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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길거리 옷장사를 시작했단다
내 분신같은 사랑하는 딸들에게 쓰는 엄마의 편지
2012-04-13 17:09:33최종 업데이트 : 2012-04-13 17:09:33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애
사랑하는 딸들아.
서울에 살다가 갑자기 집안에 변고가 생겨 이렇게 엄마만 수원에 살기 시작한지 벌써 1년이 넘었구나. 그러다 보니 엄마는 좀 외롭고 쓸쓸하지만 너희들을 위한 뒷바라지라면 무엇을 못할까 싶어 길거리에 옷장사를 시작했단다. 

토요일 밤에 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 동대문 시장에 올라가 브렌드 의류 세일 제품을 사 모으면 새벽 2시. 저마다 먹고 살기 위해 그곳까지 올라온 전국 옷장수들의 얼굴엔 오늘도 한푼이라도 더 벌어 가족들 생계를 꾸리겠다는 치열하고도 절박한 모습이 짙게 배어 있단다. '체험 삶의 연습장'이 아니라 '실전 삶의 현장'인 셈이지. 

엄마가 길거리 옷장사를 시작했단다_1
엄마가 길거리 옷장사를 시작했단다_1

엄마 곁을 떠나기 전 너희들도 주말에 집 주변에서 많이 봤던 길거리 옷장수. '폭탄 세일' '초저가 브렌드 할인' 이라며 길거리에 길다란 철제 옷걸이 세워놓고 속옷부터 티셔츠며 청바지에 모자까지 팔던 아줌마들.... 후훗, 이젠 네 엄마가 그걸 하고있다. 놀랐지? 

얼마전에는 장사를 하던중 느닷없이 쏟아진 굵은 빗방울 때문에 옷을 걷느라 정신이 없었잖니? 내리는 비 때문에 옷은 하나도 못 팔고 옷걸이는 바람에 쓰러지고… 갑자기 옷 장사 생각은 왜 해서 이 고생인가 후회 막급이었어. 
사실 너에게 책 한 권이라도 더 사 줄까 하는 욕심으로 한 일인데 비는 그치지 않고, 서둘러 옷을 정리해 봉고차에 싣다보니 옷가지들이 비에 젖은게 생겨 손해를 봤잖니. 날은 저물어 버렸는데 돈도 못 벌고 문득 너희들 두 녀석 얼굴이 떠올라 눈물이 살짝 나오더구나. 

몇일전 꿈속에선 네 아빠가 나타났던걸. 내 볼에 얼굴을 살짝 대고는 "여보, 아름이 다운이더러 아빠가 보고싶어 한다고 전해줘"라고 속삭이더구나. 너무나 생생한 목소리.... 네 아빠가 살아서 내 곁에 있는 듯한 착각에 한동안 잠을 이룰수 없었단다. 내가 더 열심히 벌어 너희들이 구김없이 자랄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으로 들렸어.  야속한 사람 같으니. 그렇게 먼저 훌쩍 떠나놓고는 무책임하게....

그저께 오후였단다. 둘째 또래 정도의 여학생이 오더니 어른 속옷 값을 좀 깎아 달라는 거야. 문득 네 생각이 났어. 작년 엄마 생일날 속옷을 사는데 너무 비싸서 결국 2주일치 용돈을 다 써버렸다는 네 말이 생각나서 내가 어떻게 한줄 아니?  
그 여학생에게 옷을 그냥 주었단다. 아빠께 효도하라며. 여학생은 그럴수 없다며 가격만 깎아 극구 옷값을 내려놓고는 기뻐서 폴짝 뛰며 사라지더구나. "아줌마 고마워요, 많이 파세요"라며. 참 바르고 착해보이던데, 우리 둘째와 그렇게 닮았더구나.  그 덕분에 몇일전 비로 인해 우울했던 기분이 싹 가셨지 뭐야.

오늘 아침.  장사를 위해 옷짐을 정리하고 막 나갈려는 순간 누군가 찾아왔더구나. 문을 여는 순간 엄마는 기절할뻔 했지. 잘 생긴 남자 아저씨가 손에 들고 온 커다란 꽃다발. 그리고 호수처럼 맑고 깊은 눈을 가진 그 아저씨는 내게 이렇게 말하더구나.
"따님 두분이 생신 축하한다며 꽃을 보내 오셨습니다. 행복하세요"라고.

엄마는 한동안 말을 못하고 석고처럼 굳어 버렸단다. 그리고 꽃다발 속에 들어있던 너희들의 편짓글 "엄마, 우리 딸들은 엄마가 우리 엄마인게 세상의 가장 큰 축복이예요. 열심히 공부해서 정성껏 효도할께요. 우리 효도 받으려면 건강하셔야 돼요. 사랑해요 엄마"를 읽으며 행복한 눈물을 흘렸단다. 

딸들아. 엄마는 너희들 때문에 살고 있다. 알지? 내 영혼보다 맑고 사랑스런 분신들. 우리 열심히 하자꾸나. 엄마의 사랑을 이 글로써 약속하마.  엄마는 너희를 낳아서 기른게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단다.  딸들아! 우리 곧 수원에서 함께 살자꾸나. 더 힘내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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