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집에서 하루 종일 아이와 둘이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늘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듯 아이와 놀아주고 아이가 늘어놓은 장난감과 책들을 수시로 정리해가며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그와 더불어 해도 해도 티도 안 나는 집안일들을 하다보면 하루해는 어느새 금방 저물어 버린다.
이렇게 이제 결혼 3년차 주부이자 엄마인 나는 언제나 반복되는 육아로 바쁜 하루일과를 보내곤 한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애 아빠는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한동안 공부를 했었다.
때문에 남편은 자연스레 우리와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고 그때 남편은 아이 돌보며 살림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많이 깨달았다고 전에 한번 지나가듯 말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남편은 가끔씩 퇴근하고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전보다 아이와 더 많이 잘 놀아주고 집안일도 종종 도와주어 나에게 큰 힘을 주고 있다.
또 남편은 가끔씩 아이를 잘 보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근처에 사는 친구 만나서 스트레스 풀고 오라며 육아에 지친 나를 배려해 주기도 한다.
남편은 평소 친구들 뿐 아니라 친정식구들에게도 '딸 바보'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이제는 딸 바보가 남편의 별명이 되어 버렸을 정도로 딸아이가 예뻐서 죽고 못 사는 사람이다.
그런 마음이 아이에게도 통했는지 우리 딸도 '아빠~아빠~' 하고 노래를 부르고 다닐 정도로 아빠를 좋아하고 잘 따른다.
가끔 주말에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친구들을 만나러 나갈 때가 있는데 우리 딸과 같은 또래인 친구의 아들 녀석은 잠시도 엄마랑 떨어져 있으면 목이 터져라 울어대는 통에 애 아빠에게 맡기고 외출하는 것은 꿈에도 못 꾼다며 아이를 맡기고 자유롭게 나오는 나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약속 장소마다 아이를 데리고 나와 아이 뒷치닥 거리 하느라 대화에 제대로 참여도 못하고 진땀만 빼고 돌아가는 친구를 볼 때면 아빠를 잘 따르는 아이 덕분에 내가 덕을 많이 보는 것 같아 내심 기쁘고 흐믓하기도 하다.
오늘도 퇴근하여 집에 돌아온 남편은 오랜만에 내게 친구 일 끝났으면 잠깐 만나고 놀다들어 오라고 말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근처에 사는 친구에게 급 만남을 하자고 연락을 했다.
마침 친구도 퇴근 후에 돌아오는 차안이라며 만남에 선뜻 응했고 집에서 걸으면 10분이 채 안 걸리는 친구와 내가 사는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는 커피전문점에서 만나기로 했고 믿음직한 남편에게 잠시 아이를 맡기고 나갔다 왔다.
보통은 서로의 집에서 보거나 우리가 자주 가는 아파트 단지 내의 운동기구가 있는 놀이터에서 자주 만나곤 하는데 지난번 모기들에게 잔뜩 헌혈을 했던 적이 있어 커피숍은 오랫동안 앉아 수다를 떨기 좋아 가금씩 우리가 찾는 곳이기도 하다.
친구와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고민도 하께 나누며 수다를 떨다 왔다.
커피전문점에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어김없이 내 손엔 커피찌꺼기를 담아 놓은 테이크 아웃 통이 손에 들려있다.
요즘 웬만한 커피 전문점에 가보면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원두커피 찌꺼기를 챙겨 가서 활용할 수 있도록 따로 매장 한 곳에 커피 찌꺼기가 담긴 봉투나 통을 배치 해 놓은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내가 자주 가는 이곳 커피전문점에서도 출입문 바로 옆에 커피 찌꺼기 활용법에 대해 자세히 기재를 해 놓았고 테이크아웃 통에 커피 찌꺼기를 가득 담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져갈 수 있도록 매장 한곳에 배치해 두어 나는 빠짐없이 챙겨 오곤 한다.
또 가는 길에 쏟아지지 않게 빨대 꽂는 부분을 테이프로 꼼꼼히 붙혀 손님을 위한 작은 배려를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조금은 번거롭지만 커피찌꺼기를 빼먹지 않고 꼭 챙겨 오는 이유가 있다.
커피찌꺼기는 각종냄새들을 제거하는 탈취제와 옷장안의 습기 제거제로 그 효능이 탁월하다, 냉장고나 신발장, 화장실, 장롱, 책상 위 등 집안 곳곳 냄새 나는 곳에 놓아두면 냄새를 흡수하여 상쾌한 집안 환경을 만들 수 있고 새로 구입한 플라스틱 용기의 화학냄새와 밀폐용기에 밴 김치 냄새를 없애기에도 제격이다.
또 화분 가득 커피 찌꺼기를 깔아두면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해 벌레가 생기는 것을 방지해 주고 배양토로서 영양 공급도 충분히 해주어 식물이 잘 자랄 수 있게 해준다.
이외에도 커피 찌꺼기의 활용범위는 무궁무진 하다.
냄새나는 쓰레기통의 악취를 제거해 주고 각질 제거제로 활용하면 피부를 좋게 만들어 준다. 또 커피향기가 졸음운전을 막아주어 졸음운전 방지제로도 효과가 좋다.
프라이팬이나 그릇의 기름때도 커피찌꺼기를 이용해 말끔히 제거 할 수 있어 커피 찌꺼기는 집안 곳곳에 활용범위가 크다.
평소 같았으면 양손에 하나씩 들고 왔을 텐데 오늘은 다 나가고 2개 밖에 없어 친구와 하나씩 사이좋게 나눠가졌고 집으로 가져온 후 나는 키친 타올에 조금씩 나눠서 덜어 주머니 모양으로 꼼꼼하게 잘 묶어 신발장과 화장실, 옷장의 냄새 제거를 위해 사용하였다.
폐기되어 쓰레기통에 버려졌을 커피 찌꺼기를 잘만 활용한다면 살림에 보탬이 되어 절약을 할 수 있다. 또 친환경 알뜰 주부로 다시 태어난 것 같아 보람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