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는 기사를 보고_1
'여중생 이모(13)양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길태에게 항소심 재판부는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처음 신문에서 김길태가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는 기사에 어떻게 이런 놈이 있을 수 있냐며 분개했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께서는 기사를 보시고는, 학원에서 늦게 귀가하는 내가 걱정이 되셨는지 그 사건 이후 지금까지 계속 마중을 나오신다.
나는 그가 사형을 선고받길 바랐다. 성을 짓밟은 것으로도 모자라 목숨마저 앗아간 그에겐 교도소의 불편한 공간과 식사마저도 사치라고 여겼다. 그랬던 나였는데.. 공지영 작가의 우행시는 내게 사형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 주었다. 사형이 최선안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우행시의 영향을 받았다 하여 기사를 한쪽 방향에 치우쳐 쓰는 것은 기자의 도리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김길태의 무기징역 선고를 가지고 찬성과 반대의 입장에 서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첫 기사라 많이 미흡하지만, 그동안 생각해 왔던 것들을 적어 보았다.
상고를 통해 김길태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
김두식 선생님의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책에 이청준 작가의 '벌레 이야기'를 다룬 부분이 있다. 책에 나와 있는 줄거리를 적어 보자면,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유괴당하고 나서 엄마는 기독교 신자가 되지만, 유괴 80일 만에 아들은 시체로 발견되고 범인은 아들이 다니던 주산학원의 원장으로 밝혀진다. 깊은 절망을 신앙으로 겨우 이겨낸 엄마는 살인범을 용서하기로 결심하고 면회를 가는데, 거기서 "나는 이미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다."는 고백을 듣지요. '내가 그를 아직 용서하지 않았는데, 어느 누가 나보다 먼저 용서하느냐'며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던 엄마는 결국 살인범의 사형집행 소식을 듣고 자살을 한다…
20면 안팎의 짧은 소설을 통해, 작가 이청준은 지나치게 빠른 용서, 너무 쉬운 사랑을 가르치는 기독교에 강한 의문을 던졌습니다.
우행시의 독자가 이 구절을 읽게 된다면 아마 깊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사형수의 교화와 죽음을 그린 우행시 속 미화된 기독교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기에, 나는 근본적인 문제에 물음표를 던지지 못했던 것 같다.
난 사형수에게 빠른 용서, 쉬운 사랑을 베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피해자 가족의 마음에 난 상처가 가실 때 까지는, 똑같이 아파하고 괴로워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기징역으로 그가 쉽게 교화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난 그가 사형을 선고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길태에게도 반성의 시간을 주어야 한다
신문에서 김길태의 감형 소식을 듣고 내가 우행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공지영作)속 윤수를 떠올렸던 것은 재판부의 판결 속 김길태의 가족사 때문이었다.
성장과정에서 가족 학대와 사회적 냉대를 받아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갖게 되었다는 그. 그에게도 윤수와 같은 아픈 가족사가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그의 어두운 어린시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갖게 된 데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던 우리의 잘못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사는 게 괴로울' 그에게 관심을 갖자는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면, 그에게도 언젠가 변화가 오지 않을까?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간혹 ' 내 세금으로 그런 놈들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면 아까워'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런데 생각만큼 교도소는 아늑하지도, 깨끗하지도 못하다. 툭하면 동상에, 영치금이 없어 좋은 교도복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게 현실이니까. 그러니 너무 아까워 안하셨으면 좋겠다. 교도소에 들어가는 세금은 그들의 편안한 생활을 위해 쓰이는 게 아니니 말이다.
답이 없는 문제
상고가 될 경우 사건이 어떻게 진전될지는 알 수 없지만, 좋은 방향으로 원만히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이번 사건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사진출처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3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