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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된장찌개 도전기
남자도 요리를 해야만 하는 시대가 왔다
2011-08-01 09:41:09최종 업데이트 : 2011-08-01 09:41:09 작성자 : 시민기자   오승택

시대가 재빠르게 변모 하는만큼, 이제 남자들도 여자들의 공간이었던 부엌을 점령하기 시작했다는 한 매스컴의 기사를 읽던중 얼마 전에 부모님이 나누시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제 남자들도 장가 가서 부인한테 사랑받는 남편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한 두가지 요리쯤은 할 수 있어야 하신다고 말씀하신다.

맞벌이 부부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 간혹가다 남편보다 아내가 늦게 퇴근하는 날이 있는 경우나 그 외 약속으로 남편의 저녁밥상을 책임지지 못할 날이 있는 경우, 날로 따지자면 1주일에 대략 2번정도는 남편의 요리솜씨 발휘의 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내가 현관문을 여는 순간 보글보글 찌개 끓는 소리와 함께 풍겨오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에 도취되어 버리고, 남편은 갓 지어낸 따뜻한 밥을 푸어 고생한 아내에게 내밀면서 "여보 오늘 내가 저녁 식사 좀 차려봤는데 맛없지만 맛있게 먹어줘~"라고 생긋한 미소를 날리는 이 아름다운 장면의 연출을 상상하며, 생전 요리라고는 계란 후라이와 라면밖에 하지 못했던 내가 인터넷의 레시피를 구해 된장찌개를 끓여봤다.

가정 내에서 가장 흔하게 먹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이자, 맛을 내기 가장 어렵다던 그 된장찌개에 도전해보기로 한 것이다.

한 남자의 된장찌개 도전기 _1
내가 끓인 정체모를 된장찌개


일단 내 머릿속을 자극한 것은 '우려내야 된다! 무조건 우려내는 맛이 관건'이라며, 맑은 물에 일단은 된장을 두 숟가락 넣어서 풀은 뒤에, 우려 낼 수 있는 건어물들을 마구마구 집어넣는다. 마른새우이며 다시마며 파, 양파 등을 넣고 20분간 보글보글 끓는 냄비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 다음에 마늘을 조금 다져넣고, 약간은 화학 조미료의 도움을 빌리기로 한다.

또 가족의 건강을 생각한답시고, 아주 눈꼽만큼 소량 손을 부들부들 떨며 조미료를 넣는다. 그 다음에 뭐를 해야 할지... 아! 조개를 씻어 넣으면 맛있겠지?!

그렇다, 이미 인터넷상의 된장찌개 레시피는 온데간데 없이 부엌 어딘가의 구석으로 천대받고 있었으며, 오로지 내 머릿속에 짜여진 레시피대로 된장찌개는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생뚱맞게 약간 설탕을 넣어보기도 하고, 이것 저것 여러 가지를 넣어본다.

다음으로 조개를 씻어 넣고, 두부도 송송 썰어 넣어 본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삼겹살의 집에서 먹던 된장찌개의 맛을 연출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건 무슨 된장찌개인지 맹물인지 분간이 안가는 것이였다. 

아뿔사, 무엇을 잘못했는지... 순간 두려움이 엄습해오기 시작한다.

이미 일은 저지른 상태이고, 부엌은 어느새 난장판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도중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시 맹물 같은 찌개에 된장을 한 숟가락 더 넣고, 어느정도 끓기를 몇 십분간 기다린다.

한 숟가락 맛을 보았다.
제법,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된장찌개의 맛이 아주 근사하게 초근접적으로 난 것 같긴한데....앞으로 분발해야겠다.이러다간 장가도 못갈듯하다.
아무래도 오늘 삼시세끼 나혼자 된장찌개를 먹어야할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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