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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날의 수채화
어느 여름 왕피천계곡의 아름다웠던 기억
2010-07-13 23:36:07최종 업데이트 : 2010-07-13 23:36:07 작성자 : 시민기자   백미영

며칠전부터 후덥지근 하더니, 굵은 빗줄기가 유리창을 때리며 강물처럼 흘러 내리고 있다. 
'♬ 빗방울 떨어지는 그 거리에 서서 ♪그대 숨소리 살아 있는듯 ♬느껴지면 깨끗한 붓 하나를 숨기듯 ♬지니고 나와 거리에 투명하게 색칠을 하지♬♪~' 
권인하의 노래 '비오는날의 수채화'를 들으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추억 속으로 들어가 본다.

매년 여름휴가를 가는 것이지만, 그래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곳은 경상북도 울진군에 있는 왕피천계곡을 잊을 수 없다. 

불영계곡을 지나 굽이굽이 산길을 봉고차로 올라 가는데, 길이 비포장이어서 덜컹 덜컹대며 울퉁불퉁 험난한 길을 조심스레 운전을 하며 산길을 넘어가니,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뽐내고 있는 왕피천계곡이 나타났다. 

꼬불 꼬불하고 좁디좁은 왕피천 계곡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가끔씩가다 산길 한 모퉁이에 다 쓰러져가는 페허된 농가를 지나가면 웬지 공포가 밀려와 겁도 나고, 두려움이 잠시 스치는데, 노래하며 재잘거리던 아이들마저도 두려움에 조용해졌다. 

남편과 다른 가족들의 남편들은 계속 올라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면서, 서로 의논을 하더니, 운전을 하던 남편은 어차피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조금 더 가 보자고 했다. 우리는 조용히 앉아 가슴만 조이고 있었다. 

꼬불꼬불 덜컹덜컹 하며 얼마를 지나갔을까 남편은 갑자기 "우와!! 우와!" 하며 감탄을 토해냈다. 감탄사에 놀라 우리도 일제히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아주 커다란 넓적한 바위들이 지천에 깔려있고 한쪽엔는 예배당같은 건물이 지어져 있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우리는 "우와!! 여기가 천국이다! 천국!!" 하면서 모두 감탄의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왕피계곡의 잔잔한 물속의 작은 돌까지도 훤하게 들여다 보일정도로 물은 맑고,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넓직넓직한 하얀 바위들과 그 바로 옆의 산등성이에는 예배당 하나가 눈에 띄어 정말 천국에 온 것 같았다. 

이런 외진곳에 교회가 있다니 정말 신비로웠다. 십자가를 보니 더욱 더 천국 같이 느껴졌다. 우리 일행은 여기서 짐을 풀고 각자 자기들의 텐트를 치고, 한 낮동안은 고기도 잡고, 수영도 하면서 신나게 놀았다. 

저녁을 할 때쯤,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비가 쏟아질것만 같았다. 워낙 산 속 깊은 계곡이라 주변에는 다른 야영객도 없었고, 달랑 우리 일행만 있었는데, 밤 새 비가오면 어쩌나, 텐트를 걷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또 고민하게 되었다, 

그때 마침 지나가는 주민이 빨리 짐싸서 시내로 내려가라고 소리쳤다. 여기는 날씨의 굴곡이 심해서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졌다 개었다 하는데 비가 조금만 와도 계곡물이 금방 차오르기 때문에 위험하니, 내려가시는게 좋을거라고 하신다. 

하지만 뭇내 아쉬운 미련 때문에 우리 일행은 조금만더 조금만더 하면서 지체하던 찰나에 소낙비가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 했다. 그 분 말대로 계곡에 물은 금방 차올랐다. 물이 발목까지 올라오고 코펠이 둥둥 떠다니는데 우리는 놀라서 아이들을 산길로 올려보내 차에 태웠고, 소낙비에 흠뻑 젖은 우리도 부랴부랴 텐트를 거두고 짐을 대충 싸가지고 차에 올랐다. 

아이들과 우리는 계곡길을 다시 내려오면서 그래도 몇시간 동안 천국에서 아주 재미나게 놀았다는 가슴 뿌듯한 즐거움으로 왕피천천국을 이야기 하면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시내로 들어와 민박을 잡았다. 

왕피천 주민이 그 때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깜깜한 밤 중에 갑자기 불어오는 계곡물에 어떤 변을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그 아찔함을 이제야 느껴본다.

깨끗하고 손타지 않은 자연미 그대로를 만끽하기 위해, 인적이 드물고, 외지고 한적한 곳을 찾아 다니며 휴가를 보내왔던 우리는 그 때 왕피천 계곡의 일이 있고 나서부터는 적당히 야영객들이 있고, 주민들이 관리 하는 안전한 곳에 자리잡고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비오는날의 수채화_1
소나기가 베란다창에 강물처럼 흐른다.
'그 가로등 등불아래 ♬보랏빛 물감으로 세상 사람 ♬모두다 도화지 속에 그려진 마치 풍경처럼♬ 행복하면 좋겠네♬♪'라는 가수 권인하의 노래가 한 잔의 커피의 향과 함께 은은하게 퍼져 흘러 나오고, 베란다 창에는 굵은 빗방울이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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