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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병아리 한마리에 얼마예요?
2011-08-20 14:13:31최종 업데이트 : 2011-08-20 14:13:31 작성자 : 시민기자   오승택

어릴 적 어머니께서 주시던 용돈을 모아 학교 앞 병아리를 자주 사곤 했다.
'자주'라는 말을 쓴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이상하게도 내가 사 온 병아리들만은 빨리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내 손은 악마의 손인가.. 왜 내 손을 스친 병아리들은 빨리 죽을까? 하며 의아해 했었다.

아무튼 하교 길 학교 문을 나서는 길에 저 멀리서 병아리 아저씨가 보일때면 미리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예쁜 병아리를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기 때문인데, 수중에 돈이 없는날 이라면 그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병아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상자에 쭈그리고 앉아서 하염없이 병아리만 쳐다봤다.

아저씨, 병아리 한마리에 얼마예요?_1
아저씨, 병아리 한마리에 얼마예요?_1


그러다가 어느 날은 운 좋게 돈이 생기면 주머니에서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500원 정도를 꺼내 아저씨께 드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예쁜 병아리를 골라 하얀 봉지에 담아 조심스럽게 집에 가지고 온다.
집에 도착해서는 나의 삐약이가 자랄 상자도 구해야 하고 조그마한 접시에 물도 담아야 하고 푹신하게 뛰어 놀 수 있도록 휴지나 손수건으로 담요도 만들어줘야 하느라 정신이 없는 나를 발견한다.

그런데 매번 내가 병아리를 사올 때 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엄마는 좋아하시지 않으셨다.
그렇지만 나의 병아리 사랑에 두손 두발 다 드셨는지 나중에는 또 사왔구나~라고 말씀만 하시고 더 이상의 언급은 안하셨다.

뽀송뽀송한 노란 털의 병아리가 눈을 꿈뻑거릴 때마다 예뻐 죽겠는데 혹여나 다치지는 않을까 두 손을 벌벌 떨면서 만졌던 것 같다.
그러다가 가끔씩 너무 손을 떨어 작은 병아리를 손에서 놓치기도 한 적도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먹으라고 떠다놓은 물은 절대 먹지도 않는다. 그리고 배고플 때 먹으라고 좁쌀도 주고 상추도 뜯어서 줘도 먹는둥 마는둥 하다.
꼭 엄마가 밥 먹으라고 수십번 말하면 그때서야 먹는 내 어릴 적 모습과도 같았다.

특히 그때 당시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무럭무럭 자라라고 잘 쓰다듬어 주었는데 커서야 알게 된 것이 병아리를 손으로 만지면 안 된다는 주의점이었다.
계속 사람의 손이 타면 병아리는 스트레스를 급격히 받아 빨리 죽는다는 사실을 그때 당시에는 몰랐다. 강아지 같은 경우 쓰다듬어 주면 좋아하니까 병아리도 강아지와 같을줄만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삐약이와의 즐거운 시간을 며칠 보내다 보면 점점 삐약이는 시름시름 앓다가 다음날 아침에 깨어나서 인사를 하려고 상자를 들여다 보면 미동도 안하고 푹 쳐져 누워 있는 나의 삐약이를 발견한다. 하늘나라로 간 것이다.
그때 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미안하다며, 내가 죽인 것만 같은 죄책감에 한 3일은 밥도 먹는둥 마는둥 힘이 없었다. 학원도 가기 싫었고, 친구들과 축구도 하기 싫을정도 였으니 말이다.

나는 죽은 병아리를 꼭 운동장 모퉁이에 묻어 주었다. 그리고 나서 다음 세상에는 더 건강한 병아리로 태어나라고 말을 하면서 흙을 덮어주면서 작별인사를 했었다. 다음 세상엔 인간으로 태어나라고 말은 못해줄 망정 또 다시 병아리로 태어나라고 기도를 했으니 참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요즘에도 학교 앞 병아리 아저씨들이 장사를 하시는지 잘 모르겠다. 한번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어리석인 주인을 잘못만나 태어나서 얼마동안 살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나의 삐약이들에게 지금이나마 용서를 구하고 싶다.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니? 나의 삐약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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