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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에서 청소하는 분들의 어려움
2012-06-16 08:49:36최종 업데이트 : 2012-06-16 08:49:36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애
건물에서 청소하는 분들의 어려움_1
건물에서 청소하는 분들의 어려움_1

"학생들 강의 끝날 때 됐네. 얼른 치워야지."
며칠전 모 대학교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하는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나와 이야기를 하던 중 빈 강의실에서 바삐 손을 놀렸다. 강의실 곳곳엔 휴지와 음료수 캔 등이 널려 있었다. 칠판 밑에는 분필 가루가 수북했다. 책상 줄을 맞추는 데도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 중요한건 자기가 만족하는 것과, 어떤 일이건 일을 시키는 쪽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격적으로 존중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많은 직업 중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음지에서 일하시는 분들. 

어떤 사람들은 그분들을 일컬어 '유령'이라고도 한다. 워낙 관심들을 못 받다 보니 언제 어디서 나타났다가 어디로 사라지는지조차 모르는 '유령'.
그래서 그분들의 일은 정신적으로 고단하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못하다. 내게 그런 친구가 있어서 그가 일하는 곳에 짬을 내어 직접 가 본 것이다.

친구가 맡고 있는 강의실은 12개였다. 청소 일만 벌써 13년차 베테랑인 친구가 뛰어다니다시피 해도 한 강의실당 청소시간이 10분을 넘는다. 오전 8시에 출근해 9시30분 정도까지 모두 끝내려면 전날 짬을 내 몇 곳은 미리 치워둬야 한다. 
"이 강의실은 어제 퇴근하기 전에 청소했더니 좀 빨리 끝나네."
구석구석 쓸고 닦다 보면 금방 땀이 나고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바닥의 껌을 떼고 일어나는 친구의 입에서 연신 "에구구" 하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친구가 맡은 건물의 청소노동자는 13명이었지만 얼마 전 건강상의 이유로 2명이 그만뒀다. 근무시간은 1시간 줄었지만 업무량이 늘면서 제 시간 내에 일을 끝내려면 잠시도 허리를 펼 틈도 없다.
친구는 "근무시간이 줄고 나니 잠시 쉬는 것도 눈치가 보여"라고 말했다.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학생들이 실수로 음료수 엎지르고 그러는 거지, 나 힘들라고 일부러 그러는 사람은 없을 거야. 먼지 많으면 학생들이 힘드니까 빨리 치워야지. 이게 내 일이잖아"라며 그냥 풀썩 웃었다.

웃는 얼굴에서 이 직업을 가진 친구도 그게 팔자이며, 천직이고, 친구같은 마음씨 아니면 이 일도 참 견디기 힘든 일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쓰레기통과 화장실 등을 청소하면 바로 점심시간이다. 건물 3층과 4층 사이 계단 한쪽 쪽방이 친구 등 3명의 유일한 휴식공간이다. 

이분들은 매일 밥솥에 밥을 안치고, 집에서 싸온 반찬으로 소박한 밥상을 차린다. 점심을 먹은 이들은 지난번 국회의원 총선에서 모 정당의 비례대표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청소노동자 김순자씨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런 사람들이 국회에 나가면 우리 같은 어려운 사람들 얘기를 많이 해줄거 아녀? 아직 높은 사람들은 서민의 고충을 잘 모르는 것 같어... 에고 참 내..."

일전에 모 용역업체가 입찰을 포기해서 전부다 해고됐던 한 대학의 청소노동자가 서너달 동안 시위하고 농성한 끝에 간신히 전부다  복직된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후 달라진 것은 별로 없고, 그리고 중요한 말을 했다.

친구는 "그 전엔 시키는 대로만 살았는데 우리도 존중받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니까"고 말했다. 노동절이나 여성의 날도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게 그 자신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도 말했다.
자신들이 음지에서 일하고, 누군가의 주목도 받지 못하는 분야에서 일하기 때문에 오히려 어렵게 살거나 하는 타인에 대한 관심은 더 많다고 한다. 그래서 가끔씩 청소하시는 분들이 여럿이 모여 짬을 내어 홀로 사니는 할머니들을 찾아 봉사활동도 한단다.

참... 이런 분들의 봉사는 억만금 재벌급 회앙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 일 아닌가.
"많은 사람이 도와주는 것을 보면서 '세상에 이런 고마운 사람들이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어.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거나 줄 수 있는 존재란 생각을 못했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내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의 월급은 100만원 남짓이다. 사실 이 액수는 살림을 하고 가정을 꾸려가기에는 너무나 적다. 거기다가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일을 하다 보니 대다수 청소 노동자가 관절병 같은 것을 앓고 있지만, 몸이 아플 때 쉬는 것도 꿈같은 일이다. 
친구의 다른 동료분 한명은 인대가 늘어난 상태로 일하고 있는데 대체인력을 대 주는 게 아니니 내가 쉬면 동료가 더 고생을 하게 된다는 생각에 그냥 참고 나오고 있다나. 이거야말로 자기가 힘들어서 쉬는건 그야말로 제 살 깎아먹기이니...

점심시간이 끝나자 친구는 또다시 몸을 일으켰다. 뒤뜰과 계단, 복도 등을 청소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간다. 
친구의 꿈은 소박했다. 힘없는 사람들이 살기 편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5시가 돼서 퇴근하는 친구에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자신들이 깨끗이 청소한 공간에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지나가면서 "수고하세요"라는 인사 한마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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