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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의 달개비 꽃
2011-09-09 18:36:16최종 업데이트 : 2011-09-09 18:36:16 작성자 : 시민기자   최나나
한가한 휴일, 아침에 산책을 나섰는데 담벼락을 따라 예쁜 야생초들이 쭉 피어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회색 빛 학교 담장을 따라 보랏빛 꽃이 얼마나 예쁘게 피어나 있던지 가만히 들여다보니 바로 달개비 꽃이었다.
달개비 꽃은 우리나라 이곳저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으로 우리들에게 아주 친숙하다. 
 
'달개비 꽃'을 보면 초등학교 시절 과학시간이 떠오른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과학실에 현미경이 별로 없어서 아주 특별한 경우만 선생님들이 현미경을 사용하도록 했었다. 그래서 현미경을 관찰할 수 있는 날은 아이들이 들 떠 있곤 했다. 

여름철 쯤 무더기로 피어나는 달개비 꽃은 우리가 과학실로 향할 수 있게 도와준 꽃이었다. 달개비는 원형질이라 세포 분열하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어서 과학시간에 친구들과 다 같이 매달려 현미경을 통해 달개비를 관찰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달개비 꽃을 보면 어릴 적 과학시간이 떠오르곤 한다.

추억 속의 달개비 꽃_1
과학시간에 관찰의 대상이 되기도 한, 은은한 보랏빛깔로 피어난 달개비 꽃의 모습


이렇게 우리에게 낯익은 풀꽃인 달개비 꽃을 혹시 자세히 관찰한 분이 계실까?
사람들은 흔히 달개비는 커다란 두 개의 꽃잎이 꽃받침이고, 가운데 노란색의 조그만 십자화 세 개가 꽃인 줄 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 모두가 수술이라고 하니 참으로 희한한 꽃이다. 암술 한 개에 수술이 여섯 개인데 그 수술 모양이 각기 다른 것이 참 놀라운 꽃이다. 
'아니, 꽃가루를 가지고 있는 것은 그 중 보리밥알 만한 수술 두 개뿐인데, 그러면 나머지 수술은 네 개는 무엇을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꽃이다.

궁금해서 이곳저곳을 뒤져보니 나머지 수술은 밋밋한 꽃잎 두 장만으로 벌과 나비를 유인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런 변화를 준 것이라고 한다. 그런 얘기를 듣고 나니 조물주가 누구인지 참 대단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추억 속의 달개비 꽃_2
학교 담장을 따라 핀 달개비 꽃


청초한 듯한 은은한 보랏빛 꽃을 피우는 달개비 꽃을 꺾어다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조카에게 보여주니, 조카는 디즈니만화에 나오는 미키마우스의 귀 같이 생겼다고 좋아한다. 
'이렇게 귀여운 꽃이 어디에서 났느냐'고 묻는 조카를 데리고 학교 담장가로 데려가 달개비 꽃을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꼬마 조카는 이 꽃 저 꽃을 지적하면서 나름 다양한 모양의 생쥐를 생각하며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래서 한참을 조카와 두런두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내가 어릴 적에도 담장 가에 피어나던 달개비 꽃을 꺾어서 친구들과 소꿉장난을 하기도 했다. 때로는 으깨어 약초처럼 놀기도 하고, 꽃만 따서 곱게 찧어 손톱에 올려 살짝 물들여 보기도 했다. 

우리가 간혹 꽃집에 가면 '자주 달개비 꽃'을 관상용으로 파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달개비보다 훨씬 키가 크고 더 빨리 자란다. 우리나라의 꽃은 이렇게 담장 가에 조용히 피어나는데, 자주 달개비는 외국에서 들여왔다고 멋지게 화분에 앉아 관상용으로 팔리고 있는 모습에 왠지 샘이 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전통의 꽃과 풀, 나무들의 소중함을 알고 보호하려고 하는 노력을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요즘도 담장 밑에서 조용히 피고 지는 달개비 꽃을 바라보면서 어릴 적 추억과 과학시간의 실험 등을 떠올려 본다.

달개비 꽃, 세포분열, 최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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