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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난 뒤
새로운 곡을 연습하기 시작한 꼬마 아이
2010-11-28 23:03:19최종 업데이트 : 2010-11-28 23:03:19 작성자 : 시민기자   유진하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즐거움이 있다. 힘들긴 하지만 생각대로 되어가는 것이 눈으로 직접 보이고, 이제는 전보다 더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 나이가 들어가며 그러한 것들을 어릴 적보다 보기 힘든 것 같아서, 이렇게 눈으로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만나면 감회가 새롭다. 정확히는 귀로 들리는 즐거움이라고 해야 맞을 수도 있다. 이렇게 기타를 치는 것이 즐거울 때가 있었을까.

공연이 끝나고 난 뒤에 의무감에서 해방되고, 한동안 내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기타를 놓고 있었다. 지긋지긋하게 생각이 되기도 했던 탓이다. 그러다가 군대에 가기 전에 하루 빨리 기타를 자유롭게 쳐보고 가자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운 곡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정말 오랜만에 그 자리에 앉아서 한 시간이 넘게 동영상을 보며 기타를 쳤다. 두 시간 즈음 지나고 나서야 문득 기타를 치는 나를 보며, 처음 기타를 잡았을 적이 떠올랐다.




[ 내가 연습하기 시작한, Kotaro Oshio 의 Fight ] - 감상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처음에 기타를 잡기 시작했을 무렵 나는 두 번인가 기타를 놓고선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쿠스틱 기타라는 특성 상 쇠줄을 처음으로 누르다보니 5분만 기타를 잡아서 손가락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 뿐만 아니라 손가락 하나로 여러 개의 줄을 잡는 부분에서도 절대 이것을 넘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빠져서 그만 두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를 보면 그에 대해 얼마나 자유로운가.

처음으로 손이 덜 아파지기 시작하고 악보를 보면 웬만큼 칠 수 있게 되면서부터는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노래를 부르고 싶을 때면 노래를 부를 수 있었고, 모르면 인터넷이 나를 도와주었다. 그러한 기분을 다시 느꼈다고나 할까. 이번에는 노래 반주가 아니라 더욱 더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배우는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무언가 설레다. 한 마디 한 마디씩 손에 익어갈 때마다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다는 느낌보다는, 아 이 다음 마디는 과연 어떤 음이 나올까라는 기대감에 부푼다.

걸음을 시작하는 아이들도 그러할까. 자신이 자유롭게 갈 수 있게 되면서부터는 걷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 잊어버리곤 하지만, 자신이 또 뛸 수 있게 되면서부터는 걷는다는 것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다. 나는 기타의 소중함을, 기타를 잡은 지 거의 2년 만에 새롭게 느끼는 것 같다.

어머니는 항상 자신의 옆에 둘 수 있는 악기를 만들어두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피아노도 쳐봤고 바이올린도 켜봤다. 사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보면 그 중에 바이올린이 나에게 잘 어울리는 악기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가 시키니까 했었다. 그 시절의 바이올린은 나에게 즐거움이라기보다는 숙제였다. 그렇지만 아주 괴로운 숙제는 아니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지금은 내가 바이올린을 켜고 싶기도 하다. 지금의 나는 바이올린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내가 바이올린을 다시 잡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그건 충분히 나의 성향에 관한 이야기인데, 바이올린은 사람들과 같이 한다는 느낌보다는 들려준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 더 격식이 갖추어진다는 느낌도 있다. 그러한 바이올린보다는 언제 어디든 가지고 다닐 수 있고, 원한다면 사람들과 노래도 같이 부를 수 있는 기타가 나는 좋다. 인생을 함께할 수 있는 악기를 찾고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기타를 추천하고 싶다. 왼손에 생긴 굳은살 따위보다는 훨씬 더 두꺼운 설렘과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기타, 공연, 음악, 노래, 즐거움, 바이올린, 동반자,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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