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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화성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 팔달산 산책에 나썼다. 그런데 팔달산에서 뜻밖의 반가운 식물 '까마중'을 보았다. 농약이 닿지 않은 길가에서 벌레에게 이파리 이곳저곳이 갉아 먹히긴 했지만 자기의 모습을 잃지 않고 꽃도 피우면서 열매를 맺고 있었다.
까마중을 보니 어릴 적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어릴 때에는 지금처럼 먹을 간식이 풍부하지 않았다. 특히나 농촌에서 간식이란 것은 정말 흔치 않았다. 그런 나에게 아주 맛있는 간식이 되어 준 것이 까마중이었다. 팔단산에서 열매 맺고 있는 까마중 까마중은 5월부터 7월까지 꽃을 피우면서 열매를 맺는데, 꼭 이 시기에만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고 지금도 열매를 맺으며 그 맛을 볼 수가 있었다. 까마중은 밭이나 길가에서 흔하게 자라는 식물이었는데, 특히 햇볕이 잘 드는 밭이나 길가에서 잡초처럼 막 자라나는 식물이다. 엄마와 밭을 맬 때 엄마는 밭가에서 자라는 까마중은 내버려 두고 밭 중앙에 있어 다른 작물이 크는 것을 방해하는 까마중은 제거했었다. 밭 중간에서 자라는 바람에 뽑혀지는 까마중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여름방학이 되면 친구들과 몰려 다니면서 이 까마중 열매를 따 먹으며 다녔다. 가끔은 작은 그릇을 가지고 다니면서 까마중을 모았다가 집에 가져와서 설탕을 뿌려 먹기도 하고, 한 주먹 가득 따서 그냥 한 입에 털어 먹기도 했다. 까맣게 잘 익은 까마중 열매는 달착지근한 맛이 나서 인기가 좋았다. 더불어 그 달달한 까마중을 입안에 넣어서 먹을 때 입안에서 '톡'하고 터지는 재미도 있었다. 까마중이 이런 이름을 갖게 된 것도 참 재미있다. 잘 익은 까마중 열매는 마치 삭발한 스님의 머리 같아 보이기 때문이라고 어른들로부터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친구들끼리 이런 까마중을 너무 많이 먹으면 '속이 까맣게 변한다'면서 걱정을 하며 까마중을 먹기도 했는데, 알고보니 이런 이야기는 아이들끼리 하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이긴 했다. 검게 잘 익은 조물주의 완전함을 담은 까마중 열매 나는 친구들과 재미로, 맛으로 이 까마중 열매를 따 먹곤 했는데, 어른들은 때론 이것을 약용으로 사용하곤 하셨다. 한번은 내 다리에 부스럼이 생겨서 좀처럼 없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때 어머니는 까마중 열매를 잘 찧어서 내 다리에 붙여 주셨던 기억이 있다. 실제 우리 동네에서는 잘 낫지 않는 종기나 타박상에 까마중의 잎과 줄기를 찧어서 아픈 부위에 바르기도 했다. 또한 어머니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가 되면 기침을 자주하는 나에게 까마중을 잘 달여서 기침이 심할 때 조금씩 주기도 하셨다. 그러면 기침이 좀 덜해지곤 했다. 예전에 내가 이렇게 까마중을 먹을 때는 그냥 민간요법으로 믿으나 마나 하게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실제 요즘은 많은 연구에서 까마중이 염증에 강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한다 그래서 항암효과에 탁월한 까마중이 요즘 여러모로 많이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까마중은 다양한 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요즘 시중에서 팔기도 한다는 사실에 나는 깜짝 놀랬다. 내가 어렸을 때는 그냥 맛도 좋고, 먹는 재미도 있어서 까마중 열매는 따 먹곤 했는데 그런 식물에 이런 과학적인 효과가 많이 입증되었다니 정말 새롭다. 예전에는 이런 까마중을 밭가나 길가의 어디서든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농촌에서도 열심히 제초 작업을 하기 때문에 까마중을 만나기는 예전처럼 쉽지가 않다. 그런데 이런 까마중을 팔달산에서 보니 너무 반가웠고, 그냥 별로 과학성이 없는 민간요법인 줄만 알았던 까마중의 효능이 실제로 많은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까마중과의 만남이었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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