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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와 함께 한 지난 세월을 반성하며
2011-09-17 08:21:28최종 업데이트 : 2011-09-17 08:21:28 작성자 : 시민기자   오승택

어릴 시절부터 안경을 썼다. 나의 시력저하의 주 원인은 가까운 거리에서 바로상자를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밖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뛰어놀기도 했지만 해질무렵 시작하는 만화의 시간대를 빼곡이 적어가며 절대 만화를 놓치지 않았다.

공부에 신경쓸 중고등학생때에도 밤 10시부터 12시까지 방송 3사에서 보여주는 드라마이며 예능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봤다.심지어 돈을 들여 다운을 받아 봤던걸 또 보기를 몇차례씩이나 했고, 개그프로그램 한번만 보면 바보상자 안으로 빨려 들어갈정도로 초고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바보상자와 함께 한 지난 세월을 반성하며_1
바보상자와 함께 한 지난 세월을 반성하며_1


그런 나를 보며 지나가시면서 하시는 어머니 말씀은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아마 서울대 가고도 남을 실력이었을거라 하신다. 그만큼 나는 TV의 열정적인 팬이었다. 
결혼후에는 선명하고 음향 기능 좋은 커다란 TV를 사서 집에 들여다 놓아야겠다고 매일 생각했을정도로 TV삼매경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바보상자를 들여다보니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 들고 있었다.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예능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과 한 마음이 되어 웃음이 나오질 않는다. 그저 너네는 떠들어라, 나는 내 할 일 하겠다는 심정으로 바보상자를 우두커니 몇분동안 바라보고 있다가 길지 않아 전원 스위치를 누르고 내 할 일을 찾아 떠난다.

바보상자에 들이는 시간이 줄어 드니까 대신 다른 생산적인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난것을 몸소 느낄 수 있다.

바보상자 대신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거나, 신문 사설을 하나 더 읽거나, 가족들과의 대화 시간이 더 늘어났다. 그러면서 점점 내가 나의 퀼리티를 점점 향상 시키는 기분 마저도 든다. 왜 이렇게 바보상자에만 매달렸는지 모르겠다.  아마 바보상자가 내 유일한 도피처의 하나로 단정 지었을지 모른다.

그 짧은 순간 웃고 떠들때는 고민거리들도 아예 생각이 나질 않으므로, 잠시 모든 잡생각과 차단이 된채 단지 네모난 브라운관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러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3시간이 흘러 있고 취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이런 패턴으로 다람쥐 쳇바퀴 굴리듯 반복해온 시간을 따져보니 어마어마한 시간이었다. 바보상자를 들여다 볼 시간에 다른 것을 했다면, 지금쯤 남는 산물이라도 있었을텐데 나에게 오직 남은건 저하된 시력과 안경 그리고 렌즈들뿐이다. 어릴적에 어머니 말씀좀 제대로 들을걸 그랬다.

그때 당시에는 꾸중을 들으면서 몰래라도 바보상자를 보려고 왜 이렇게 애를 썼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여러모로 득 될게 없었던 일방적 의사소통전달의 기계였을뿐인데 말이다. 쌍방향이였다면 지금쯤 나는 토론에 일가견 있는 전문가가 되었을법도 한데 아무런 남은게 없다.

그래서 어른들의 TV많이 보지말라는 잔소리가 잔소리로 들으면 안되는거였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 난 이제 바보상자의 속박에서 멀리 벗어나 나에게 이득이 될만한것들을 할 계획이다. 그리고 먼훗날 내가 아기아빠가 되었을때, 자녀들을 위해서 집안에 TV는 안들여 놓을 생각도 조금 하고 있다. 제 2의 나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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