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수원의 역사가 어우러진 상가간판을 보고싶다
2012-07-30 15:25:30최종 업데이트 : 2012-07-30 15:25:30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애

수원의 역사가 어우러진 상가간판을 보고싶다_1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대전에 살다가 세종 신도시로 이사 간 친구 집에 집들이를 축하하러 갔다가 제일 눈에 들었던 것은 세종신도시의 상가 간판이었다. 

내가 본건 친구의 아파트 앞에 지어진 3층짜리 상가 건물이었는데 매 층마다 똑같은 가로세로 크기의 규격에 맞게 간판을 달수 있는 동일한 규격의 간판 공간이 마치 공장에서 규격품 나온 것처럼 똑같이 줄지어 길게 뻗어 있었고, 거기에는 정해진 색깔로만 만들어진 같은 규격의 간판이 딱 하나씩 붙어 있었다. 

예를 들어 녹색 바탕에 노란색 글씨, 혹은 하얀색 바탕에 검정 글씨로 일정하게 만들어진 간판은 정말 너무나 깔끔하고 보기 좋았다. 세종 신도시뿐만 아니라 요즘 신도시나 새로 구획정리가 되어 만들어지는 도시나 건물은 대개 이렇게 간판을 보기 좋게 만드는 것 같다.

어떤 도시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때 가장 오랫동안 남는 것은 역시 눈앞에 펼쳐졌던 거리의 풍경이나 번화한 상점가의 모습이다. 상점가는 뭐니 뭐니 해도 간판이 제일 우선일 테고. 이러한 영상들은 오랫동안 그 도시의 이미지로 남겨진다.

이것은 외지인들이 우리 수원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원 역에 내려 처음 접하게 되는 영상은 여전히 공사 중인 역 앞 로터리와 그곳을 감싸고 늘어선 건물들, 수많은 상가, 울긋불긋 빼곡하게 들어찬 간판일 것이다. 

만일 방문시간이 밤이라면 현란한 네온으로 번쩍거리고 있는 간판은 그 어느 것보다 먼저 시야로 들어오는 것이며 이것은 수원의 첫 번째 영상이 될 것이다. 

기차역을 이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크게 다르진 않다. 목적지까지 이동하면서 울긋불긋한 간판들이 빼곡한 거리의 모습을 피할 순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이것은 수원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드는 장면일 것이다.

그 기억이라는 게 과연 아름답고 정갈하고 깔끔한 이미지인지, 아니면 난잡하고 정신없고 무질서한건지는 굳이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현재 우리 수원의 간판 속에서는 손님에 대한 배려는 고사하고, 거리의 이미지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왜 우리의 거리에서는 간판들이 이렇게 변해버린 것일까? 
이는 간판에 대한 오해 탓이 아닌가 싶다.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간판을 마치 부적처럼 여긴다. 간판이 좋아야 장사가 잘 된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업종이 뭐든 간에 주인들이 선호하는 간판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게 문제다. 어디에서 보더라도 한 눈에 들어올 수 있는 크기와 색깔, 선정적인 상호, 여기에 화려한 네온까지 덧붙여진 간판이 상가의 전면을 다 채워져야 만이 주인은 안심을 한다. 

이렇다 보니 벽, 창문 할 것 없이 가능한 자리에는 모두 간판이 부착되어 건물의 형태나 재질은 알아보기도 어렵다. 게다가, 간판의 반 이상은 원색이다 보니 주택가의 거리마저 유흥가를 방불케 한다.

물론, 적절히 조례도 만들고 수원시 행정 차원에서 간판의 설치를 제한하고 있고, 자체적으로 불법 간판들에 대한 철거전쟁을 선포하기도 하고 대대적인 간판 정비 사업을 추진해오고도 있다. 하지만 그 성과는 좀처럼 눈에 띠지 않고 있다. 이는 간판정비가 광고주의 자율적인 참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수원화성이라는 역사적인 유물을 간직한 도시로서 그 특색에 맞는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간판을 개발해 모든 상가 간판을 고쳐 나갔으면 좋겠다.

외지인들이 수원에 왔다가 처음 느끼는 인상은 "정말, 수원의 도시 특색은 간판에서 나타나더라" 혹은 "수원시내 상가 간판은 부럽더라"할 정도로 깔끔하게 정비해 보면 어떨까. 당장 한번에 수원시내 전 지역 간판을 죄다 뜯어고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긴 안목을 가지고 우선 당장 수원역, 수원화성 근처, 수원시청 주변 팔 달구 관내, 대학가등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부터 차례로... 길게 5년, 또는 10년의 기간을 가지고 장기계획으로써 수원시 간판의 아름다운 변화를 추진해보자. 

목숨 걸고 크게, 한 상점이 세 개는 기본, 무표정한 얼굴, 매력 없는 색깔... 이런 간판이 사라지고 우리 수원의 역사성과 문화와 디자인이 절묘하게 매치된 조화로운 간판. 우리 수원을 대표하는 얼굴, 그런 상가간판들을 보고 싶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