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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 그리고 쉬어가기
2011-03-12 07:16:49최종 업데이트 : 2011-03-12 07:16:49 작성자 : 시민기자   임동현

얼마 걸리지 않는 집과 회사간의 거리이지만 그 사이엔 신호등이 족히 10개는 될 듯 싶다. 
운이 좋으면 신호를 한 번도 받지 않고 갈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경우에는 여러군데 교차로에서 빨간불에 걸려 어느 정도 기다렸다가 가야한다. 
바쁜 아침 출근길에서 그 빨간불은 종종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배고픈 퇴근길에서도 짜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주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지만 왠일인지 어제 저녁 퇴근길에는 그 신호등의 빨간 불빛이 그리 싫지 않았다. 

갑자기 왜 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주일간의 업무를 마쳤다는 안락함, 혹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80년대 음악이 너무 좋아서 잠시 감상하고픈 시간을 가지고픔 혹은 부서에서 생일파티겸 간식을 먹어 배가 적당히 부른 과정에서 나오는 여유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정확히 딱 집어 뭐라고 말하긴 어렵다. 

빨간불 그리고 쉬어가기 _1
평소와 다름없는 교차로의 빨간불


평소 똑딱이 카메라지만 항상 보조석 의자에 휴대하고 다니는지라 얼른 카메라를 꺼내 길게 쓸 수 없는 글을 대신하여 한 컷으로서 당시의 감정을 담아보았다. 

여지없이 아무런 특이할 것이 없는 교차로의 빨간불이지만 평소와는 다른 그러한 느낌이 지금도 전해져 온다. 사진을 찍고서는 라디오 볼륨을 높이고 그리고 잠시 짬을 내 생각해 보았다. 

'뭐가 그리 바쁜지?' 

회사 출근과 동시에 벌어지는 일련의 메일폭탄과 전화폭탄, 그리고 허겁지겁 점심식사 이후 이어지는 양치와 메일과 전화, 그리고 마무리 저녁식사... 
퇴근길에까지 걸려오는 업무전화 혹은 집에까지 이어지는 업무전화. 너무 극단적 상황설정이긴 하지만 보통 회사의 나날은 꽤나 바쁘고 그 사이에서 가끔 걸리는 빨간불이라면 컴퓨터 먹통현상에 따른 재부팅이 있다. 

차를 몰 때 교차로의 빨간불처럼 컴퓨터의 먹통현상은 어찌보면 바쁜 업무시간의 쉬어가기 타임을 주는 것이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일까 그 시간이 너무도 짜증스럽고 원망스러웠다. 

어떻게 보면 짬이 났을 때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본다거나 아님 잠시 옥상에 가서 볕을 쬐거나 고향집으로 전화를 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은 참 많은데 정작 짜증과 원망으로 그 시간을 점철했다고 생각하니 참 이런 내가 싫다.

교차로에서 천천히 음악을 들으며 뒤를 돌아볼 수도 있고 때로 운이 좋으면 멀리 넘어가는 노을도 바라볼 수 있으며 운좋게 아침에 주유하고 받아온 캔커피가 있다면 커피 한잔의 여유도 즐길 수 있는데 말이다.

항상 바쁘게 지내다보면 그러한 바쁨만이 신속함만이 빨리가는 것만이 답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제 저녁의 교차로 불빛은 '그것이 다는 아니다'라고 하늘이 주신 계시는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달력의 빨간 표시가 검은 표시와 함께 여기저기 묻어있다는 것은 그것이 분명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두발로 달려가는 자전거도 가끔은 한 다리로 지탱하고 서서 쉴 수 있음을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빨간 신호등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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