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자리싸움
2010-06-27 19:53:15최종 업데이트 : 2010-06-27 19:53:15 작성자 : 시민기자 백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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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5시쯤인가, '엄마! 나 도서관에 다녀올께요'하는 잠결 속에 들리는 아들의 목소리. 새벽부터 도서관 자리를 맡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북수원도서관에 도착하니 정말로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섞여 줄을 저만치까지 길게 서고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라 어쩌면 줄을 서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며 아들과 함께 도서관에 갔었지만, 역시나 우산을 쓰고 도서관 자리를 맡으려고 학생들과 성인들이 줄을 길게 서고 있었다. 도서관 전쟁이 따로 없었다. 바로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도서관을 들어가기 위해서 3~4시간 일찍 나와서 몇시간을 서서 기다려야 하니 피곤하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나오니 7시가 되어서 겨우 도서관 자리를 맡게 되면, 그때부터 취침에 들어 가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도서관 책상 앞에 앉아 잠깐 눈붙이고 일어나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한다고 한다. 아들은 자기가 원하는 자리를 맡아 놓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는 잠깐 눈좀 붙이는가 싶더니 부시시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고, 도시락 하나 싸들고 도서관으로 나섰다. 이렇게 아들의 오늘 하루가 시작이 되었다. 안그래도 어려운 고시 공부 하느라 힘들고 피곤할텐데, 도서관 자리싸움 때문에 저렇게 꼭두 새벽부터 도서관 전쟁을 치러야 하니 부모로서 마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대신 해 줄 수도 없는 아들의 도서관 전쟁과 공부. 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도서관 시스템은 아주 잘 되어 있는것 같다. 평소에는 도서관 자리가 넉넉해 좀 여유있게 나가곤 하지만, 시험 기간에만 자리싸움을 하게 되는데, 이건 어쩔수 없는 것 같았다. 여름날씨에 혹시라도 음식이 상할까봐서 저녁 도시락은 가지고 가지 않고, 도시락을 사먹거나, 집에 들러서 먹고 가는데, 도서관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길게 되면 도서관 자리를 퇴출경고를 받게 된다며, 잠깐의 휴식도 취하지 못한채 저녁 먹고는 바로 도서관으로 향하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니 가슴이 찡하고, 시리고, 아프다. 이번 고시에 꼭 합격을 해서 도서관 전쟁에 벗어나길 바라며. 내일을 위하여 열심히 하는 아들아! 사랑한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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