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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닮은 바다의 청소부 엽낭게
2011-09-17 17:59:06최종 업데이트 : 2011-09-17 17:59:06 작성자 : 시민기자   최나나
서해안 바닷가는 언제 가도 나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준다. 
더운 여름철에는 물놀이로 더위를 식힐 수 있게 해주고, 다양한 갯벌놀이도 할 수 있게 해준다. 
요즘은 물놀이를 하기에는 약간 추워 그냥 갯벌에서 조개를 잡겠다며 아이들과 놀았는데, 조개는 거의 잡지 못했고 여러 가지 갯벌 동물들을 보고 돌아왔다.

갯벌에 놀러갈 때마다 보는 장면이지만, 나는 엽낭게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이 참 재미있다. 
처음에 조용히 갯벌에 가면 그 작은 엽낭게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다가, 우리가 조금만 소리를 내면 한 순간에 자기들의 구멍으로 쏙 들어간다. 동작들이 어찌나 빠른지 아이들이 엽낭게를 잡아 보겠다고 열심히 움직여도 게를 잡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가 우리가 조용해지면 슬슬 한 마리씩 엽낭게들이 올라오는 모습은 계속 봐도 지겹지가 않다. 
엽낭게는 그 작은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서 우리가 갑자기 모래갯벌로 가면 바닥이 들썩할 정도로 착시현상을 주기도 하니 그 움직임은 참 대단하다.

나를 닮은 바다의 청소부 엽낭게_1
열심히 모래 경단을 만들고 있는 엽낭게들의 모습


햇살이 비추는 좀 떨어진 갯벌에서 엽낭게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무엇을 하느냐 저렇게 바쁜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고,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게들이 모습이 아침에 부지런히 출근하는 우리네 모습하고도 너무 비슷한 것 같다. 
바쁘게 움직이는 게들을 보니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을 바쁘게 오르내리는 현대인이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사실 이렇게 작은 게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에 우리는 감사해야 할 것이다. 바다는 지구 환경을 지키는 거대한 정화장치와 같다. 
우리가 흘려보내는 오염물질은 끊임없이 이 바라도 흘러들어 간다. 하지만 바다는 묵묵히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있는데, 귀여운 엽낭게가 이러한 역할을 해내는 멋진 생명체 중의 하나이다. 

나를 닮은 바다의 청소부 엽낭게_2
이 작은 엽낭게들이 갯벌을 정화하가 있다


게는 바닷속뿐 아니라 모래갯벌을 정화하는데 크게 기여하는데, 엽낭게 역시 이 역할을 톡톡히 해 낸다. 엽낭게들 옆에 가면 꼭 미니어처 같이 모래로 작은 경단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셨을 것이다. 엽낭게들이 만들어 놓은 이 작은 모래 경단들은 엽낭게가 모래 속의 플랑크톤이나 유기물질을 걸러 먹고 뱉어낸 찌거기로 세척해둔 모래알처럼 깨끗하다고 한다. 

엽낭게들이 모래를 입으로 가져간 다음 입에서 머금은 물과 함께 모래가 소용돌이치게 되고 무거운 모래는 가라앉고 물에 떠는 가벼운 유기물 등은 입으로 삼켜진다. 
유기물이 걸러진 모래는 입 밖으로 뱉어져 모래 경단이 만들어진다고 하니 작은 게가 하는 일치고는 대단히 과학적이다. 엽낭게는 하루에 이렇게 작고 동글동글한 모래 경단을 자기 몸무게의 수 백개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엽낭게를 바라볼 때 엽낭게들이 그렇게 바쁘게 움직였나 보다!

매일 집안 청소하는 나, 묵묵히 갯벌을 청소하는 엽낭게. 
나는 나와 가족들을 위해서 청소를 하고, 귀여운 엽낭게는 자신과 지구의 환경을 위해 청소를 한다. 우리 둘 다 청소부라는 것은 비슷하지만, 나의 청소로 인한 영항과 엽낭게의 청소로 인한 파장효과는 실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엽낭게의 역할이 참 광범위하다. 

사실 우리는 타인의 위한 이타적인 삶보다,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사느냐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데, 요 작은 녀석은 우리를 위해서 하루 종일 그렇게 끊임 없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작은 생명체가 경이로워 보인다. 
그래서 이 작은 엽낭게를 바라보며 나도 앞으로는 조금이라도 타인을 위해 내 것을 나누는 삶을 살아보기로 작은 다짐도 해본다.


엽낭게, 갯벌정화, 최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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