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긴 주말이라 그런지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알차게 보냈다. 물론 변덕스럽게 변화하는 날씨때문에 계획을 계속 수정해야하긴 했지만 말이다.
주말만 되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는 것은 나의 고정된 일과다. 물론 이 산책은 말이 산책이지 거의 소풍이나 나들이 수준으로 생각하고 준비를 한다.
이것은 내가 애견인으로서의 나의 책무이고, 의무라고 생각하며 절대 빼먹지 않는다.
나는 사실 싫증을 잘 내는 편이다. 그러나 개를 사랑한다는 이유를 넘어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생각으로 나와의 약속으로 꼭 실천에 옮기고 있다.
토요일은 갑작스런 약속으로 이 산책이 무마되고, 일요일은 꼭 중요하게 들어야 할 강의가 있어 아침부터 눈코뜰새없이 서둘러 강의를 듣고 시험을 치다보니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완전히 끝나지 않은 강의라 나머지는 월요일에 들을 생각으로 산책을 준비하는데 하늘이 컴컴해지면서 갑자기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휴대폰을 열어 현재 수원의 날씨를 보니 수원에 비소식은 예고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안심하고 다시 나갈 채비를 하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쩔 수없이 산책은 내일로 기약하며 다시 강의에 몰두했다.
석가탄신일 아침, 나는 또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긴 하루를 보낼 채비를 하고 창문을 열어 하늘을 살폈다.
하늘은 안개가 낀듯하지만, 날씨는 맑은 듯했다. 그래서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섰다. 신난 강아지를 대동하고 짐을 한껏 꾸려 집을 나섰다. 사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가는 것은 내게 굉장히 힘든 일이다.
길에서 실례를 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신경써야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 신경을 세우며 산책을 시작했다.
수원에는 사실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 굉장히 좋다. 일단 강아지 등록제가 되어 있어서 이름표를 대신하여 달고 다닐 수 있고, 길에서도 안전하게 목줄을 하고 잘 통제만 할 수 있다면 문제시 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아지를 데리고 갈만한 길이 굉장히 많다. 나는 보통 나의 모교인 아주대학교를 선택하는데, 그건 아무래도 내가 각각 위치를 잘 알고 또 강아지가 한껏 달리기를 할 수 있는 넓은 들판과 운동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후 시간에는 사람들이 무척 몰려서 나는 주로 아침에 데리고 다녀오는데, 오늘 역시 이른 시간인지라 사람들이 없었다.
그러나 주말에 들판에서 사람들이 무슨 행사를 했는지 곳곳에 행사 흔적이 남아 있었다.
깨진 유리병, 술병뚜껑, 껌등 평소와 다른 장소를 보며 적잖이 놀랐다.
속상하게도 한참을 뛰어놀던 강아지가 다리를 뒤뚱거리기에 보니 껌을 밟아 발의 털이 발부분에 다 붙어 버린 것이다. 산책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목욕을 하면서 식용유를 부어 겨우 제거하긴 했지만 무척 속상했다.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 중 가장 위험한 것은 깨어진 술병 유리조각과 날카로운 병뚜겅 등이다.
그리고 최근에 심어진 것으로 보이는 나무 묘목 앞에 버려진 음료수 빈컵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것들은 손쉽게 버릴 수 있도록 쓰레기통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렇게나 쓰레기들을 버리는 사람들은 왜 그러는 걸까?
즐겁게 함께 즐기고 나누는 곳이라면, 잠시 자신의 귀찮음을 감수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버리는 손 부끄러운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