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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황당한 시험지
2012-04-28 02:34:31최종 업데이트 : 2012-04-28 02:34:31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애
학문(?)에 뜻이 없는 우리 아들. 내일모레가 중간고사인데 여전히 느긋한 초등학생이다.
물론 아직 초등학생이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으로  봐서는 분명 다른 길(?)을 엿봐야 할 정도로 학업에 정진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죽자사자 쫓아다니는게 컴퓨터다. 컴퓨터를 너무 많이 하는게 교육상 좋이 않아 시간을 정해놓고 시키기는 하지만 녀석은 그럴때마다 "엄마, 저는 장래 꿈이 컴퓨터 게이머예요"라며 응수한다. 참 내...

컴퓨터 게이머가 되려면 컴을 끼고 살아야 한다는게 녀석의 지론인데, 그걸 곧이곧대로 믿고 마냥 게임만 시켜줄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유난히 게임에 몰두하며 컴을 가까이 하는 녀석인지라 달리 막을 방도는 없는듯 해서 일단 다른 아이들보다 컴을 더 많이 허용해 주는 편이다. 

컴을 많이 하다 보니 부작용도 있기는 했지만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상식도 쌓고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도 찾아내 곧장 활용하는 기특함도 있기는 하다. 정말 녀석이 컴을 활용해 이것저것 하는걸 보면 컴퓨터가 정보의 바다가 맞긴 맞는듯 하다.

아들의 황당한 시험지_1
아들의 황당한 시험지_1

작년 말 기말고사때 일이다.
아무리 컴퓨터도 좋지만 이제는 그 시간을 줄이고 시험공부도 좀 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염려 말라고 큰소리 뻥뻥 쳤다. 국어와 수학은 학교서 배운대로 하면 되고 과학과 사회는 컴퓨터로도 많이 공부했다며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초등학생이다 보니 이 4과목만 시험을 치뤘는데 나중에 시험 결과를 갖어온걸 보니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뭐... 예상은 했지만 국어 86점, 수학, 76점, 과학, 82점, 사회 96점 이 정도였다.
"너, 이건 좀 심하지 않니?"
"엄마, 그거 지난번보다 오른거야. 앞으로 더 올릴건데..."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그래도 지난번보다 평균 점수가 올랐다며 항변하는 녀석에게 '그래 잘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계속 나아진 모습 보여봐'라며 시험지를 덮으려는 순간, 과학 문제 하나가 눈에 띄였다.
주관식이었는데 문제의 내용인즉, "곤충은 머리, 가슴, ( )로 나뉘어져 있다"라는 지문에 그 (  )안에 정답을 써 넣는게 문제였다.  정답은 당연히 (배)일듯 했는데...

아들이 쓴 답은?  
"곤충은 머리, 가슴, (으)로 나뉘어져 있다" 였다.
나는 발라당 뒤집어지면서 배를 쥐고 자지러지듯 웃었다. 시험지를 가져다가 남편을 보여줬더니 신문을 보다 말고 웃음을 참지 못한 남편도 방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야...야 임마 크크큭... 그래 이게 (으)로냐 이게.. 푸하하하...(배)잖아 배..."
"배?~에요?... 이상하네... 인터넷에는 (으)로 돼 있던뎅....."

컴퓨터의 폐해(?)였을까. 인터넷 유머를 보고는 그 답을 '진짜'로 알고 머리, 가슴, (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내 참, 기가막혀서...

언젠가 친구 딸내미가 "찐달걀을 먹을 때는 ( )을 치며 먹어야 한다"는 문제의 정답이 (소금)인데 그걸 "찐달걀을 먹을 때는 (가슴)을 치며 먹어야 한다"고 했다고 해서 배를 쥐고 웃은적이 있었다. 우리 아들이 그꼴이 난거다.  
"아들아, 게이머도 좋지만 이젠 공부좀 하자.........."
아직도 목구멍에서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아들의 손을 잡고 공부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눈에 띈 컴퓨터 모니터가... 웬지 '몬스터'처럼 보였다. 에구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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