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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강아지풀
2010-08-16 12:36:52최종 업데이트 : 2010-08-16 12:36:52 작성자 : 시민기자   백미영

에어컨바람으로 인해 시원한 차안에서 푸릇푸릇한 경치를 바라보며 화성시 바다 주변 드라이브코스를 달리기 시작했다. 몇가지 수영용품을 준비해서 바닷물이 들어오면 수영을 하려고 갔었지만 바닷물이 벌써 밀려나가고, 오후 5시나 되어야 다시 들어온다고 해서 우리는 수영은 포기하고 드라이브를 하기로 했다.

궁평항 일대를 드라이브 하던중 전곡항에 들렀다. 전곡항에서 제부도가 잘 보이는 바닷가에 야외용 돗자리를 깔고 우리는 싸가지고 간 옥수수와 복숭아를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한 사람이 갑자기 말을 돌렸다. '저거 강아지풀 아니에요?"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모두들 고개를 그 쪽으로 돌렸다. '맞아요 강아지풀이에요. 우리 어렸을때 저 강아지풀 가지고 많이 놀았잖아요' 하며 한 쪽에서 동심으로 돌아 가자는듯 말을 이어갔다. 

세찬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강아지풀_1
세찬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강아지풀_1

심술궂은 남자 아이들은 강아지풀을 꺾어서 여자 아이들 뒤에서 목뒷덜미에 몰래 갖다대며 여자아이들이 벌레가 기어다니는줄 알고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가는걸 보며 재미있어 하였고, 여자 아이들도 강아지풀을 손에 가볍게 쥐었다 폈다 하면서 강아지풀이 앞으로 나가는걸 보고 재미 있어하기도 했다. 

강아지풀을 한알한알 뜯어서 얇은 종이위에 올려 놓고 종이 모서리에 입을 대고 우우~ 하고 소리를 내면 강아지풀 알알이 곤두서서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벌레가 기어가는듯 해서 모두들 신기하게 바라보며 놀았었다. 그 시절에는 장난감이라고는 별로 없는 시절이여서 들에 나가면 온갖 풀들이 아이들의 장난감들이었다. 

버드나무 줄기를 잘라다 버드나무 껍질 속 줄기를 빼내 풀피리도 만들어 피리를 불며 놀았고,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둥근기둥으로 가느다랗고 작은 풀잎을 뽑아서 등공예품처럼 엮어서 쌀조리도 만들며 놀았던 그 때를 회상하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한 사람이 대화 주제를 또 바꿨다. '저렇게 여리디 여린 생명들도 잘 살아가고 있는데 000가 꿋꿋하게 헤쳐나가지 못하고, 가족과 우리 곁을 떠나간게 너무 안타깝다.'는 말을 하여서 다시 분위기는 착잡해졌다.

초등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강아지풀이야기이다 

"산골짜기에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강아지풀들이 자라는 비탈진 개울가에도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세찬 빗줄기는 강아지풀들의 부드러운 잎사귀를 아프게 두드렸습니다. 빗물에 흙이 쓸려 내려가 강아지풀들의 뿌리가 앙상하게 드러났습니다. 개울가의 어린 강아지풀은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윽고 소나기가 그쳤습니다. 구름이 걷히고 해님이 환한 빛을 비추자, 어린 강아지풀들은 고개를 들어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펴보았습니다. 

"하나, 둘, 셋,……. 아, 두 친구가 없어졌네. 소나기가 또 심술을 부리면 어쩌지?" 소나기가 세차게 내릴 때마다 친구들은 하나 둘씩 뿌리째 뽑혀 개울물 속으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내 뿌리를 붙잡아 주는 흙도 이제 조금밖에 남지 않았어." 어린 강아지풀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 때, 흙이 말하였습니다. "네 뿌리를 튼튼하게 덮어 주고 싶지만, 나는 움직일 수가 없단다. 그러니까 네가 뿌리를 깊이 내려 보렴." "아, 그러면 되겠구나! 고마워." 어린 강아지풀은 힘이 들었지만 부지런히 흙 속으로 뿌리를 내렸습니다.

무엇인가 뿌리에 닿았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친구 강아지풀의 뿌리였습니다. "우리 서로 뿌리를 꼭 잡고 있자. 소나기가 내려도 꼭 잡고 있으면 쓸려 내려가지 않을 테니까." "정말 그럴까?" 두 강아지풀은 서로 뿌리를 꼭 잡았습니다. 다른 강아지풀들도 모두 흙 속으로 뿌리를 힘껏 내려 서로를 꽉 잡았습니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었습니다. 동쪽 하늘에 해님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서쪽 하늘에서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곧 사나운 기세로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소나기는 심술쟁이 천둥도 불렀습니다. 
그러나 서로 꼭 움켜잡고 버티고 있는 강아지풀들은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소나기가 사납게 심술을 부려 보았지만, 강아지풀들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여리디 여린 강아지풀들이 그 세찬 태풍이 몰아쳐도 꺾일듯 꺾일듯 꺾이지 않고 꿋꿋이 살아남는 강아지풀들이 화성시 전곡항의 언덕 기슭에서 바닷바람에 산들산들 거리고 있다.

요즘, 조금만 어려운처지에서도 헤쳐나가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동네 주변에서도 자살로 먼저 세상을 뜬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친하게 지냈었던 그 분, 궁평항에서 낚시도 하며 재미있게 보냈었는데 어쩌다 사업으로 궁지에 몰려 자살을 기도해 우리들을 안타깝게 했었다.

그 분이 저 강아지풀이야기를 듣고 깨달았다면, 적어도 가족들에겐 가족을 잃는 슬픔은 주지 않았을 것을...

드라이브, 전곡항, 강아지풀, 백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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