅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애완견을 데리고 와서 함께 걷는 사람들이 보였다. 물줄기가 넘쳐 힘차게 흐르는 수원천 냇물의 소리와 시민들의 건강한 발걸음이 함께 어우러져 진한 여름 내음을 물씬 풍겨내고 있었다. 

한참을 걷는 동안 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어느 노숙인이 시야에 잡힌다. 나는 곧바로 노숙인의 곁으로 용기를 내어 접근해 보았다. 가까이 다가가 본 노숙자는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함께 앉아 있었다. 
대화를 해 보기 위해 인기척대신 헛기침을 해보았다. 그러자 두 노숙인은 내가 무슨 단속 나온 사람으로 착각한 듯 곧바로 앉은 자세를 취한다. 두 사람은 외모로 보아 60대 초반쯤은 되어 보이는 친구사이인 듯싶었다. 

나는 간단한 아침인사부터 나누고, 우선, 어떻게 여기 계시는지 이유부터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두 사람 중 한사람만 대화에 응한다. 
그는 엉뚱하게도 "내가 돈이 없어서 여기서 잠자는 줄 아느냐? 나에겐 월세 25만원짜리 하숙방이 있는데 너무나 심심하고 답답해서 그곳을 버리고 노숙을 택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여기가 공기도 맑고 활동공간도 넓어서 얼마나 좋으냐? 거기에다 흐르는 자연의 물소리는 더욱 기막히다"며 수원천의 운치까지 더해준다. 의외의 답이었다. 

그래도 아무리 자기 숙소를 버리고 노숙인을 자처한 신세라?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노숙인 하면 바닥인생을 뜻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설명은 중단한 채 날더러 비키라고 손짓을 하셨다. 그러면서 노숙자라고 깔보지 말라시며 자식이나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자기생활쯤은 충분히 꾸려 나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하셨다.
물론 내가 그분들을 깔보고 다가선게 아니었다. 

이제 곧 아침 식사 시간이다. "이분들은 밥은 어떻게 해결하지?" 하는 생각을 하며 돌아서던 걸음을 멈칫 하는 순간 뒤에서 "기왕에 만났으니 아침 요기나 하게 몇 푼 있으면 주고나 가시게"라는 말이 들렸다.
주머니에는 혹시나 싶어 들고 온 5천원짜리 두장이 있었다. 많지는 않지만 건네 드리며 "담배나 술 말고 아침 챙겨 드세요, 꼭요"라고 하자 두분은 고맙다며 황급히 일어날 채비를 하신다.  무척 배고팠나보다.
이렇게 해서 노숙인과의 대화는 끝을 맺었다.

대개 '노숙자' 라고 하면 우리의 귀에 익숙하긴 하나 왠지 모르게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불편스런 칭호다. 그리고 노숙자를 일러 거의가 오갈 데 없는 걸인으로 보는 것이 우리네 보편적인 시각일 것이다. 

나는 이럴 때면 '언제쯤 우리사회에 저런 노숙인들이 안보일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그저 걱정스러운 마음만 갖는다. 
그래서 그 두분과 만난 뒤에 얻은 결론은 혹시나 아직은 일할수 있는 건강한 몸이라면 어떤 동정이나 구걸을 기대하기보다는 다시금 꿋꿋이 일어나 어떤 일이든지 해보시길 바란다. 

노숙자라고 깔보지 말라?  _1
노숙자라고 깔보지 말라? _1

연세가 7순 중반을 넘기신 할머니(할아버지도 아닌 연약한 할머니)가 박스와 폐지를 모아 생활하기 위해 그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돌아다니시는 모습은 시내에서 매일 흔하게 보는 일이다. 모든 노숙자분들이 그런 것을 보시고 마음을 고쳐 먹기를 간곡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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