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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보이스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나도 유사한 보이스 피싱을 겪었다
2011-09-09 03:03:08최종 업데이트 : 2011-09-09 03:03:08 작성자 : 시민기자   심미영

'신종 보이스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_1
'신종 보이스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_1
아이가 낮잠을 자는 동안 오랜만에 여유롭게 컴퓨터를 하기 위해 전원을 켰다.
우리 집 컴퓨터 시작페이지로 등록된 한 인기 사이트의 상단에 '신종 보이스 피싱 주의'라는 제목이 인기검색어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다.

'보이스 피싱' 말만 들어도 등골이 오싹해 질만큼 안 좋은 기억이 있는 나는 기사를 보기 위해 바로 클릭을 했으며 천천히 그 기사의 내용을 읽어 보았다.

내가 본 기사의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대구에 사는 60세의 어머니 김모씨에게 전화가 걸려 왔는데 지방으로 출장 간 딸을 납치하고 있으니 3000만원의 돈을 보내라며 그렇지 않으면 딸을 볼 수 없다는 납치 협박 전화가 왔다. 
다행히 몇 시간 뒤 납치된 줄 알았던 딸에게 전화가 걸려와 '나는 납치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와 수사가 종결되었다는 내용이었는데 여기서 주목해야 될 문제는 납치범으로 위장한 사람의 전화번호가 딸의 휴대폰 번호로 왔다는 것에 있다.

그동안 경찰서, 법원, 국세청, 우체국 등의 관공서를 사칭하거나 조작된 번호로 전화를 걸도록 유인해 금품을 갈취한 수법의 '보이스 피싱' 사기는 많이 있어 왔다.
그래서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진한 사람이나 기억력과 판단력이 약한 노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피해가 많았는데 이번처럼 가족 명의의 전화 발신 번호를 조작해 피해자를 속이는 수법의 신종 사기는 처음이다.

'신종 보이스 피싱'은 가족 명의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피해자를 속이는 방법이라고 한다.
위에서 일어난 사건처럼 신종 보이스 피싱은 특수한 단말기를 부착하는 방법 등으로 송·발신번호를 바꿔 사용하여 가족이나 지인들의 전화번호를 통해 보이스 피싱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아무리 젊고 판단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피해자 김씨처럼 가족의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 온다면 누구나 쉽게 속아 넘어가 버리고 말 것이다.

나 역시도 위의 사건처럼 비슷한 보이스 피싱을 당한 적이 있어 이번 일을 겪은 피해자의 일이 남일 같이 않게 느껴진다.
2년 전 출산을 앞두고 임신 막달이 되었을 때 다니던 직장 일을 그만두고 출산 날을 기다리며 집에서 친정어머니와 함께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른 아침 우리 집에 전화가 울렸다.
잠이 덜 깬 나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누워 있었고 그래서 친정엄마가 전화를 받으셨다.
수화기를 들은 친정엄마는 '여보세요?.....' 이 한마디 하시고는 한참을 아무런 말도 못하시더니 금방이라도 울어 버릴 것 같은 떨리는 목소리로 오빠의 이름을 부르며 얼굴빛이 하얗게 질려계셨다.

불길한 예감에 깜짝 놀란 나는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 전화통화를 하시는 친정엄마에게 다가갔고 '엄마, 왜 그래~무슨 전화야' 다급한 마음에 몇 번이고 물어보았다.

하지만 경황이 없으시고 너무 놀란 엄마는 옆에 있는 나는 신경 쓸 겨를이 없는 듯 전화통화에 몰입하셨고 수화기를 잡은 엄마의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보고 지금 큰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무슨 상황인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엄마가 통화를 하고 있는 수화기에 내 귀를 갖다 대고 들어보았다.
그때 오빠의 이름을 대며 지금 우리가 데리고 있으니 당장 돈을 붙이라고 말하는 한남성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내 귀에 들려왔다.

당황한 나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시는 엄마를 대신해 전화기를 받아 들었고 무슨 소리냐며 통화를 이어 나갔다.
그런데 그 사람은 꼭 짜여진 대본을 읽는 것만 같았다, 왜냐하면 똑같은 톤으로 쉬지 않고 일정하게 작은 소리로 말했고 말투로 봤을 때 중국 조선족이였다.

나는 놀라서 울고 있는 엄마에게 내 휴대폰을 내밀며 작은 목소리로 오빠에게 빨리 전화해 보라고 시켰다.
방으로 자리를 옮긴 엄마는 바로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우리 오빠는 다행히 회사에서 근무 중이였으며 전화 얘기를 들은 오빠는 기가 차서 황당해 했단다.

그로써 오빠의 안전을 확인한 엄마는 전화를 빼앗아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우리 아들 잘 있는데 뭐하는 짓이냐며' 따져 물었고 바로 범인은 전화를 끊어 버렸다.

당시 미혼 이였던 오빠는 인천에서 혼자 직장을 다니며 자취생활을 하고 있었다.
자식이 나이를 먹어도 부모 눈엔 애처럼 보인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오빠는 나이 30살의 다 큰 청년이었지만 객지에서 혼자 지내는 오빠를 엄마는 늘 걱정 했었다.

또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납치를 당했는지 모르지만 요즘 세상이 하도 험하기도 하고 아들을 바꿔달라는 엄마의 말에 '엄마~살려줘~살려줘~'라고 울면서 외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니 사람이 당황하면 사리분별을 못 하듯이 엄마는 살려달라는 그 남자의 목소리가 꼭 아들 목소리로 들려 깜빡 속으셨다고 했다, 또 오빠의 이름을 알고 있으니 더욱 우리는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때 엄마와 나는 천만 다행이라며 얼마나 깊은 한숨을 내쉬었는지 모른다.
그동안 뉴스에서 접했던 나와는 거리가 멀 것만 같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드라마 같은 일을 겪고 나니 세상이 정말 무섭게 느껴졌다.

지금도 친정가족이 모이면 가끔씩 그때 이야기를 꺼낼 때가 있다. 그때마다 친정엄마는 그때 우리 막내딸 없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며 빼놓지 않고 얘기 하신다.
지금이야 옛일이니 웃고 떠들며 얘기 하지만 이번 '신종 보이스 피싱' 기사를 보고 나니 방심 하지 말고 다시 한번 긴장해야 할 것 같다, 같은 일이 또 반복될 수 있으니 말이다.

정말 사기에 도를 지나치고 말고가 없겠지만 점점 날로 다양해지고 교묘해 지는 보이스 피싱을 남에 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언제 나에게 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하루 빨리 이런 악질 범죄가 뿌리 뽑아졌으면  하는 바램이 가지며 우리 모두 보이스 피싱에 속지 않도록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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