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소소함이 가져다 주는 행복을 느끼는 연말
2012-12-30 08:23:51최종 업데이트 : 2012-12-30 08:23:51 작성자 : 시민기자   임동현

집을 걷다보면 여기저기 방치된 아기 장난감들로 인하여 아픈 경험들이 아기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특히나 겨울철 아침에 비몽사몽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발끝에서 전해져 오는 짜릿한 느낌은 짜릿함을 넘어서서 극심한 고통으로 이어지게 되며 심할 경우에는 뾰족한 장난감의 한켠에 발에 피를 보는 경우도 종종있다. 

하지만 이런 장난감들을 한 곳으로 다 치워놓으면 또 어느샌가 아들녀석이 다 풀어헤쳐 놓고 그걸 또다시 정리하면 어지럽히고 이런 끊임없는 반복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아들녀석에게 가지고 놀지 못하게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리기에는 아비된 입장에서 너무 야박한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근 1년간을 집안을 돌아다닐 때는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기곤 했었지만 이제는 조금은 개선될 징후가 보이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작은 장난감들 말고 큰 장난감을 하나 구입했기 때문이다. 

평상시에 처형네에 놀러가거나 아님 친구집에 놀러가면 특이하게도 집착하는 장난감이 있었다. 바로 국민문짝이라고 불리우는 장난감인데 정말로 문처럼 생겼다. 오른쪽에는 우체통도 있고 초인종도 있고 좌측에는 공을 넣었다 빼는 놀이기구도 있고 이런저런 아이들이 가지고 놀만한 장난감들을 하나의 문짝에다가 다 엮어놓은 그런 장난감이었다.

소소함이 가져다 주는 행복을 느끼는 연말_1
집에서도 맘껏 가지고 놀 수 있어서 행복한 아들의 손짓

그래서인지 가격도 선뜻사기에는 비쌀 정도로 비쌌고 언제부턴가 사줬음 좋겠다는 생각만 있었지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중고장터 사용법에 맛들린 집사람이 매일 집에서 국민문짝을 검색하다가 정말 새것인데 가격이 싸게 나온 것이 있어서 선뜻 직거래를 하겠다고 약속을 잡았다고 하였다.

직거래로 중고물품을 싸게 사는 것은 좋지만 그 거래장소가 너무 멀면 어쩌나라는 생각에 조심스레 위치를 물어보니 충북진천이라고 하였다. 일단 충북이라는 소리에 처음에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막상 네비게이션을 통해 거리검색을 해보니 60km 정도로 반나절 놀러가는 겸 갔다오기에 나쁘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의 중고장터 직거래 여행은 시작되었다. 토요일 오전 판매자와 전화를 통해 만날 장소를 정하고 천천히 차를 몰았다. 빨리가려면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시간을 줄일 수 있었겠지만 오늘은 중고물품을 사는 것에다 가족끼리의 여유로운 여행이라는 테마로 출발했기에 일부로 국도를 선택해 천천히 가기로 하였다. 그렇게 국도를 1시간 30분쯤 달렸을까 드디어 충북 진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약속된 장소에서 판매자에게 전화를 하니 얼른 물건을 가지고 나왔고 중고카페에서 본 것과 동일하게 정말로 새것과 진배없는 제품이었고 서비스로 아이들이 탈 수 있는 파란말까지 덤으로 주었다. 오느라 차비와 시간을 쏟긴 했지만 싼 값에 국민문짝을 구입할 수 있었고 거기에 훈훈한 판매자 덕분에 덤으로 장난감 1개를 더 얻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였다. 

그렇게 짧은 직거래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목적지를 잡고 느긋하게 올라왔다. 올라오는 차 안에서 아들녀석은 장난감을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차 안에서 놀고 싶다는 떼를 쓰긴 했지만 먹을 것으로 임시조치를 하고 나서 드디어 집에 도착하여 장난감을 설치하였다.

예전에는 다른 집에 가야지만 놀 수 있었던 국민문짝을 이제 우리집에서도 놀 수 있다는 점에 아들은 신나서 빙글빙글 돌며 춤을 췄고 정말이지 2시간 정도는 문짝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이렇게도 행복해 하는 아들인데 왜 진작에 사주지 않았을까 라는 자책이 들기도 했지만 이제라도 사줬으니 되었다라는 위안을 하며 행복해 하는 아들녀석을 그저 바라보았다.

물끄러미 쳐다보는 나를 발견했는지 아들녀석은 문짝 사이로 손을 내밀어 안녕이라는 표시로 손을 흔들어주었고 그 모습을 보며 나도모르게 같이 안녕을 하고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가버렸다. 물론 잠시만 놀다보면 어른들은 쉬이 지치는 별다른 장치가 없는 장난감이지만 노는 그 순간의 잠시만큼은 동심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렇게 찰나의 동심을 느끼고 나서는 이제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었던 조그만 장난감들을 걷어버리기로 하였다. 집안 구석구석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 저장되어있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과일조각들과 케잌조각들을 다 주워보니 한 바구니는 나오는 것 같았고 평상시에 잘 사용하지 않던 장난감 바구니에 차곡차곡 쌓아놓으니 왠지 큰 일을 마무리 지은 것 같은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때까지도 아들녀석은 역시나 국민문짝에 관심이 쏠려있었고 앞으로는 집에서 크게 발을 다칠 경우는 없을 것만 같았다. 집사람의 직거래 장터에서 거래성사로부터 시작된 오늘 하루는 이렇게 저물어 갔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빨리해야만 하고 거창한 무엇인가를 목표로 하곤 산다면 새것을 사야지만 하는 요즘 세상에서 느긋하게 국도를 달려 먼 곳을 향하고 작은 장난감들을 치우고 아이와 함께 손을 흔드는 놀이를 하며 하루를 보내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충분히 행복한 하루였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우리 주위에 있는 작고 사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연말이 될 듯 싶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