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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를 털면서 삶의 지혜를 배우다
2011-09-13 21:53:28최종 업데이트 : 2011-09-13 21:53:28 작성자 : 시민기자   이정례

추석에 고향에 계신 부모님 댁을 다녀왔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시골의 일손이란 일 년 사시사철 필요한 것 같다. 농작물들은 열심히 돌볼 때는 뭐 특별히 더 돌볼 것 같다는 느낌이 없이 그냥 크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손길이 가지 않으면 금방 풀이 무성해지고 만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일손이 늦게 도착하여 수확의 시기가 늦어지면 한 해 농사가 수포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시골의 일손은 그 시기를 우리 마음대로 쉽게 늦추거나 당길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번 추석도 이러한 농촌의 사정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추석이지만 수확의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참깨를 거둬들이기 위해 가족들이 부모님 일손 돕기에 나섰다.

참깨를 털면서 삶의 지혜를 배우다_1
얼마 전까지 열심히 자라던 참깨


밭에 나갔더니 엊그제까지 선선하던 날씨는 간데없고, 뜨거운 햇볕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바쁘게 하였다. 이제 가을이라고 하지만 햇볕이 비추는 밭에서는 여전히 여름 날씨처럼 더웠다. 항상 이렇게 더운 날씨 속에서 일하시는 부모님이 걱정이 되어 참깨를 수확하는 내내 부모님께 이제 농사를 그만 두시라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했다.

나의 부모님은 이제는 74세가 되셔서 편안히 집에서 쉬시면 좋으련만, 매년 "내년부터는 하지 말아야지..."라고 자식들에게 약속하시고는 봄이 되면 다시 씨앗을 뿌리시고 이렇게 농사를 지으신다.

이번 참깨 농사도 마찬가지였다. 봄철 허리가 많이 아프신 부모님께서는 올해는 참깨 농사를 짓지 않겠다고 약속하셨지만, 어느 날인가 시골에 내려가 보니 참깨가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추석을 맞이하여 이렇게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고, 수확하는 내내 나는 부모님께 농사일을 그만 두시기를 계속 말씀드렸다. 

참깨를 털면서 삶의 지혜를 배우다_2
수확해서 잘 말리고 있는 참깨대 묶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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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를 털면서 삶의 지혜를 배우다_3
우리 집에서 직접 수확한 참깨


부모님이 미리 거둬들여 말려놓은 참깨대를 멍석 위에 놓고 작은 막대기로 살살 두드려 정성스럽게 털어냈다. 더운 날씨에서 이렇게 참깨를 열심히 털어내니 힘이 들긴 했다.

부모님은 참깨를 바라보면서 손녀에게 "우리 손녀 먹을 거라 할머니가 더 정성스럽게 키웠지. 할머니가 곧 이걸로 기름 짜줄게. 그거 넣어서 엄마랑 밥도 맛있게 비벼 먹어."라고 말씀하셨다. 유독 비빔밥을 좋아하는 손녀를 위해서 부모님들은 참깨 농사를 더 열심히 지으셨다고 하니 가슴이 찡해졌다.

이런 말을 들은 딸아이는 자기가 수확한 것을 나중에 자기가 먹을 수 있다고 신이 나서 열심히 깨를 털기 시작했다. 하지만 참깨는 너무 급하게 힘을 주어 털면 목이 부러져 다시 털어내는 것이 더 힘들어 진다. 그래서 천천히 적절한 힘을 주어 털어내야 참깨가 상하지도 않고 잘 털어진다.

무조건 힘만 주고 털면 된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이렇게 참깨를 터는 것에도 요령이 있다고 하니, 농사는 너무 힘든 것 같다고 이야기 한다. 

참 신기하다. 농사라는 것은 정말 너무 급하게도, 너무 강하게도, 내 마음대로의 시간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농작물이 익기를 기다려야지 내가 원한다고 미리 당겨서 수확할 수도 없고, 내가 다른 일이 있다고 미뤄 둘 수도 없는 삶의 지혜를 가르쳐 준다.

이런 삶의 지혜를 배우면서, 우리 가족들은 고소한 냄새를 풍길 정도로 즐겁게 부모님의 일손을 돕고 돌아왔다.

참깨 수확, 이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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