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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가서 프로야구 롯데 경기를 본날
끝나기 전까지 포기하긴 이르다
2011-04-25 07:17:18최종 업데이트 : 2011-04-25 07:17:18 작성자 : 시민기자   임동현

오랜만에 걸려온 오래된 고향 친구의 전화에 결혼소식임을 직감했다. 이런저런 일상의 소소한 대화의 마지막은 역시나 "나 결혼해~"라는 말로 귀결되었다. 잔뜩 축하의 말을 건네고 같이 내려갈 친구들과 함께 KTX표를 끊었다.

일요일 오후1시 부산결혼식이라... 주말근무와 친구들과의 스케줄을 감안해 봤을 때, 쉽지 않은 부산행이 될 것 같았지만 어떻게 3명 모두 주말일정이 허락되었고 운좋게 천안아산역에서 부산까지 왕복표를 구할 수 있어서 스케줄을 확정하였다. 

오랜만에 내려가는 고향길이라 집에 들러 부모님과 함께 할 만도 하였지만 간만에 친한 친구들끼리의 여행길이라 이번에는 우리끼리 보고 싶은거 보고 먹고 싶은 것을 먹자고 하고 스케줄을 잡았다. 

우선 토요일 오후에 부산에 도착하여 롯데자이언츠와 SK와이번스의 사직구장 야구경기를 관람하고 부산의 명물 돼지국밥을 먹기로 하였다. 롯데의 사직구장 경기표를 구한다는 것은 참 운이 따라야 하는 것임에도 이번에는 하늘이 도왔는지 기차표부터 야구표까지 운좋게 3자리를 쉽게 구할 수가 있었다. 

KTX 구포역에서 내려 사직구장까지 새로 깔린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이동하여 사직구장역에 내렸더니 역시나 인파의 행렬이 끊이질 않았다. 삼삼오오 치킨을 사들고 야구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약간은 광신도 같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러한 광신도 중 한명이 우리라는 사실에 그저 열렬한 팬 정도이구나 라는 생각으로 순화하여 생각하기로 하였다.

야구는 5시에 시작하지만 사직구장역에 내린 시간은 오후4시로서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때마침 보인 돼지국밥집과 남는 시간, 그리고 고픈 배 삼박자가 어울려 치킨대신 돼지국밥으로 이른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드디어 입장.

부산에 가서 프로야구 롯데 경기를 본날_1
부산에 가서 프로야구 롯데 경기를 본날_1


여기저기 보이는 롯데 자이언츠 옛 유니폼들을 챙겨입고 온 팬들의 모습에 경기 시작전 마음이 설레였다. 보통 1루석은 홈팀 응원석이 위치하고 3루석은 어웨이팀의 응원석이 위치하는데 부산은 너무 홈팬이 많아서일까 3루석도 일부만을 제외하고는 전부 롯데팬들이었고 그들이 모두 모여 사방에서 지르는 응원소리는 상대팀을 기죽게 하기 충분하였다.

그래서일까 롯데는 이대호의 적시타로 1회말 선취득점을 하였다. 아쉽움이 남는 공격이었지만 1:0의 리드를 잡은 순간 사직구장은 이미 경기 다 이긴것처럼 즐거워 했다. 하지만 상대는 현재 리그1위팀인 SK로 2회초에 곧바로 1:1로 균형을 맞추었고 경기는 정말 지리하게 8회까지 흘러흘러 왔다.

드디어 8회초 SK공격.
여태껏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팽팽하던 균형은 8회초 공격에서 깨어진다. 선두타자 안타에 이은 연이은 적시타로 8회라는 경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2득점하며 3:1로 앞서나가는 SK의 모습에 이미 늦었고 밤바람이 추운 팬들은 이미 끝났구나라는 생각에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하였다. 

8회말 롯데의 공격.
별다른 반격을 하지 못하고 이닝은 끝나버리고 이제 남은 건 9회초 수비와 9회말 공격으로서 막강 마무리 투수진을 보유하고 있는 SK를 상대로 2점을 따라간다는 것은 버겁다는 생각에 또 몇몇의 팬들이 자리를 비웠다.

9회초 SK공격.
3:1의 리드에도 불구하고 선두타자의 출루에 이은 보내기번트 그리고 적시타로 이어지는 득점의 정석을 차근차근 밟으며 또다시 1점을 득점하는 SK의 모습에 많은 롯데팬들은 얄미운 마음 그리고 부러운 마음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나오고 재미없는 경기하지 마라는 둥의 말과 함께 이제 4:1의 스코어를 보고 반 수 이상의 팬들이 자리를 떠나버렸다.

외야석의 LOTTE라는 글자가 이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사람은 줄어 있었고 경기는 이대로 끝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고 하지 않았는가? 누구도 끝나기 전에 속단하기는 이르다. 

9회말 롯데의 공격.
선두타자 강민호 선수가 솔로홈런으로 4:2로 따라붙더니 후속타자들의 안타와 SK의 실책성 수비에 다시 1점을 따라가고 마지막으로 황재균선수의 적시타로 4:4 동점을 기어이 이루어냈다. 하지만 역전의 분위기는 거기까지였고 9회말은 4:4로 따라간 것에 만족하여야만 하였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연장10회초.
SK는 참으로 강팀이었다. 연속 볼넷에 이은 보내기번트 그리고 적시타로 득점의 정석으로 이번에는 2점을 쓸어담았다. 또다시 반수 이상의 팬들이 빠져나가고 LOTTE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일 정도가 되자 10회말 롯데공격으로 이어졌다. 

이미 경기는 늦었고 바람은 추웠고 희망은 사직구장의 팬들만큼 빠져나간 상태였지만 마지막 남은 10회말을 안보고 가기에는 그 희망의 끈을 놓기가 아쉬웠다. 경기가 마치고 한꺼번에 빠져나가서 힘든 것도 있겠지만 그정도 쯤은 감수하기로 하고 마지막 대망의 10회말을 기대하며 경기를 계속 관람하였다. 

9회말 공격과 동일하게 선두타자는 강민호 선수. 이번에도 역시나 좌전안타를 치며 1루로 출루하였다. 이어진 롯데의 캡틴 조성환 선수의 연속안타로 경기는 흥미진진 그 자체였다. 이미 팬들은 모두 일어나 승리의 찬가를 부르며 마지막 힘을 보태주었고 그래서일까 보내기번트에 이은 몸에 맞는 공으로 1사만루의 찬스에서 오늘의 히어로 황재균 선수가 나타났고 그는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듯이 2타점 적시타를 때려 롯데의 10회말 역전을 이끌어 냈다. 

부산에 가서 프로야구 롯데 경기를 본날_2
부산에 가서 프로야구 롯데 경기를 본날_2


호사가들이 말하는 야구는 9회말 2아웃 2스트라이크 이후부터라는 말이 정말로 딱 들어맞는 경기였고 그러한 순간을 현장에서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이 행운이었던 이번 부산여행이었다. 

기차표에 야구표에 야구경기에 모든 것이 행운의 연속으로 이어졌던 부산여행. 
행운이 행복으로 이어지기도 하였지만 그것보다 크게 얻은 것은 모든 것은 끝나기 전에 속단하기엔 그리고 쉽게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승리하는 것이다라는 인생의 공식을 가르쳐 준 이번 롯데의 경기에 표값으로 지불한 1만5000원은 정말이지 껌값에 불과하였다.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이번 경기 다시 볼 순 없지만 비슷한 그런 감정과 교훈을 얻기위해 이번 시즌에도 꾸준히 야구장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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