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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질박한 손맛이 들어간 콩밥과 된장찌개가 떠올라
2012-07-20 17:50:37최종 업데이트 : 2012-07-20 17:50:37 작성자 : 시민기자   남준희

지금이야 교통도 발달하고 먹고 살만 해져서 과거 시민기자가 중고등학교 다니던 70, 80년대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부모와 떨어져 살 경우 하숙을 하던지, 혹은 자취를 하더라도 질 좋은 원룸이나 조그만 아파트를 얻어서 자취생활을 하니까.

하지만 그때는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야 했던 나는 아주 힘겨운 자취생활로 학창시절을 보냈다. 식은 밥 한 그릇에 반찬이라고는 김치 하나가 전부였던 배고픈 시절이었다. 
못 입고, 못 먹었던 가난한 시절에 흰 쌀밥은 부의 상징이었고, 꽁보리밥은 가난의 상징이었으니까. 반찬이래야 말리비틀어진 무말랭이, 깻잎 장아찌 정도에 그나마도 집에서 가져온 그것들이 떨어지면 어떤 때는 간장에 밥을 비벼 먹은적도 있고, 또 여름에는 보통 풋고추를 고추장이나 된장에 찍어 먹는 정도였다. 
물론 밥은 물을 말아 먹었는데 그나마 풋고추를 된장 고추장에 찍어먹는 식사는 나름대로 진수성찬 이었다.

며칠 전 부모님 결혼기념일 때의 일이다. 자식들은 밖에 나가 가든이라도 한칸 빌려 식사를 하지고 제안했지만, 어머님은 반대했다. 집에서 식사를 하자면 역시 연세 드신 어머님이 노구를 이끌고 힘드실거라는 염려 때문에 계속 외식을 설득해 보려 했지만, 결국 어머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당신이 하시겠다고 고집을 꺾지 않으셨다.

다들 어렵게 사는거 뻔히 아는데 당신 생신이라고 해서 자식들의 주머니에서 돈 쓰는거 원치 않으시는 마음이셨다. 
결국 어머님의 의지대로 당신이 직접 사오신 갈비와 도가니를 고아 낸 국물에 갈비탕을 끓여내셨다. 흰 쌀밥을 뽀얀 갈비탕에 말아 먹는 맛은 일품이었다. 

그런데 둘째동생 큰 아이가 "할머니, 흰쌀밥 말고 잡곡밥은 없어요?· 그리고 저는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안 된대요."라며 울상이었다. 
제수씨는 아이가 과체중인 탓에 요즈음 다이어트 중이라고 거들며 무안해 한다. 결국 조카아이는 맛있는 갈비탕을 앞에 두고도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다. 아이는 푸짐한 상차림 앞에서도 정작 굶어야하는 것을 보고는 이 큰애비의 어렵던 자취생 시절이 떠올라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부럽기도(?) 하고.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아무리 먹이려 해도 안 먹는 아이들도 있다. 
우리집은 학교에 갈 때 기를 쓰고 아침 식사를 먹게 하려는 부모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침이면 밥을 안먹으려 하는 녀석들 때문에 우리 집도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침을 먹이려는 엄마의 집요함과 갖가지 핑계를 들어 먹지 않으려는 아이와의 전쟁이 그것이다. 보고 있노라면 실소가 절로 나온다. 

예전에 궁핍함을 달래주던 영화도 있었다. 지금은 작고한 영화배우 스티브 맥퀸이 주연한 영화 '빠삐용'이라는 영화가 그것이었다.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죄수 빠삐용이 몇 번의 탈출에 실패해 독방에 갇힌 적이 있었다. 그가 먹는 한 끼의 식사는 충격적이었다. 
빠비용은 붉은 빛이 감도는 멀건 국물에 감방 안에서 돌아 다니는 벌레를 잡아 넣어 먹으며 생의 의지를 불태웠다. 

거기에 비하면 나의 풋고추 식사는 왕의 수라상이었다.
요즘은 배가 고파 밥을 먹기보다는 때가 되면 습관처럼 밥을 먹는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은 이제는 옛말이 되고 말았다. 요즈음 아이들은 배고픔을 모르는 세대이다. 하지만 아이들이나 젊은층은 몸짱 S라인을 위해 일부러 배고픔을 감당하기도 한다. 

어머니의 질박한 손맛이 들어간 콩밥과 된장찌개가 떠올라_1
어머니의 질박한 손맛이 들어간 콩밥과 된장찌개가 떠올라_1

단식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나도 한때 사흘정도 단식을 감행한 적이 있었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예전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배고픔을 겪었고, 먹을 것이 풍족한 요즈음은 오히려 과체중으로 인한 다이어트로 배고픔을 겪고 사는 세상이다. 

세월의 변화를 실감하면서 드는 생각 딱 한가지는, 비록 배고픈 시절이었지만 역시 지금도  나의 입맛을 가장 자극하는 것은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진 떡 벌어진 산해진미가 아닌 소박한 된장국에 검은 콩이 들어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 공기라는 사실. 어머니의 질박한 손맛이 들어간 된장찌개는 패키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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