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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머리카락을 홀랑 잘라버리다
'전문가'가 괜히 있는것이 아니다
2012-06-17 10:34:34최종 업데이트 : 2012-06-17 10:34:34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큰일을 내고 말았다. 내가 정말 큰일을 내고 말았다. 때는 어제 저녁의 일이었다. 동생이 큰 마음을 먹고 반삭발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새로운 다짐으로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는것도 있었고, 요즘 나사 빠진것 마냥 늦잠도 많이 자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반성을 하는 의미였다. 

간단하게 집 앞에 미용실이 많으니 아무곳에서나 너가 들어가고 싶은 미용실에 들어가서 자르고 오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밤 8시쯤에 갔을때 미용실 문이 닫혀 있어서 그냥 집으로 온 동생이 나에게 제안을 했다. 그냥 누나가 깍아줄래? 하며 나에게 물어보는것이었다. 

난 헤어에 대한 공부도 안했을뿐더러, 평소 손재주가 좋긴 했지만, 머리카락을 자른다는것은 전문적인 장인들의 손길이 필요한것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자신의 머리를 맡긴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두차례의 권유동안 나는 깍을수 없다며 한사코 사양을 하기 바빴는데 세 번째로 깍아 달라는 소리에 어디에서 자신감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내가 잘 깎을수 있을것만 같은 용기가 생겨났다. 

그래서 바로 오케이를 하고, 화장실에 의자를 갖다 놓고 머리 자르는 전용 가위들을 갖다놨다. 집에 머리 자르는 미용실 전용 가위가 있었던 이유는 이모께서 헤어 디자이너이신데 내가 예전에 앞머리를 가끔씩 다듬을때 빌려온것이었다. 
이 여러종류의 가위들을 놓고 천천히 심호흡을 한뒤에 최대한 잘 잘라 보기로 했다. 머리카락을 적당한 양만큼 손에 쥐어서 들어 올린다음에 가위로 차근차근히 자르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 쉬운데..?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던 나는 점점 과감해지기 시작했다. 

온 신경을 동생의 뒷통수만 봐 가며 집중해서 머리를 다듬고 있었는데 과정이 무진장 순조로웠다. 마치 내가 그 순간만큼은 일류 헤어 디자이너가 된것같은 착각이 들었다. 뒷 머리는 어느정도 손질이 되어 가고 있었는데 문제는 층이 생겨버린것이었다. 그렇지만 처음 가위를 든 사람 치고는 꽤 괜찮은 결과물을 보이고 있었다. 

미용을 전문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손재주가 뛰어나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오른쪽 머리카락을 자르다 보면, 왼쪽이 이상해 보여서 왼쪽을 살짝 자르면 또 가운데가 이상하게 보이는등의 균형을 잡기가 정말 힘들었다. 

그렇게 뒷 머리는 얼추 다 끝내고 양 옆 머리를 쳐 내야 하는 단계였는데 옆 머리는 잘못 치면 큰일이 나는 부위였는데, 뒷머리를 자르다가 용기와 자신감이 상승한 나는 그만 옆머리를 싹둑 확 잘라 버렸다. 
5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거울을 보고 있던 동생의 표정이 굳어지더니만 어느새 어두워졌다. 심각한 일인데, 웃음이 나와서 참느라 고생을 하고 있던 나는 일단 동생을 안심 시키며 최대한 다듬어 보려고 노력했는데 만지면 만질수록 양 옆머리카락의 길이가 엄청 짧아지더니 양 옆쪽만 하얀 두피가 보일정도로 짧게 잘려졌다. 

동생의 머리카락을 홀랑 잘라버리다_1
나의 작품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든 나와 동생은 역시 헤어 디자이너의 전문적인 손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차라리 하루 이틀정도만 참고 다음주 월요일날 자르면 좋았을텐데 그 새를 못 참고 내가 손을 대서 머리를 망쳐 놓았다. 어쩔수 없이 인터넷에서 파는 일명 '바리깡'이라 불리우는 기계를 주문했다. 

다음주에 오면 이 기계로 머리를 아예 다 밀어 버릴 작정으로 동생은 지금 아무데도 나가지 못하고 방에서만 지내고 있는 중이다. 세상에는 전문을 요하는 일들이 아주 많이 있다는것을 알았고, 전문적인 기술이 없는 사람들이 전문을 요하는 일을 무턱대고 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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