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아들 군대 보낸 부모님께
편지 많이 써 주세요
2012-03-09 20:53:22최종 업데이트 : 2012-03-09 20:53:22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막상 아이를 훈련소에 보내 놓고 보니 하루하루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아들 군대 보낸 부모님께 _1
아들 군대 보낸 부모님께 _1

오늘은 육군 훈련소에 가고 난 다음 세 번째 편지가 왔습니다. 첫날은 목요일 입소 후 토요일 쓰는 편지였기 때문에 밥이 매우 맛이 없다는 얘기를 하였고 훈련소에 대한 이런 저런 느낌을 갖지 못한 모양이었습니다. 입었던 옷을 보낼 때도 달랑 옷가지만 보내 와서 얼마나 서운했는지 모릅니다. 첫 번째 편지도 쓴 날짜에서 일주일이 지나고 받았는데 오늘도 그만큼 시일이 걸린 것 같습니다.

오늘은 아빠와 동생 그리고 엄마에게 각각 편지를 보냈습니다. 글씨는 여전히 깨를 뿌려 놓은 듯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편지지를 메웠습니다. 

편지를 쓴 날은 3월 1일입니다. 빨간 날(휴일)이라 훈련이 없고, 오후에 낮잠 자는 시간도 주었는데 저녁에는 영화 '포화 속으로'를 상영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삼일절에 지내는 훈련소는 지낼 만 하다고, 평범하게 나온 밥도 맛있게 먹고 행복하다고 생각까지 했답니다. 집에서 유별나게 설거지를 하기 싫어했는데 식판을 매일 닦아야 하는 것이 곤욕인가 봅니다. 

훈련병은 PX도 이용하지 못해서 군것질은 생각도 못한답니다. 그래서 다가오는 일요일은 교회에 가야겠다고 하는데 그 곳에는 '가나파이'와 '사이다'를 준답니다. 
그리고 오전에는 평범한 교회인데 저녁에는 파티장 분위기를 방불케 하여 찬송가를 그렇게 신나게 부를 수 있다는 걸 지난주에 알았다고 합니다. 
사찰에선 소보루 빵을 준다고 하여 다음 주에는 어딜 갈지 생각중이랍니다. 

삼일절인 그날부터 인터넷 편지를 배부했던 모양입니다. 편지를 받은 자와 받지 못한 자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환호하는 동기도 있고, 투덜거리며 부러워하는 친구도 있었는데, 저는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고 합니다. 
처음은 마냥 좋다가 아빠의 편지를 읽으니 살짝 찡해졌다고 합니다. 울 것 같아서 차마 부모님의 편지를 뜯지 못하는 동기가 있는가 하면 포상 전화 통화를 하고 난 동기는 간혹 울면서 들어오기도 한답니다.

그렇게 쉽게 하던 전화 한 통화, 그 곳에서 간절한 소망이 되고, 쉽게 마셨던 탄산음료는 즐거움이 되고, 잘 하지 않던 운동은 일상이 되고 그 곳이 군대라는 곳인가 보다고 합니다.

'e수원뉴스 기사 쓰기 바쁘시더라도 기사 쓸 시간에 편지 한 통만 써주세요'라면서 부탁까지 합니다. '굽신굽신. 저는 단어 틀려도 되고요. 문장 어색해도 상관안합니다' 하면서. 

아직 훈련소에 있지만 군대라는 곳이 사람을 단기간에 변하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 있는가 봅니다. 훈련소로 떠나기 전 큰 아이는 자상하지만 도도했었습니다. 누구에게 부탁을 한다든가 굽신거린다는 표현조차도 하지 않았는데 편지 한 통 때문에 그렇게 '굽신굽신'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보니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인터넷으로 쓴 편지는 실시간 출력되며 집계하여 저녁 점호 전에 나눠준다고 합니다. 저는 인터넷으로 편지쓰기가 가능한 날부터 매일 아침을 편지쓰기로 시작합니다. 편지을 받지 못하면 그 아이가 얼마나 서운할까라는 생각에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는데 막상 그런 편지 내용을 보고 나니 더욱 중단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말이 있습니다. 첫 휴가를 나오면 엄마들은 버선발로 반긴다 합니다. 두 번째 나왔을 때는 "왔구나"한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네 번째 에는 "왔니?" 하다가 휴가 나오는 횟수가 늘어나면 "그 군대는 보초도 안서고 매일 휴가만 보내준다니?" 라고 한답니다. 우리 시어머니가 둘째아들에게 했던 말씀이기도 합니다. 

남들 안가는 곳에 간 것도 아닌데 유난스럽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머리로 인지하는 것은 연습과 반복으로 되지만 가슴으로 느끼는 것은 예습도 안 되고 복습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사에 충실하고 후회를 남기지 않아야겠습니다. 

자식을 군에 보내신 부모님들 편지 많이 써주세요. 군대 밖의 세상에선 하찮은 편지 한 통일 수도 있지만 자유롭지 못한 곳에 있는 우리의 아들들은 격려가 되고 힘이 됩니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