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삶을 닮은 꽃, 코스모스
새마을 운동, 코스모스, 문풍지, 이정례
2011-09-09 16:47:24최종 업데이트 : 2011-09-09 16:47:24 작성자 : 시민기자 이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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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도로변을 달리다가 너무 예쁜 코스모스 군락이 있어서 눈길이 저절로 향했다.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피어난 코스모스의 모습 나에게 있어서 코스모스는 예쁜 꽃이긴 하지만 나를 힘들게 했던 꽃이기도 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내가 초등학교 시절 우리나라는 한창 '새마을운동'이 시골에서 왕성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학교에서는 코스모스에 대한 다양한 일을 학생들에게 시켰다. 초여름 코스모스 새싹이 돋아날 때쯤이면 토요일은 전교 학생들이 나서서 도로변에 나가 코스모스를 열심히 심어야 했다. 어린 나이에 이 일이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모른다. 아무튼 이렇게 열심히 심어 놓은 코스모스는 이맘때가 되면 도로 가에 가득 피어오르곤 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이렇게 예쁘게 피어오르던 코스모스가 지기 시작하면 학생들은 코스모스 씨앗을 모아 와서 선생님들에게 제출해야만 했다. 선생님이 시킨 많은 양의 코스모스 씨앗을 모아 가기 위해서 학교를 마치고 나면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씨앗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이 정해준 기간에 씨앗을 받아가지 못하면 혼이 나던 친구들도 있었다. 이렇게 모아진 씨앗은 이듬해 마을 이곳저곳에 다시 심어지곤 했다. 도시에 살았던 사람들은 이렇게 코스모스라는 작은 꽃 하나에도 우리나라의 정책과 관련된 일들이 연결되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초등학교 시절, 코스모스 씨앗 모으기는 시골 학생들이 가을철에 해야 하는 커다란 숙제였다. 새마을 운동 때 열심히 모았던 코스모스 씨앗이 맺히고 있다 나에게 코스모스는 이렇게 힘든 기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코스모스가 한창 피어날 쯤은 추석을 가까이 둘 무렵이었는데, 이때쯤 부모님은 시골로 오시는 친척 분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한지로 된 문풍지를 다시 바르시곤 했다. 한지로 문풍지를 바를 때 엄마는 항상 코스모스를 따 오라고 하셨는데, 그 코스모스를 문풍지 사이에 붙여 놓는다. 그러면 문풍지가 마르면서 그 사이에서 코스모스 꽃이 모양 그대로 마르게 되어 다음에 문풍지를 붙일 때까지 예쁜 코스모스 꽃을 계속 볼 수 있다. 내가 어릴 때는 우리 집 뿐만 아니라 다른 집도 거의 대부분 한옥이었기 때문에 하얀 문풍지에 이렇게 코스모스를 붙여서 예쁜 모양을 낸 집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코스모스를 보게 되면 풍성한 명절이 떠오르기도 한다. 명절을 준비하기 전에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이렇게 문풍지에 코스모스를 붙이면서 함께 깔깔 거리고 웃던 기억이 정감 있게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코스모스 꽃은 우리나라에서 시행되었던 정책의 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고, 한국인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도 담아내는 꽃인 듯하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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