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네팔은 휴무다. 한국인들이 아는 힌두교하면 소가 떠오른다. 그런데 사실과 너무 다르다. 기자는 오늘 네팔과 인도의 국교나 다름없는 힌두교에 대해 이해를 돕고자 한다.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대로 그 이해를 깊이할 수 있는 기사를 써 볼 생각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는 바처럼 인도와 네팔을 중심으로 퍼져있는 힌두교의 신은 무려 33종류의 신이 있다. 그러니까 그냥 힌두교는 다신이다고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神)은 소지만 그것이 힌두교의 대표신이 아니라 럭스미라는 신의 일종일 뿐이다. 부를 부르는 신이다.
오늘은 힌두교 신 중에서 대표신 중의 하나인 시바신의 탄생일이다. 시바신은 생과 사를 관장하는 주요한 신이다. 오늘은 시바 라뜨리(shiva ratri=시바의 밤)라는 시바 신의 생일날이다. 오늘 저녁에는 각 사원과 시바신을 추종하는 신도들이 불을 지피고 축제를 벌인다. 이상하게도 힌두교의 대표적인 신인 시바신의 대표적인 사원은 인도가 아닌 네팔에 있다. 며칠 전부터 시바 신을 믿는 수많은 인도의 수행자(사두=Sadu)들이 파수파티라는 사원으로 몰려들었다.
세계 최대의 화장터이자 시바 신의 사원인 파수파티다.
한 아이가 길을 막아섰다. 지나가는 커다란 차와 아이의 모습이 대비된다. 그는 1루피 2루피에 길을 내준다. 시바 신의 탄신일인 오늘 아침에는 기도가 일상인 네팔 사람들도 아침부터 바빴다. 큰 명절을 맞은 사람들처럼 잘 차려입고 가까운 사원을 찾아 기도를 하기도 하고 저녁에 있을 행사에 대비하여 제수를 장만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손뜨개질을 해 만든 덮개를 이용해서 작은 쟁반에 제수를 장만해 가까운 사원을 찾는 어린 여자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네팔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언제나 깊은 인상을 준다.
오늘은 이색적으로 집을 나서자마자 길을 막아선 아이들을 만났다. 우리네 보름날 채를 들고 동네한바퀴 돌던 생각이 났다. 그들의 모습이 싫지 않았다. 작은 금액을 돈을 주어야 길을 내주는데 필자는 주머니에 1루피 동전과 2루피 동전이 있었다. 아이들의 모습이 좋아 보여 3루피를 주었다. 그런데 곧 다른 아이들이 길을 막아섰다. 처음 접한 필자의 준비소홀이다. 그런데 낭패가 호주머니에 더 이상 잔돈이 없고 1000루피 지폐 밖에 없다. 하는 수없이 아이들에게 돌아오는 길에 주겠다고 사정하고 길을 내줄 것을 부탁했다. 다행히 그냥 길을 내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또 다른 아이들이 다른 지점에서 줄을 이용해 길을 막아섰다. 가끔은 어른들이 짜증을 내며 아이들이 줄을 잡고 선 것을 무시하고 갔다. 그때 아이들이 줄을 놓치고 조금은 서운한 표정을 짓고 아쉬워했다. 그 돈을 어떻게 쓰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아이들은 작은 금액의 돈을 모아 축제가 벌어지는 저녁에 자신들 나름대로 먹거리를 장만하고 함께 축제에 참가한다고 했다.
참 대담하게도 그들은 큰 차량들이 지나가는 길에서도 줄을 이용해 길을 막고는 한 사람의 지도자가 나서듯 길 한복판에 서서 오가는 차량을 막고 섰다. 그리고 돈을 달라고 청하였다. 그런데 조금은 아이들답지 못하게 돈을 주지 않으면 맨손으로 차를 때리는 시늉을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손길을 뿌리치는 어른도 밉상이었지만, 아이들도 조금 지나친 듯 보였다. 그러나 모두 웃어넘길 수 있는 범주의 일들이니 그들의 축제에 하나의 애교로 볼만한 일이란 생각을 했다.
파수파티에 열린 모든 문들은 수행자의 문, 영혼의 심장을 향해 열린 문처럼 여겨졌다.
안젤리나는 그가 4세때 알았던 아이다. 지금은 학생이 되어 기도를 위해 인도대사관 담장 아래 기도 공간인 작은 사원을 찾았다. 그의 기도는 무엇이었을까? 그의 웃음이 맑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네팔인 친구 엄릿(Amrit)이 있다. 그는 국제변호사로 벨기에에서 활동하다 이제는 네팔에 정착한 변호사이며 한 대학교수다. 나는 이제 그의 이웃이 되었다. 몇 해 전 그가 한국을 찾았다. 그때 그의 어머니와 그를 네팔 이주노동자의 부탁으로 기자의 차로 안내한 인연이 있다. 나중에 네팔을 찾았을 때 그는 답례로 그의 가족을 대동하고 한 고급레스토랑으로 기자를 초대했다. 그때 어린 딸 안젤리나를 알았다. 그런데 그는 이제 어엿한 학생이다. 오늘 그도 어머니와 함께 기도를 하고 있었다.
이 성스럽고 평화로운 축제일에 출근하던 처제가 주의를 준다. 신신당부란 표현에 걸맞은 당부다. 오늘은 누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지 말란다. 특히 길에서......, 시바의 밤이라는 축제 음식에는 취기를 느끼게 하는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준다고 했다. 그것을 잘못 먹으면 강도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시바의 탄생일에 네팔을 찾는 분들이 계시다면 주의할 일이다.
기자는 몇 차례 시바의 사원인 파수파티를 찾았다. 세계 최대 화장터이기도 한 파수파티에는 무더운 여름날 인도인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명소다. 그곳을 산책하며 사색에 잠긴 적이 있다. 그리고 지나온 길에 사진을 통해 다시 보는 파수파티에는 영혼을 찾아 수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내게로 찾아드는 느낌을 준다.
수행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차분하게 머물러 있기만 해도 영혼의 문을 열고 텅 빈 맑고 맑은 영혼이 찾아들 것만 같은 곳이란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살면서 수행을 위한 수행을 할 것이 아니라, 영혼을 움직여서 사는 실천하는 수행자가 되었으면 한다. 자신의 영혼을 움직여 살아가길 바라는 것이다.
네팔하면 히말라야를 떠올리는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여행지 중의 하나가 파수파티다. 살아가면서 생과 사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도 축복이다. 아무 것도 되돌아보지 못하는 것은 불행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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