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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사온 단팥빵..눈물이 찔끔
2012-09-04 14:08:24최종 업데이트 : 2012-09-04 14:08:24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윤남

최근에 회사 일이 많아서 늦게 퇴근하거나, 심지어 야근을 하는 일도 잦아졌다. 야근을 할때는 회사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지만, 약간 늦는 경우에는 밥 한끼 돈 주고 사먹기도 아깝고, 빨리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 아이들과 남편 밥을 챙겨주겠다는 생각으로 밥을 거르기가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배가 고프게 되고, 집에 돌아가면 정말 여자 답지 않게, 사실 완전 아줌마처럼 허겁지겁 먹는 경우도 있었다.

한번은 그런 내 모습을 보던 남편이 "여보, 체하겠어. 천천히 먹어"라며 걱정스런 말을 한적도 있었다.
며칠전에도 야근을 하고 밤 늦게 들어갔더니 배가 고팠다.  그때가 밤 9시였는데 집에 돌아간 나는 배가 고파서 라면을 끓여 허겁지겁 먹었다. 너무 늦을것 같아서 집에다가는 남편에게 연락을 해서 아이들과 함께 미리 챙겨 먹으라고 해둔터라 다른 가족들은 이미 식사가 끝난 뒤였다.

정신없이 후루룩 거리는 엄마가 안돼 보였는지, 아들이 다가와서는 "엄마, 천천히 먹어. 흘리겠어요"라는게 아닌가.
아이 표현이"흘리겠어요"였지만 그 속마음에는 엄마가 안쓰러워 그랬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럴때는 참 사는게 뭔지 싶은 마음도 들기는 했지만 가족을 위해 남편이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건강하고 착하게 잘 자라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그정도는 해야지 하는 마음에 다시금 마음도 추스리고 힘도 얻는다.
사실 5000원씩 하는 저녁까지 내 돈으로 사 먹기는 약간 아깝다는 생각이 크기는 했기에  결국 배고픔을 참았다가 집에 돌아와서 이렇게 식사 겸 야식으로 허기를 달래곤 했던건데 엄마가 자주 그러는걸 본 아이에게 비친 엄마를 본 아이들은 나중에 엄마에 대해 어떻게 기억할까. 그건 아이들의 상상에 맡길 일이기는 하지만.

엊그제였다.
중학교 1학년인 우리 아이는 약간의 아토피를 앓고 있었는데 그날도 아토피가 좀 심하게 일어나서 회사를 서둘러 마치고 집에 돌아가 근처 피부과로 아이를 데리고 갔다. 평소에는 나보다 시간적 여유가 좀 많은 남편이 늘 아이 병원을 데리고 다녀서 잘 몰랐는데 오랜만에 직접 가서 보니 아토피 환자 아이들이 참 많았다. 

내 옆에서 대기중이던 한 아주머님은 아예 공해가 없는 시골로 내려갈 생각이라며 마지막으로 병원 처방을 받아 약을 지을 생각으로 왔다고 했다. 
많은 환자들이 하나씩 빠지는걸 바라보며 우리 아이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던중, 물끄러미 저만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한 사내아이가 한손에 커다란 스넥 봉지를 들고 그 안에 들어있는 과자를 하나씩 꺼내어 열심히 먹고 있었다. 

순간 과자를 참 맛있게도 먹고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아무 생각 없이 그 아이를 쳐다 보고 있었다. 우리 아이 키우던 어릴적을 떠올리며. 
어? 그런데 옆을 보니 그때까지 옆에 앉아 있던 우리 아이가 안보인다. 화장실에 갔나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화장실이래야 3-4분이면 족할텐데 이녀석이 나타나질 않는다. 어디간거야? 잠시후면 진료실에서 부를텐데...

안되겠다 싶어 휴대폰을 걸어보니 "엄마, 나 지금 잠깐 내려와 있어. 곧 갈께"란다. 뭐하러 내려갔냐고 했더니 거기에 대한 대답은 없고 곧 올라갈거란다.
빨리 오라며 전화를 끊은지 10분쯤 되었을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아이가 보였다. 그런데 아이 손에 들려져 있는 흰 봉투. 가까이 다가오는 아이의 봉지를 펼쳐 보니 모 제과점 봉지와 그 안에는 빵이 두 개가 들어 있었다.
하나는 단팥빵과 하나는 슈크림빵.

 

아이가 사온 단팥빵..눈물이 찔끔_1
아이가 사온 단팥빵..눈물이 찔끔_1

"이거 먹으려구? 너 배고팠구나. 엄마가 늦어서 여태 밥도 못먹였네. 빨리 가서 엄마가 맛있는거 해줄께"
그러나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그 빵을 내게 건네주며 "엄마, 단팥빵하고 슈크림빵 좋아하잖아. 이거 엄마주려고 산거야. 먹어"라는게 아닌가.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은 "엄마가, 아까 저 아이 과자 먹는거 바라보길래 배고픈거 같았어. 그래서 산거야"
나는 의자 뒤로 넘어질뻔 했다. 

아이는 나에게 주기 위해 빵을 사러 갔던 것이다.  매일 야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허겁지겁 라면을 끓여먹던 엄마가 다른 아이가 과자 먹는걸 바라보니 무척 배고프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얼떨결이기는 했지만 빵을 받았다. 그리고는 그중 하나를 아이 입에 넣어주었다.
"엄마는 배 안고파. 너 맛있게 먹어"
"그래? 오늘은 저녁 먹었어?"
"응..."

나는 눈시울을 적시는 그 축축한 무언가를 꾹꾹 참느라 한동안 애를 먹었다. 아이 때문에 행복해서 그랬다. 이게 행복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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