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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아침에 어릴적 추억에 젖어
2012-12-25 12:24:36최종 업데이트 : 2012-12-25 12:24:36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음천
많은 눈이 내린건 아니지만 그래도 화이트크리스마스의 기분을 느끼게 해줄 눈이 내렸다. 성탄절 아침에 보는 하얀 눈. 
마음은 푸근하기만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주방으로 가려다가 창 밖으로 보이는 하얀 눈에 홀딱 반해 밥 짓는 일을 잠깐 멈춘채 가스레인지에 주전자를 올렸다.
혼자서 조용한 가운데 거실에 앉아 커피 한잔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음악을 틀어 놓고 커피 한잔 마시며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 보았다. 창 밖에 눈이 내리고, 거실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내 손에는 향긋한 커피가 쥐어져 있다. 가족들은 휴일이니 아직도 꿈나라에 가 있다. 나는 그저 편한 마음으로 커피 향을 음미할 뿐이다.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흰눈이 내린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한겨울에 불렀던 동요 노랫가락이 입 안에서 절로 흥얼거려지는 성탄절 아침. 문득어린시절이 스크린처럼 흘러 지나간다.

생각해 보면 어릴적 시골에서 맞이하던 그때의 성탄절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그땐 성탄절 분위기를 느낄만큼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도 않았고 그저 눈만 내리면 좋을 뿐이었다.
내 어릴적 농촌에서의 겨울. 우리에게 겨울철은 썰매의 계절이었다.
하늘에서 새털처럼 가볍게 내려 동네를 하얗게 뒤덮은 풍경은 언제 보아도 신비로웠고, 어린 마음을 설레게 했다. 

또한 눈이 내리는 세상은 당시 어린 우리들에게는 천국이 되었다. 눈싸움을 하다 지치면 눈썰매를 타고, 동네 어귀에 눈사람을 만들다 보면 하루가 금방 저물어갔다.
아무리 밖에서 뛰어놀아도 추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눈과 겨울이 좋았을뿐이니까.
그리고 시대가 바뀌고 놀이문화가 변화해도 하얗게 쌓인 눈밭에서 뛰어노는 즐거움과 추억만큼은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성탄절 아침에 어릴적 추억에 젖어_1
성탄절 아침에 어릴적 추억에 젖어_1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적에도 눈썰매장을 자주 찾았다. 아이들은 눈썰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장난기 가득한 눈빛이 반짝거린다.
눈썰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재빨리 자신들이 탈 썰매를 꺼내오면서 빨리 타자고 조르는걸 보면서 동심에는 내 어릴적 추억이나, 지금 도시의 아이들이나 별반 다르지 않구나 하는걸 느끼곤 했다.

하지만 아쉽기는 하다. 그 옛날 고향의 마을 한가운데 펼쳐진 겨울 논을 막아 물을 얼린 다음 그 위에서 송곳을 움켜쥐고 고고 ~ 씽 달리던 썰매가 아니니, 웬지 허전하다. 
요즘에야 그런 썰매를 탈곳조차 없고 커다란 쓰레받기처럼 생긴 플라스틱 썰매에 앉아 경사진 비탈길을 타는 방식이니 송곳도 필요 없다. 

그래도 어쩌랴. 세월이 바뀌고 환경도 바뀌었으니 그런 썰매라도 탈수 있는게 다행이다. 엄마아빠의 옛 추억을 말로만 들었던 아이들은 그런저런 아쉬움같은거 모른채 그저 신난다.  "우와~"환호성을 지르며 플라스틱 눈썰매에 몸을 싣고 쏜살같이 내달리던 아이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며 눈썰매를 타던 도중 넘어져 눈밭에서 한 바퀴 구르고 만다. 

해가 지날 때마다 부쩍부쩍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녀석, 올해도 좀 컸네"라고 느끼는게 바로 그 썰매장에서였다. 아주 어릴때는 제녀석 혼자 잘 못해 낑낑대던 둘째가 어느핸가 겨울방학 눈썰매장에서는 제법 스스로 하려 했다. 그리고 동생을 챙겨주는 것을 귀찮아 하지 않고 잘 대해주는 의젓함을 보이던 큰  딸아이. 확실히 남매 두놈이 크는것은 눈썰매장 갈때마다 확인할수 있었다.

신나게 눈썰매를 타던 남매가 한참후 조금씩 지치면서 슬로프를 오가는 속도가 느려질때면 영낙없이 눈싸움을 시작한다.
"엄마, 눈이 잘 안 뭉쳐져요."
"아빠, 엄마랑 한편 먹어!"깔깔깔 웃으며 눈을 뭉쳐 던지는 아이들. 우리는 금세 적과 아군이 됐다. 눈송이를 뭉쳐 제 앞에 쌓아놓는 큰놈과 그걸 던져대며 아빠를 쫓아다니는 둘째. 아이들을 피해 달아다는 아빠를 보며 둘이 까르르 웃는다. 

눈을 뭉치느라 손끝이 시릴 만도 하건만 아이들은 코끝이 빨개지는 것도 모르고 아빠를 향해 눈덩이를 던진다. 아이들과 함께 눈싸움을 하던 남편 역시 눈싸움에 빠져들긴 마찬가지. 짖궂게 아이들에게 눈을 던지는 그의 모습은 아이들만큼이나 천진난만하다.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도,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가 없어도 하얀 눈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그 이상의 즐거움과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학원 다니기에 바쁜 아이들은 놀이터보다 게임기와 컴퓨터가 익숙하고,  외동이가 많아 집에서 툭탁거리며 어울릴 형제도 없는 요즘 그래도 아이가 둘, 셋인 가정에서는 온가족이 이렇게 한겨울 눈 밭에서 뛰어노는 일은 행복중에 행복으로 칠수 있을것 같다.
커피 향이 점점 사라져 간다. 아침도 이미 밝았고 남편과 아이들도 잠에서 깼다. 성탄절 아침, 잠시나마 젖어있던 옛추억에 대한 내 상념도 행복하게 마무리짓고 있었다.

정말 하얗게 세상을 덮은 눈과 눈썰매, 눈싸움은 세대와 나이를 초월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더불어 눈밭에서 즐겁게 뛰어 놀던 내 어릴적 추억은 물론이고, 우리 아이들 자라던 시절에 다함께 즐겼던 다복한 모습도 생각할수록 푸근하고 행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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