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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과일가게 아저씨
2012-07-08 13:51:50최종 업데이트 : 2012-07-08 13:51:50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애

우리 동네에는 주택가 골목길을 따라 크고 작은 미용실, 수퍼, 생선가게, PC방, 곡물집, 지물포, 철물점, 휴대폰가게, 부동산, 채소가게, 식육점, 떡집, 과일가게 등 비록 조그마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전부다 그야말로 동네 장사이다 보니 누구 하나 속임수 없이 정직하게 사고 파는 시민들이고 소중한 이웃들이고 마음씨 좋은 사람들이다.

특히 수더분 하고 항상 웃는 얼굴의 과일가게 아저씨가 있어서 동네 주부들에게는 인기가 많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우리 동네 시장에 1주일에 한번씩 조그만 용달차에 과일을 싣고 다니며 팔러 오시는 아저씨가 계셨다. 왠지 몸도 약간 불편해 보이는 그 용달차 과일 장수 아저씨가 오시는 날이면 우리 동네 과일가게는 장사가 되지 않아서 파리를 날리는 지경이 되었다. 한눈에 봐도 용달차에 주부들이 몇몇 몰려드는게 보이고, 그럴때마다 과일가게 아저씨의 표정이 어두워지기만 했다.

우리동네 과일가게 아저씨_1
우리동네 과일가게 아저씨_1

그렇게 하루가 지나, 일주일이 지나, 한 두어달이 지난 어느날. 그날도 그 용달차 아저씨가 오시는 날이었다.
토요일 저녁때 골목길 한복판에서 과일가게 아저씨가 용달차 아저씨의 멱살을 붙잡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계셨다.
"야! 짜슥아,. 너 어디 와서 함부로 장사 하는 거야? 너, 여기에 가게 세 냈어? 내가 트럭 끌고 다니면서 너 장사하는데 졸졸 따라 다니면서 늬 장사 방해하면 기분 좋겠어? 나는 비싼 가게 세를 내 가면서 장사하는데, 니가 와서 이렇게 내 앞에서 장사를 하면 나는 뭐 먹고 살란 말이야. 응? 좋은 말 할 때 빨리 나가. 안그러면 차 바퀴에 빵꾸(펑크)를 확 내버릴꺼니깐!"

과일가게 아저씨의 거친 항의와 멱살잡이에 체구가 작달만한 용달차 아저씨는 그 자리서 멍하니 서 있다가 되돌아 섰다. 그 아저씨는 한마디 대꾸도 하지 않고 큰 눈을 끔뻑거리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계셨다.
옆에서 보고 듣기에도 너무 딱해 보였다. 골목길에서 한 대거리를 하는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이 모두 다 안타까와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이웃집 주부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퇴근길에 그 용달차가 나가는걸 발견하고는 과일을 사기 위해 차를 세우니 슬슬 눈치를 보며 차를 골목 저쪽에 몰래 세우길래 왜그러냐고 물었던가 본다. 그러자 과일가게 아저씨한테 당한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처지를 말하더라 했다.
용달차 아저씨는 노모를 모시고 있고, 아이도 둘이 있는데 노모가 편찮으셔서 돈이 많이 들어가서 너무나 힘들게 살고 있노라 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어렵사리 썩음썩음한 중고 용달차를 하나 빌려서 장사하는건데 가는곳마다 이렇게 텃세에 밀려 장사를 못하고 쫓겨나다 보니 서글퍼서 울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어찌어찌 흘러흘러 과일가게 아저씨의 귀에도 들어갔던 모양이다. 

그로부터 한달이 지난 어느날 이 용달차가 다시 나타난게 아닌가. 
이게 웬일? 저러다가 이젠 과일가게 아저씨한테 주먹 한방 맞는거 아냐? 더 놀라운 일은 과일가게 아저씨가 그날은 문을 닫은게 아닌가. 그러는 사이 동네 사람들은 자연스레 이 용달차에서 과일을 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랬다.
과일가게 아저씨가 우연히 동네 어귀 근처에서 용달차를 만났고, 그 자리에서 용달차 아저씨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장사를 하도록 내가 문을 닫을테니 편하게 장사를 하시오"했다는 것이다.  용달차 아저씨가 미안하고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몰라 한건 당연지사였다.

그렇게 두 분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형님 동생 하는 사이가 됐고, 시장에 과일을 경매로 떼러 갈때도 같이 다닐 정도로 가까워졌다. 
야,  멋진 아저씨다. 과일가게 아저씨 정말 멋지다.

골목길에서 과일가게 아저씨를 만난 어느 날 내가 "1주일에 한번 쉬면 손해 안나시겠어요?"라고 묻자 "에이, 그런날 덕분에 하루 실컷 쉬잖아요"라며 웃는다.
정말 생각하기 나름이었다. 과일가게 아저씨의 열린 마음과 배려심이 이 착하고 순박한 용달차 아저씨의 삶에 희망을 불어넣어준 것이다. 두분 행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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