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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땅
마치 반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낸 뒤 좋은 수확을 거둘 수 있는 것처럼...
2009-08-17 18:23:56최종 업데이트 : 2009-08-17 18:23:56 작성자 : 시민기자   한인수

땅은 정직하다라는 말이 있다. 봄이 찾아오면 겨우내 차가운 땅이 녹아내리면서 농민들은 곡물들을 재배할 준비를 한다. 봄비를 기다리면서 계획했던 곡식의 씨앗을 밭이나 논에 뿌리고 정성을 다해 기른다. 가뭄이 들었을 때는 인근에 있는 저수지에서 물을 길어다 논에 물을 준다. 비가 많이 오게 되면 배수가 원활히 되도록 물길을 터준다.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뜨거운 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곡식이 무럭무럭 그 열매를 맺어간다. 여름에 덥지 않으면 농사를 망친다고 한다. 뜨거운 햇살아래에서 곡식들이 병충해 없이 무럭무럭 잘 자란다고 한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반년동안 정성을 들이 결과를 얻는다. 수확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정직한 땅_1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가져다준다. 우리의 인생도 느리지만 노력한 만큼의 결과는 반드시 얻을 것이다.

작은 텃밭을 일구어 고추를 심었다. 농사중에 고추농사는 가장 손이 많이 가고 힘든 농사중 하나이다. 하지만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 고추의 매운 맛을 보고자 올봄 좁은 텃밭에 고추모종을 심었다. 좁은 고랑을 넘나들면서 검은 비닐로 씌워진 두둑에 모종을 하나씩 심었다. 봄에는 그렇게 날씨가 덥지 않아서 힘들다고 생각지 않았다. 고추가 자라서 수확의 기쁨을 생각하며 즐거움으로 고추모종을 심을 수 있었다. 봄비가 내린 뒤 영양을 공급해주기 위해서 영양제를 주곤 했다. 

8월의 뜨거운 띄약볕을 한껏 받은 고추들이 하나둘씩 영글기 시작했다. 빨리 익어가는 고추는 벌써 붉게 물들었다. 심지어는 말라 죽어가는 고추도 있었다. 더 이상 고추들이 말라죽기 전에 적당히 익은 고추를 수확하기로 했다. 수확의 기쁨이란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고추밭에 고랑을 파고 겨울이 오기 전까지 배추를 심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고추를 따면서 뿌리채 뽑아버렸다. 심을 때는 몇 개 안되는 모종을 심은 듯 했는데 막상 고추를 수확하다보니 그 수가 엄청났다. 커다란 소쿠리가 금방 고추로 가득찼다. 붉게 물든 고추는 태양에 말려 고춧가루로 쓰고 파란 고추는 반찬으로 먹거나 장에 담궈서 겨울에 먹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흙을 밟고 다니는 기쁨이란 것이 이런 것인가 보다.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가득 채워진 지금이 도시에서 흙을 밟을 수 있는 기회가 과연 일년에 아니 하루에 몇 번이 있을까? 출근과 퇴근으로 반복되는 일상에서 어쩌면 자연의 놀라운 섭리를 느끼기에 너무나 바쁜 일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때로는 흙과 함께 지내며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자연이 만들어주는 여러 가지 결정체들을 보며 흐뭇함을 느껴야하지는 않을까? 가끔은 뜻하지 않은 태풍과 물난리로 원하던 양만큼의 수확을 얻을 수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딛고 가을에 영글어지는 열매들을 보면 그만큼 기쁜 것도 없다. 

어쩌면 사람사는 것이 이런 농사일의 연속일 수도 있다. 현대는 '빨리빨리'문화가 깊이 자리잡아 외국에서도 '빨리빨리'라는 한국말의 의미를 안다고 한다. 원하던 결과가 속히 이루어지기 원하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성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에게 주어지는 열매들은 항상 긴 시간의 노력과 수고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오랜 시간동안 노력과 정성을 들인 결과물들은 그만큼 열매도 달다. 흘러가는 시간에 그리고 자연에 모든 것을 맡기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조금씩 하다보면 어느새 이루고자 했던 꿈들이 현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일확천금, 인생역전 등의 짧은 노력으로 커다란 변화를 얻는다는 것은 어쩌면 그 열매를 속히 잃어버린다는 것을 내재하고 있다. 긴 시간, 인내, 끈기, 집념 등 우리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말들은 종국에 우리에게 달콤한 열매를 오랫동안 가져다 주리라 확신한다. 마치 반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낸 뒤 좋은 수확을 거둘 수 있는 것처럼...

텃밭, 고추농사, 한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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